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남원 지리산권

봄빛 가득한 사월에 떠나는 여행 ‘지리산 둘레권역 산수유축제’

지역내일 2012-04-18

불어오는 바람에도,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에도 봄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계절이다. 한반도를 찾아온 봄은 남도부터 차근차근 그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하더니, 전북에도 발길 닿는 곳마다 봄이 자리한다. 겨울의 기운은 계곡의 얼음이 녹아 흐르는 물소리에 스며들었고, 하늘을 누비며 쉴새없이 지저귀는 새소리에 봄의 기운은 완연하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우리지역 남원 지리산 자락까지 올라온 봄을 만나러 떠나본다. 



해초가 흐늘거리는 ‘바닷속 용궁’이 남원에도 있다!
전주역을 출발해 1시간쯤 남원 주천면을 향해 달리다 보면 용궁마을이 나온다. 용궁마을은 내용궁마을과 외용궁마을로 나누어져 있는데 마을 전체가 노란 산수유꽃으로 덮여 있다. 농가의 담벼락은 하나같이 산수유나무들로 장식했다. 또 마을 인근에도 산수유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구례의 산동보다는 덜하지만 제법 년식(?)이 오래된 산수유나무들이 가지를 늘어뜨리고 서 있는 것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원래 용궁마을은 ‘노랗게 핀 꽃들이 마치 아름다운 바닷속 용궁의 해초가 흐늘거리는 모습 같다’ 하여 ‘바닷속 용궁’이라는 뜻으로 불리게 되었단다.
산수유는 봄에 노란 꽃이 피었다가 빨간 열매가 맺히는 나무로, 우리나라에는 천년쯤 전 구례 산동에 중국 산동성에 사는 한 처녀가 구례로 시집오면서부터 전해졌다는 설이 있으나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자생했다는 설이 있다.
가락과 함께 구성진 무명가수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모처럼 찾아온 가객에 잔치집을 찾은 어르신들은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인다.


오늘은 나도 춘향이가 되어 육모정에 서본다!
용궁마을에서만 봄을 만끽하기엔 봄햇살이 아쉽다. 그래서 자리를 옮긴 곳은 용궁마을과 5분 거리에 있는 지리산 국립공원 안쪽의 육모정과 춘향묘이다.
육모정은 아홉 마리의 용이 노닐었던 곳이라 하여 용호동이라 불리었던 곳에, 약 400년 전 이지역의 선비들이 용소 앞 넓다란 바위위에 육각형 모양의 정자를 지어 ‘육모정’이라 이름지었다 한다.  
말 그대로 원래 육모정은 구룡계곡 바위위에 세워졌으나, 1961년 물난리에 휩쓸려 1997년에 언덕 위 지금의 장소에 복원하였다.
육모정은 구룡계곡이라고 하는 경관 좋은 계곡을 끼고 있다는 점에서 유명하지만, 차를 타고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지나치기만 해 의외로 모르는 이들이 많다.
육모정 맞은편 양지바른 곳에는 춘향묘가 있다. 동행한 친구가 “진짜 춘향이 묘 맞아?”라며 호들갑을 떤다. 춘향이란 인물이 소설속의 인물인데 묘가 진짜일리는 없을 터.
1962년 춘향묘가 있는 현위치에서 ‘성옥녀지묘’라고 새겨진 지석이 발견되어 1995년 이곳을 춘향묘역으로 조성했다. 따라서 이 묘는 남원을 상징하는 춘향이의 정신만 깃든 묘이다.



여름보다 봄에 더 빛을 발하는 구룡계곡
육모정에 잠시 머무른 채 발길을 돌렸다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육모정 뒤로 구룡계곡 9곡 중 2곡인 용소가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 찾았다면 피서객들로 붐볐을 테지만 봄에 찾은 구룡은 싱그로움으로 가득하다.
구룡계곡에는 ‘물이 옥처럼 맑아 용이 살았다’하여 ‘옥용추’라고도 불리었다는 용소가 있는데, 2곡임에도 발길이 잘 닿지 않는 1곡보다 접근이 쉬워 실제로는 구룡계곡의 관문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육모정과 건너편 용호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제법 운치 있으며, 육모정이 처음 서 있었을 법한 바위 위 웅덩이에는 올챙이들이 이곳을 찾은 아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용호정은 뒤쪽으로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앞쪽으로는 구룡 계곡이 있어 옛 선인들이 풍류를 즐기는 쉼터로 또는 학문 토론의 장으로 사랑받았던 곳이다.
권삼득이란 명창이 젊은 시절에 소리공부를 하다가 득음을 한 곳이라는 비문도 보인다. 그래서인가? 오늘도 대금을 잡고 용호정을 찾은 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볼거리로 끝나는 게 아니다. 육모정 뒤로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자연관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대자연에서 직접 자연을 관찰하며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탐방객을 배려해 놓은 곳이라 사부작사부작 걸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처음 만나 산수유 붉은 열매를 오매불망 하던 리포터는 스무살이 넘어서야 노란 산수유꽃을 알고 마음을 빼앗겼었다. 이제는 산수유꽃으로 일렁이는 용궁마을에 빼앗긴 마음을 새겨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본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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