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 하면 그냥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줄 그어놓고 하는 운동으로 생각했다. 간혹 1박2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승기도, 이수근도 족구 하는 모습을 보였다.
족구는 남자들만 하는 운동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전주지역에 여성족구단이 있다. 그것도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13번이나 우승할 정도로 화려한 전적을 뽐낸다. 전주지역 주부들로 구성된 ‘하나여성족구단’. 족구에 중독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연습벌레 아줌마들
하나여성족구단은 2004년 12월에 창단해 별 계획 없이 1년을 보냈다. 하지만 회원들 사이에서 ‘열심히 해보자’는 의기투합이 이뤄졌다. 이렇게 2005년 11월부터 본격적인 동계훈련에 돌입했다.
하나여성족구단은 강도 높은 연습량으로 유명하다. 매일 저녁 8시 반에 모여 두 시간씩 운동을 했다. 연습하고 연습했다. 때로는 족구경기 모습을 동영상으로 녹화해 잘못된 점을 고치고, 남성족구단의 스킬을 회원들 스스로 독학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이들은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13번의 우승과 준우승 2회, 3위 1회의 성적을 거둬 최정상급 팀으로 급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순희(53) 단장은 “작년에 전국 16개 곳을 돌면서 전국대회에 참가했다”며 “전국체전에서 족구가 시범종목인데, 그 대회에도 참가해 금메달을 땄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멤버 중 3명은 같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어 팀워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탄탄하다.
전위에 있는 화려한 공격수. 축구에서는 스트라이커쯤 되는 역할을 하는 이가 강미자(40) 씨다. 강미자 씨는 “지금 족구하는 것처럼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전교 1등은 했을 것”라며 “회원들 모두 족구에 미친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하지만 하나여성족구단이 이처럼 족구를 열심히 하기까지 남편들의 든든한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터. “남편들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아이들도 엄마가 운동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해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특히 여성족구단 회원들 남편 중에는 온고을족구단 회원들도 있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족구는 우리나라 전통종목
족구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생긴 전통 구기 종목이다. 물론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지만 인지도가 높다. 아마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이 된다면, 하나여성족구단이 세계 랭킹 1위는 접수했을 듯 싶다.
김순희 단장은 “족구는 배구와 유사한 점이 많다”며 “3세트에 2세트 선승해야 하고 15점을 먼저 따면 됩니다. 14점에서 동률이 되면 듀스 시스템을 적용합니다. 세 번 만에 상대방 코트로 공을 넘겨야 하고, 바운드는 한 번 가능합니다”고 설명했다.
족구는 축구보다 다칠 염려가 적고, 좁은 장소에서 많은 장비 없이도 경기가 가능해 안성맞춤이다.
실내체육관 건립 약속 ‘꿈은 이루어진다’
강미자 씨는 “처음 대회 출전했을 때는 입상만 하자 했는데, 준우승을 하니까 우승하고 싶고, 우승하니까 1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운동한다”고 밝혔다.
사실 여성족구는 생활체육 중에서도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시도의 지원 없이 상금과 사비를 털어 운영되고 있다.
회원들은 “눈 내리고 비가 와서 운동을 못할 때가 가장 아쉽다”며 “작은 공간에 지붕 정도만 얹어줘도 좋겠다”고 전했다.
하나여성족구단은 예전에 전통종목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하고 도지사의 초청을 받은 적이 있다. 김순희 단장은 “도지사님이 전통종목에서 우승하면 실내체육관을 건립해 주시겠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지난해 대회가 없어진 거예요. 다른 전국대회에서 13번이나 우승했으니까 그 약속을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고 말했다.
족구 세계화와 유소년팀 활성화에 앞장
하나여성족구단의 목표는 족구를 엘리트종목으로 활성화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강습을 통해 전주지역 초·중 동아리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인 비전으로 족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김순희 단장은 “태권도처럼 족구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는 그날까지 족구사랑은 계속된다”며 “족구를 통해 여러분도 체력을 단련하고 스트레스를 풀어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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