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거리의 LP 카페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이들의 소중하고 아늑한 공간

LP판은 추억을 싣고~

지역내일 2012-03-05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귀에 작은 이어폰을 꽂고 MP3로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깨끗한 음질의 CD로 음악을 들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카세트테이프, 그리고 또 더 올라가면 추억의 LP가 나온다. 한 때 최고의 생일선물 품목이자 이성에게 속마음을 고백하는 수단이 되었던 LP.
 
작은 흠이라도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일일이 먼지를 닦아내고 조심스레 바늘을 올려놓고 듣던 LP의 아날로그적인 매력은 카세트테이프나, CD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유의 맛이 있다. 그래서인지 같은 음악도 LP로 들으면 어쩐지 더 정겹고 푸근하게 느껴진다. 하나하나 저마다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LP. 사람들은 술에 취한 듯 음악에 취해 자꾸만 과거로, 젊은 날로 시계를 되돌린다. 

세련된 이미지의 강남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카페와 클럽들이 문을 열고 닫지만 꿋꿋하게 한 자리를 지키며 그 옛날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어울려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LP 카페들이 있다. 인테리어 수준으로 LP 몇 십 개를 모아놓은 곳이 아니다. 수백, 수천 심지어는 수만 만장의 LP를 모아놓고 가슴이 뻥 뚫리도록 큰 소리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대표적인 4곳을 소개한다. 특이한 것은 아날로그적인 LP카페들이 모여 있는 곳이 강남에서도 감각적으로 가장 빠르게 변한다는 압구정동에 모여 있다는 사실이다.


◇ 피터 폴 앤 메리 (Peter Paul and Mary) 


압구정 성당 부근 골목 안쪽에 위치한 LP카페 <피터 폴 앤 메리>. 소개하는 4곳 중 가장 먼저 압구정동에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고 최고의 사운드로 LP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18인치 서브 우퍼를 비롯해 스피커 유닛 총 14개가 동원된 초대형 시스템이며 대형 파워 엠프가 5대, 방송용 턴테이블 Techniks SP10-MK2 두 대, 방송용 믹서 STUDER 269 등 프로페셔널 장비를 동원한 국내 최고의 사운드를 갖추고 있다. 공간도 여유가 있어 테이블 간격이 넓고, 만여 장의 LP진열장과 DJ 코너도 안쪽으로 배치되어 있다. 

손님의 대부분은 7080세대. 올드 팝 위주이다 보니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과거로의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고의 사운드로 음악 듣기를 고집하는 한계남 사장은 언제나 오후 3시쯤 카페에 나와 홀로 사운드를 느끼며 자신만의 음악 감상 시간을 갖는다.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 1만 2천~1만 3천 장의 LP와 사운드 기계가 있어 개인적인 감상 시간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음악은 몸으로 듣는 겁니다. 확실한 사운드로 음악을 듣고 나면 귀로 듣는 음악에는 흥미가 떨어질 거예요. 오감이 음악에 다 반응하는 맛을 알게 됐는데 어떻게 사운드를 포기할 수 있겠어요. 저와 함께 최상의 사운드를 경험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따로 제 개인 감상 시간에 모실 수도 있습니다. 단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주셔야 합니다” 사운드에 대한 신념을 밝히는 한계남 사장의 말이다. 

영업시간과 다른 사운드 장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LP를 교체하는 사이 음악이 나오지 않는 몇 초간의 공백을 손님들은 기다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더욱 좋은 음질의 사운드 장비는 포기하고 음악이 연속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턴테이블 2개를 사용한다고 한다. 카페 오픈은 오후 7시. 영업시간에는 주로 손님들의 신청곡을 위주로 선곡한다. 

영업시간: PM 7:00 ~ AM 2:00 (일요일은 자정까지)
휴일: 명절
좌석 수: 60-70석
주차: 대리주차 가능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576-3 B1
연락처: (02) 547-2838


◇ 트래픽 (Traffic) 


압구정동 신사 중학교 건너편 가로수 길 초입에 위치한 LP카페 <트래픽>. 7년 전 <핑거스 존> 다음으로 압구정동에 자리 잡은 뮤직바다. 무려 1만 5천여 장의 LP를 보유한 곳으로 카페 한쪽 벽을 LP가 꽉 채웠다. LP판 진열장은 실내를 압도하는 분위기를 풍긴다. 50대 후반의 사장님은 82년부터 음악다방을 운영하며 손님들과 함께 LP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듣기를 즐겨왔다고 한다. 사장님은 카페에 있는 LP 외에 개인적으로 6천여 장의 LP를 더 소장하고 있다. 

단골손님 중엔 음악다방 초창기 손님인 83학번 친구들도 있고, 이제 갓 20대가 되어 부모세대의 음악이 듣고 싶어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지만 30~40대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손님들이 <트래픽>을 찾아와 음악으로 하나 되어 즐기고 스트레스를 확 풀고 가는 것을 보면 정말 좋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누군가가 알아주고 그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오영길 사장의 말이다. 

오영길 사장은 언제나 직접 DJ를 맡는다. 손님의 신청곡을 대부분 틀어주는 편이지만 때로는 DJ의 기분으로, 때로는 날씨 탓으로, 때로는 손님들의 연령층 탓에, 때로는 정치·사회적 이슈 탓에 DJ가 단독으로 선곡하는 경우들도 많다고 한다. “트래픽은 그날그날의 선곡과 장르가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한 열 번 정도는 와 보셔야 ‘아~ 트래픽의 분위기는 이렇구나’하고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자부심에 가득 찬 오영길 사장의 말이다.

영업시간: PM 7:00~AM 2:00
휴일: 일요일, 현충일, 명절
좌석 수: 40~50석
주차: 없음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8-5 B1
연락처: (02) 3444-7359 


◇ 핑거스존


압구정동 한양타운 제일은행 옆 골목 50m 왼쪽 편 삼양슈퍼 2층을 찾아가면 <핑거스 존>을 만날 수 있다. 다른 LP카페들이 지하에 있는 것과 달리 <핑거스 존>은 2층에 있다. 사장님의 학창시절 별명이었던 핑거에서 유래 되었다는 카페 이름 <핑거스 존>. 

이곳의 특징은 DJ의 선곡이 거의 신청곡 위주로 정해진다는 점과 모니터로 뮤직비디오를 즐기는 ‘보는 음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게리 무어가 70년대 후반 밴드 ‘씬리지(Thin Lizzy)’시절 연주했던 명곡 ‘스틸 인 러브 위드 유(Still In Love With You)’의 공연 실황도 볼 수 있다.

2만 여장의 LP와 7천여 편의 뮤직비디오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핑거스 존>. DJ중심의 공간이라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맞춰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실내 분위기도, 찾아오는 고객들의 연령도 젊다.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나 연예인, 방송국 PD들의 출입도 잦은 편이다.
다른 곳들은 대부분 사장님이 직접 DJ를 보지만 <핑거스 존>의 사장님은 주로 평일 밤시간에만 나오고 대부분의 시간은 ‘젊은 오빠’ DJ가 선곡을 진행한다. 

영업시간: PM 7:00 ~ AM 4:00 (일요일 PM 8:00 ~ AM 2:00)
휴일: 명절
좌석 수: 40여석
주차: 대리주차 가능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5-45 2F
연락처: (02) 517-9121 

<핑거스 존 DJ가 뽑은 신청곡 BEST 5>
1. Southern All Stars -Skipped Beat
2. Queen -Bohemian Rhapsody 
3. A-Ha -Take on Me
4. Eagles -Hotel California 
5. Michael Jackson -Billie Jean 


◇ 전자신발


<전자신발>은 앞의 세 곳과 달리 사장님이 젊은 여성이다. 그래서 그런지 실내 인테리어도 다른 곳처럼 아날로그적이지만은 않다. LP 시대의 음악을 찾으면서도 그 음악을 보면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한 쪽 벽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로 DVD 공연실황 등을 보며 실제 공연에라도 참여한 듯 음악을 즐기고 함께 함성도  지르며 땀에 흠뻑 젖도록 노래를 즐기는 곳이 바로 <전자신발>이다. 그렇다고 고객의 연령층이 젊은 것도 아니다. 감각적으로 보는 것과 공연 음악을 즐기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피터 폴 앤 메리>가 클래식한 우아함을 갖추었고, <트래픽>이 음악다방의 따뜻함을 갖추었다면 <전자신발>의 실내는 보헤미안의 편안함이 있는 곳이다. “LP는 대략 5천 장 정도 갖고 있어요. 하지만 CD와 DVD도 많이 틀어요. LP의 보유량 보다는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거든요. 전 록의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유, 평등, 사랑 이런 록의 정신을 실내 인테리어에서나 선곡에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여사장님의 말이다.
카페이름은 왜 <전자신발>이라고 지었을까? “일렉트릭의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록에서 일렉트릭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일렉트릭 기타를 우리는 전자 기타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전자’를 따왔고, 재미있으라고 신발을 붙여봤어요.” 사장님의 설명이다.

영업시간: PM 8:00 ~ AM 3:00
휴일: 일요일
좌석 수: 40여석
주차: 발렛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6-25 B1
연락처: (02) 3442-4847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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