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

한약이 몸에 맞지 않는 체질이 있을까?

지역내일 2012-04-18

글 : 벽오동한의원 하수영박사


얼마 전 일이다. 부부가 병원을 찾았는데, 남편은 약 짓기를 꺼려하고 부인은 온 김에 꼭 약을 한제 짓자고 달래면서 대기실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남편을 모시고 온 부인은 온갖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안 빠져 고민을 하다가 우리 병원에서 치료약을 드시고 부기도 빠지고 한 달 만에 체중이 5킬로그램이나 줄어서 아주 만족하신 분이었다. 그러다보니 필자에 대한 믿음도 아주 강한 분이었다.  


진료실로 들어온 남편에게 “그동안 한약 드시면 속도 불편하고 설사만 하셨지요?”라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어떻게 아셨냐고 되묻는다.


이 분은 그동안 한약만 먹으면 컨디션이 오히려 나빠지고 속에서 잘 받지를 않아 한제를 지어도 반도 복용 못하고 버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런 경험 때문에 한약에 대한 불신감도 크고 자신은 한약이 받지 않는 체질이라고 믿는 모양이었다. 임상가에서는 가끔 이런 분들을 보게 되기에 내심 웃으면서 “체질에 맞지 않는 한약을 드시면 아무리 비싼 약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가 정확하게 체질감별을 한 뒤에 한번 지어드려 보지요.”하며 환자분을 설득했다. 긴가민가하면서 약을 짓고 나서 일주일 뒤에 이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 약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갔기에 이렇게 속이 편하고 기분이 좋으냐며 깜짝 놀란 목소리다.


이 분의 경우 태음인으로서 간에 열이 많은 상태였다. 항상 피곤함을 느끼고 숙취도 심하면서 얼굴에 뾰루지 같은 것도 자주 나면서 특히 대변상태가 시원하지를 못했다. 간에 열이 많은 태음인에게 인삼이나 숙지황 같은 약이 들어간 한약을 처방하면 대체로 호전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원인은 사람마다 타고난 장부의 기운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아주면 우리 몸은 가장 최적화된 상태가 된다. 이렇게 몸이 균형을 되찾게 되면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자잘한 문제들은 자연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체질을 알고 치료하면 병 치료가 정말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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