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보약 같은 밥상’을 선보여 건강에 관심 많은 웰빙족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산나물 전문 음식점이 석촌호수 부근에 자리 잡은 싸릿골 산채왕이다.
소박하면서 깔끔하게 인테리어 된 식당 안에는 ‘사찰 음식이 아닙니다. 궁중 음식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대중음식도 아닙니다. 다만 주옥같은 우리 음식일 뿐입니다’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다. 주인장의 건강식에 대한 ‘고집’이 읽혀졌다.
곰취, 명이나물 귀한 산나물 선보여
이곳의 나물들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들판에서 뜯거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 아니라 약초꾼들이 산골 굽이굽이 다니며 직접 채취한 산나물들이다. 곰취, 참취, 병풍취, 다래순, 가시오갈피 햇순, 산 민들레, 참나물, 두릅, 원추리, 명이나물, 산더덕과 함께 목이버섯, 석이버섯, 황금송이버섯까지 다양한 산채와 버섯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예전부터 산나물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공부했어요. 덕분에 산나물 캐는 분들과 인연을 맺었지요. 2년 전 음식점을 오픈한 뒤부터는 이 분들에게 산나물을 꾸준히 공급받고 있어요.” 주인장 송명호씨의 설명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천연 먹거리인 산채는 탁월한 해독작용 효과가 있다. 겨우내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 주고 꼭 필요한 각종 미네랄 성분을 공급한다. 풍부한 섬유질은 장 청소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나물마다 특유의 효능이 있다. 사포닌, 단백질 등이 들어있는 두릅은 위장병, 당뇨병, 신장병 치료에 좋고 원추리는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때문에 스트레스,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
조미료, 자극적인 양념, 짠맛 없는 ’3Out 조리원칙''
이곳의 대표 메뉴는 왕정식. 각종 산채가 푸짐하게 나오는 모둠 산나물에 더덕구이, 오리훈제, 장떡, 된장찌개 등이 한상 가득 나온다. 많이 먹으면 명이 길어진다고 해서 ‘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귀한 명이나물(산마늘)도 양껏 먹을 수 있다. 이 집은 독특하게도 ‘인공 조미료, 자극적인 양념, 짠맛 Out''이라는 ’3Out 조리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나물 특유의 토속적인 맛을 살리기 위해 들기름에 살짝 볶은 뒤 심심하게 간을 했다.
각종 나물을 나물에 싸먹는 방식도 재미있다. 명이나물이나 곰취 장아찌는 접시에 펴 그 위에 고사리, 참취 등의 모둠 나물 서너 가지를 함께 얹어 쌈을 싸먹으면 나물 특유의 향긋함이 어우러진다. 정식에 함께 나오는 오리 훈제도 별도의 소스 없이 나물에 싸 먹는다. 모든 나물류는 무한 리필을 해주기 때문에 푸짐하게 양껏 먹을 수 있어 나물 마니아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심 좋은 ‘나물 리필’ 서비스
장떡에는 고사리, 취나물 등 각종 나물을 넣고 부쳐내 향긋한 뒷맛이 느껴진다. 두릅 장아찌, 새송이 장아찌, 표고 장아찌 등도 짜지 않으면서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이 좋다. 간수를 뺀 소금으로 특별히 만든 특제 간장으로 모든 음식을 심심하게 간을 하고 있다고 주인이 귀띔한다.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약간의 고춧가루가 들어간 두부조림은 적당히 부드러우면서 구수하다. 접시가 비자 리필도 바로바로 해주었다.
붐비지 않은 한가한 시간에 간 덕분인지 주인장이 나물의 종류와 효능, 쌈 싸먹는 법까지 친절하게 차근차근 일러주어 제대로 ‘손님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참기름, 소금, 깨소금에 각종 나물과 밥을 넣어 쓱쓱 비벼먹어도 좋다.
나물 맛이 정갈해 식사를 하고 난 뒤 속이 편안하면서 개운하다. 웰빙 음식점이다 보니 건강식에 관심이 많은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편. 다만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 있다. 정식 외에는 산채비빔밥, 산채 만둣국 등 단품 요리와 함께 버섯전골, 두부전골, 낚지볶음, 오리훈제 등의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식사 후에는 봄꽃이 만발한 식당 바로 건너편에 있는 석촌호수 주변을 산책하며 봄을 만끽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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