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헌책방-경향서점

향수보다 더 향기로운 낡은 책내음 찾아 떠나 볼까요

지역내일 2012-03-14

 안양 2001아울렛과 우리은행 골목으로 들어섰다. 몇 걸음 옮기니 ‘중고책 고서점’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듯 하여 살며시 문을 밀어보았다. 낡은 책에서 나는 오래된 책내음이 코끝으로 전해졌다. 향수보다 더 향기롭게.
 밖에서 볼 때는 아주 작은 헌책방 같더니 실내가 생각보다 넓다. 참고서에서부터 시작해 일반서적, 패션지, 여성지에 이르기까지 출판물이라면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서적들이 책장마다 빼곡이 채워져 있다. 토요일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꽤 북적인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도 눈에 띈다.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만화책을 보느라 문 여닫는 소리, 사람들 지나다니는 소리에도 눈길 한 번 없이 책장을 넘긴다. 아이 옆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어릴 적 읽었던 낯익은 책들이…. 숨겨진 보물을 찾은 듯 반갑다. 궁, 올훼스의 창 등 순정만화들, 아기공룡 둘리, 꾸러기 손오공, 액션가면 짱구도 눈에 띈다.
 안으로 더 들어가니 오래된 소설부터 외국서적까지 분야별로 책장을 가득 메운 책들이 보이고 자리를 찾지 못한 책들은 모퉁이에 겹겹이 자리를 잡았다. 단행본의 경우 단돈 2000원 선. 책 옆면에 2라고 숫자가 표시돼 있는데 그게 가격이라고 단골손님인 듯 책을 고르던 옆의 손님이 친절히 알려준다. 요즘 책값이 만원을 훌쩍 넘기는 것을 생각하면 횡재를 한 기분이다.


추억 되살려주는 책 읽는 재미 쏠쏠
 이곳은 안양에 오래 산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아는 28년 전통을 자랑하는 중고책서점 ‘경향서점’다. 1984년 안양중앙지하상가에 처음 문을 연 경향서점은 중고서적을 취급 판매하는 곳으로 비슷한 규모의 헌책방들이 예닐곱 모여 있었다. 하지만 둘 셋 문을 닫고 유일하게 명맥을 이은 경향서점은 대표 고 한상동씨가 쉬는 날 없이 서점을 운영해 모은 돈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았다.
 초대 대표 고 한상동씨는 한옥 두 채를 합쳐 만든 40평 남짓의 공간에 인테리어와 책장, 수납공간을 모두 직접 만들어 넣었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는 그곳에서 2008년 고 한상동 대표는 갑자기 일하다 쓰러지고 그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를 갑자기 잃은 큰 딸 한한이(31))씨와 동생 한한모(29)씨는 고서적과 헌책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과 관심을 알고 있었기에 고민 없이 책방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젊은 감각 탓일까. 책방은 이전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정리를 잘해 놨다. 이는 경향서점이 운영하고 있는 헌책방 인터넷 사이트 ‘아단문고’를 통한 책 주문에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책이 꽤 많다는 감탄에 한한이 대표는 “책을 모아두는 창고가 3개 있었는데 월세가 만만치 않아 최근 2개를 처분하고 인근에 방 3개 짜리 빌라를 얻어 책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난이 있지만 안양에서 오래 자리를 지켜온 만큼 추억이 어린 곳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 지역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없앨 수는 없다고.
 한 대표는 10년을 넘게 한 책을 찾아온 손님이 이곳에서 드디어 손에 넣게 됐다며 감사인사를 전했을 때, 중고등학생 시절 경향서점에서 참고서나 인문학 책을 사봤던 학생이 대학에 들어갔다고 소식을 전해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동생 한모씨 역시 마찬가지. 절판된 자신의 책을 구하던 작가가 도서관에서도 찾지 못하다 아단문고에서 찾았다며 기뻐했을 때, 픽사의 애니메이터가 찾던 미술 화보를 아단문고에서 발견하고 메일로 주문을 의뢰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남매가 헌책방을 포기하지 않는 까닭이다.


낡은 책에서 나는 책내음, 비좁은 공간, 저렴한 가격
 헌책방 경향서점은 약 10만 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가게 안에만 3만 권의 책이 있다.
참고서를 비롯해 소설 등 읽고 싶었던 책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 뿐더러 집에 보관하고 있는 버리기 아까운 책들을 판매할 수도 있다. 특히 전과 또는 구입하고 풀지 않은 문제집 등도 비교적 고가에 팔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요즘 같은 새학기에는 찾는 학생들이 많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일요일은 휴무다. 인터넷 서점도 운영하고 있어 원하는 책들은 편리하게 집에서 받아볼 수도 있다. 헐었지만 낡지 않은 책들이 가득한 곳, 이번 주말은 아이와 함께 헌책방으로의 나들이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다. 빠르고 좋은 것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에게 아날로그 시대의 옛이야기는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청춘과 열정을 쏟아 부었던 옛 시절을 떠올려 보면 누구나 애틋한 추억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헌책방에서 찾은 그 아련한 추억이 오늘 하루 힘들었던 일들을 잊고 내일 앞으로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힘을 안겨줄지도.
경향서점 인터넷서점 아단문고 031-445-0972(www.adan.co.kr)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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