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0일 대전 동구 ㄱ 초등학교 강당에서 졸업식을 마친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졸업생 몇 명은 운동장 구석으로 뛰어갔다. 그곳엔 선배 졸업생을 기다리는 5학년 후배들이 손에 선물을 들고 한 줄로 도열해있다. 졸업생들이 선물을 낚아채 듯 빠르게 수거할 때마다 구령처럼 큰 소리로 외쳤다. “좋은 후배가 못 돼 죄송합니다.” 졸업생도 답한다. “좋은 선배가 못 돼 미안하다.” 마치 폭력조직 영화를 보는 듯하다.
‘양’ 맺지 못하면 ‘찌질이’
학교폭력이 도를 넘었고, 초등학생으로 이어지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아이들은 폭력이나 일진회를 단순한 ‘놀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명 ‘양 맺기’로 알려진 것도 상납이나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각한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이러한 행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ㄴ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박 모양은 “6학년 언니들이 졸업해서 기쁘다”며“하지만 하교 후에 중학생인 언니가 학교로 찾아올까 불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초등학생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일명 ‘양 맺기’로 의형제를 맺은 선배 때문이다.
박양은 잘 나가는 선배와 가까운 사이면 다른 선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 같아 무심코 선배인 김양과 양을 맺었다. 그 때부터 박양의 초등학교 생활은 꼬이기 시작했다. 박양은 선배 김양의 생일은 물론 김양의 남자 친구의 생일, 발렌타인데이 등 각 기념일마다 다양한 선물을 상납했다.
양 맺기란 선후배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맺은 친선 성격의 관계맺음이다. 형제나 자매가 없는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던 ‘맺기’가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학교폭력의 근원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양 맺기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연결고리로 묶여 있어 다단계 피해자가 나올 수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상납, 폭력, 연좌제로 이어져
“머, 양언니한테 돈 좀 상납하고 몇 년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거죠. 대신 양언니가 선배한테 찍히면 저까지 같이 찍히는 거라 복불복이에요.” ㄷ고등학교 1학년 김예림 양의 말이다. 체격이 컸던 김양은 초등학교부터 사촌 언니들의 옷을 물려받아 입었다.
또래보다 튀는 옷을 입는다는 이유로 선배들에게 찍혔고, 5학년 내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급식실에서 김양의 배식판은 선배들 손에 뒤집어지는 일은 다반사고 친구들까지 봉변을 당했다. 오카리나와 영어 웅변이 특기인 김양이 교내 행사에라도 참여해 발표를 하면 ‘잘난 척 하지 말라’며 선배들이 괴롭혔다.
중학교 진학 후 김양은 자신을 보호해 줄 양언니를 찾았다. 그러나 김양의 양 언니가 선배에게 찍히면 김양도 함께 보복을 당했다. 그래도 김양은 초등학교 생활보다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런 ‘양 맺기’ 가 상납이나 폭력, 이성끼리의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학부모와 교사들은 실태조차 모르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의 학교 폭력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다. 실태를 파악하고 피해사례가 있는지 점검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철저한 신상 보안으로 제보자를 보호하니 피해자들의 제보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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