내일이 만난 사람 - 서양화가 김용대 화백

김용대 화백과 떠난 야외스케치

200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채화부문 최우수 수상

지역내일 2012-04-20 (수정 2012-04-20 오후 12:53:48)


야외에서 풍경화를 그리고 있는 김용대 화백

아침부터 하늘엔 먹장구름이다. 빗방울도 하나 둘 날린다. 기다리던 수채화 야외수업인데···. 이래서야 어디 멋진 풍경이 나올까? 이제 막 수채화를 배우는 주부 학생들 걱정부터 앞선다. ‘회색 하늘과 아무것도 없는 바다, 대체 무얼 그려야 하나?’
하지만 200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채화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양화가 김용대(48) 화백은 별 걱정이 없다. 주부수강생들을 이끌고 이기대 바닷가 낡은 창이 넓은 구멍가게 안에 자리를 잡는다. 일단 커피 한잔부터 마시잖다. 그리고 B연필을 잡는다. 30초? 1분도 채 안 된 시간에 스케치를 끝낸다. 너무 쉽다. 그냥 앞에 보이는 먼 것, 그리고 가까운 것들을 휘갈기듯 그렸다. 주부수강생들 어안이 벙벙하다.


구도를 잡고 있는 김 화백과 지켜보는 주부수강생들


물감 세 개, 붓, 종이, 접시, 작은 물통 하나로

물감은 딱 세 개 빨강, 파랑, 노랑! 플라스틱 접시 하나에 작은 물통, 그리고 붓, 휴지가 바닥에 놓였다. 먼저 붓에 물을 잔득 머금게 하고 물감을 섞는다. 순식간에 코튼지 위에 바다가 펼쳐진다. 흐린 날씨에도 가물가물 보이는 수평선, 잔잔한 물결까지 그대로 담겼다. 휴지로 물감을 닦아 빛을 만들고 손가락 끝으로 물을 튕겨 하늘을 완성한다.



이번에는 오른쪽에 바닷가 언덕이 선다. ‘거기에 언덕이 있었던가?’ 수강생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던 언덕과 소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빛깔의 속성과 물의 번짐, 붓의 각도까지 이용한 실로 경이로운 작업이다. 아무것도 그릴 것이 없어 보이던 해안은 붓끝이 지나가자 그림 속으로 실감나게 들어온다. 그림인지 마술인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이게 바로 김용대 화백 수채화의 매력이다.
김 화백은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 시작이다”라고 말한다. 부분에 얽매이지 말고 전체를 보며 원근 속에서 주제를 결정해 스케치를 한 뒤 물감과 물의 양, 마르는 시간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또 그리다 보면 수채화의 묘미를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니!
30분도 안 걸리는 시간에 완성한 김 화백의 수채화를 보니 세상살이가 다 수채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다면 한없이 어렵고 쉽다면 정말 쉽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그리다 보면

김 화백은 한국을 빛낸 작가 100인전 예술의 전당 개인전 초대 외에도 개인전 10회와 200여회의 전시, MBC. KNN 출연 등 탄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해운대 달맞이에서 작업실을 가지고 활동하며 대구사이버대 외래교수, 롯데문화센터 강사로 활동 중이다.
김 화백에게 3년째 수채화를 배우고 있는 주부 김희영(38)씨는 “선생님은 늘 잘 그리기보다 여유를 가지고 즐길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다”고 말한다. 그렇게 3년을 그리다 보니 이제 실력파가 된 김씨.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며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김 화백은 그림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사람이다. 늘 유머와 위트가 넘치지만 그 밑에 깔린 삶의 정곡.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가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법이 있지만 누구나 가장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는 김 화백의 수채화. 삶이 칙칙하다고 생각되는 날은 김 화백의 수채화를 보자. 세상엔 이토록 아름다움 빛깔이 있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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