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목소리가 문밖까지 또렷하다.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취업 희망 여성을 위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이 진행중인 강의실. ‘이미지 메이킹’ 수업이 한창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 대화의 내용보다 그 사람의 자세가 더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제가 오늘 여러분께 이렇게 인사드렸다면 어땠을까요?”
김미영 강사가 고개를 외로 꼬며 모기만한 목소리로 인사말을 건네는 시늉을 하자 수강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당신이라면 잘할 거야” 남편 한마디가 터닝 포인트로
공공기관과 기업체에 주로 출강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미영 강사. 집밖에서 혹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친구를 만나는 편한 자리에서도 옷차림새에 신경을 쓰는 프로지만 집안에서는 평범한 주부일 뿐이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꼬박 3년을 전업주부로 지내기도 했다. 아이가 태어나 36개월이 될 때까지 엄마가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입시 학원에서 일했다. 학원 관리와 입시생을 가르치는 일로 출산 일주일 전까지 바빴다. 육아에 전념하다 만3세가 된 아이를 보육기관에 맡기고 다시 사회로 나왔다. 새로 찾은 직장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기획홍보 업무를 하는 회사. 그런데 어쩐지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꼭 맞지 않았다. 내 커리어를 잘 살릴 수 있는 직업이 따로 없을까 고심했다. 그때 남편의 말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남편이 저에게, 편안하고 조리있는 말로 타인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흔치 않은 재주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요.”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은 회사에서 유명강사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잦았지만 TV에서 하던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고 종종 실망했다고 한다. 남편은 “당신이 그 사람들보다 낫다. 당신이라면 잘할 거다”고 말해 주었다. 남편의 지지에 용기를 얻었다.
마침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국비 지원으로 이루어진 CS서비스강사·이미지컨설턴트 교육과정 공고가 눈에 띄었다. 높은 지원 경쟁률. 50분 동안 진행된 면접에서 김미영 강사는 당차게 되물었다. “내가 만약 이 과정에서 살아남는다면 나를 당신의 파트너 강사로 채용할 용의가 있습니까?” 근성을 알아본 면접관으로부터 “물론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 키우면서 엄마도 함께 성장
교육과정을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대형 마트의 직원 교육을 맡을 기회가 생겼다. 미리 매장을 방문해 현장에서 쓰는 전문용어, 애로사항, 개선해야 할 점들을 모두 모니터링했다. 이를 바탕으로 밤새 교육안을 짰다. 교육 당일. 떨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삼백 여 명의 청중 앞에 섰다. 초보강사를 알아보는지 빔프로젝터까지 말썽을 부려 영상 없이 진행을 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김미영 강사는 당황하지 않고 “괜찮다, 머릿속에 다 있으니 혼자 할 수 있다”고 담당자를 안심시켰다. 강의를 무사히 마치고 강단을 내려와 “이쪽 시장에 대해 능통하다. 유명강사인가 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번데기가 허물을 벗고 새롭게 날아오르는 순간이었다.
김미영 강사는 아이를 낳아 키워 보지 않았다면 아마 자신이 만든 틀 속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폭도 좁고 별로 맞추고 싶지도 않았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마음이 절로 넓어지더군요. 놀이터에 나가기만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귀게 되잖아요. 돌발 상황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대범해지고 유연해질 수밖에 없어요.” 융화력과 소통능력 등 서비스강사에 꼭 필요한 자질을 육아를 통해 얻었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콘텐츠로 꾸준히 자기 계발해야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면 업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김미영 강사는 오전오후 꽉찬 강의로 지친 일정을 보내더라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신문을 읽고 책을 들여다봤다. 육아를 비롯한 가정일과 강의를 병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일찍 집에 들어가 아이의 가방을 받아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간혹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아이에게 엄마가 하는 일을 이해시키고 싶었어요.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겠다 싶어 대학교 강의가 있는 날 아이를 교실 뒷자리에 앉혔죠. 그 날의 이미지가 강렬했나 봐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학교에서, 엄마는 친절하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썼더군요. 아들은 내가 ‘스타강사’인 줄 알아요.(웃음)”
김미영 강사의 다음 목표는 커뮤니케이션 전문 연구소를 여는 것이다. “모든 계획은 3개월 6개월 1년 3년 단위로 짭니다. 계획이 구체적이어야 이루어질 확률이 높으니까요. 내일 강의가 없더라도 저는 늘 공부하면서 스탠바이하고 있죠.”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는 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김미영 강사를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경구였다.
CS서비스강사는?
CS(Customer Satisfaction 고객만족) 강사 혹은 서비스강사라 부른다. 특정 단체나 회사, 기관 등에서 서비스 전반에 대한 강의를 한다. 불황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커지면서 시장은 무한성장 중이다.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매너, 이미지 메이킹, 애니어그램, 웃음치료 등 강의 영역이 한계를 구분짓기 어려울 정도로 폭넓다. 보수는 강의당 5만원에서 50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스타강사는 기백만 원의 강사료를 받기도 한다. 정년이 없고 시간 조절이 쉽다는 점 또한 매력이다. 초보강사라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능력 입증 자료로 쓸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급하는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하면 사설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희경 리포터 nareum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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