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서구 성천초등학교에 다니는 김민규(3학년)군은 토요일에 학교에 간다. 학교 토요 돌봄교실에서 운영하는 미술부와 골프부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김 군은 “토요일에 학교에 와서 그림도 그리고 골프부에서 공을 쳐보는 것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김 군은 토요일 아침 일찍 등교해 골프부에 먼저 들러 공을 치고 미술부에 간다. 토요 프로그램을 2년째 이용하고 있다.
토요 프로그램으로 ‘요리탐구교실’을 신청한 아이들이 쿠키를 만들어 구워놓고 포즈를 취했다. 고소한 쿠키냄새와 아이들의 웃음이 요리교실에 가득해 침을 삼켰다.
토요일 돌봄교실, ‘자기주도학습’에 도움
성천초는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토요일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토요일 등교 학생을 위한 토요 프로그램은 토요돌봄 유형으로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과 동아리활동 유형으로 과학부 미술부 골프부 등 9개가 있고, 토요스포츠, 토요예술강사 유형으로 각 1개씩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교육기부 유형으로 ‘새터민학생 음악치료’를, 수요자 특기적성 유형으로 ‘요리 탐구교실’을, 학교특색 유형으로 ‘육상부’를 운영하고 있다.
특이할만한 점은 지역사회 인프라가 참여하는 위탁교육 유형 프로그램이다.
건양대 평생교육원의 ‘상상school 토요일은樂樂樂’ 둔산제과제빵학원의 ‘꿈빛 파티쉐’ 한밭사회복지관의 ‘예그리나 사랑하는 우리사이’ 등이다.
성천초 김영업 교장은 “토요 돌봄교실은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수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토요 돌봄교실을 통해 자기주도학습을 도울 수 있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주5일 수업제는 ‘삶의 질’에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쌍둥이 자매인 배지원·배지수(성천초 6)양도 미술부를 이용하고 있다. 아나운서가 꿈인 지원양은 “한국화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배우고 있어요”라며 “전엔 토요일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숙제를 했는데 학교에 와서 붓으로 선 그리기를 하면 집중이 잘돼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지수양은 학교에서 미술대회에 나갈 인재를 뽑는다고 해서 미술부를 선택했다. 지원, 지수양은 그림공부가 끝나면 토요 돌봄교실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는다.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점심식사로 커리가 나왔다. 아이들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재잘재잘 즐겁다. 후식으로는 새콤달콤하고 빛깔고운 오렌지가 나왔다.
교사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
성천초의 토요 돌봄교실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아이들이 많아 과목간 시간조절이 필요할 정도다.
특히 집에선 쉽게 해볼 수 없는 요리나 과학실험, 골프 등이 인기 프로그램이다.
과학부를 맡은 최강순 교사는 “학과 공부를 시키고 싶은 엄마와,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싸우기도 한다”며 “과학실험이나 요리실습을 통해 자폐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아이를 위해 엄마가 양보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 교사는 “나는 우리 아이들이 다 커서 토요일에 시간내기가 괜찮지만, 아이가 어리거나 토요일에 시간 내기가 어려운 교사들이 있다”며 “교사의 희생 없이는 토요 돌봄교실 운영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온종일 돌봄교실의 방과후지도사 백승희(39)씨는 충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방과후지도사 자격과정을 수료하고, 3월부터 성천초에서 근무 중이다.
백 씨는 “돌봄교실에 오는 아이들이 각자 개성이 뚜렷한데 그것을 맞춰 주는 것이 어렵다”며 “내 아이를 돌보듯 돌봄교실 아이들을 보살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성천초는 2011년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 경험을 살려 올해 3월부터 안정적으로 ‘토요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오후 1시~9시까지 종일형 돌봄교실을 운영했지만,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오전 6시30분~21시까지 운영시간을 늘렸다.
3월초 10명이었던 학생은 현재 23명으로 늘어났다. 학생들은 돌봄교실에서 챙겨주는 아침식사를 한다.
한편, 성천초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의 꿈을 자랑스럽게 펼친 아이들을 평가해 1년에 2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 장학금은 김 교장과 교사들이 월급에서 조금씩 모아 400여만원을 마련한 것이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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