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공부 즐기는 ''혁신학교'' 확산, 성적은 덩달아 오른다"

혁신학교 50개 확대 … 올해 재미있는 ''혁신 유치원'' 도입

지역내일 2012-03-04



"지난해 12월 아침에 전주남초등학교 근처로 교통자원봉사 나갔습니다. 신호등에서 어린학생이 대기하고 있길래 ''학교가는게 즐겁습니까''고 물었어요. ''아니요'' 그러더라고, 그래서 ''왜 요'' 했더니만 돌아온 답이 뭔줄 아세요. "학교도 숙제, 엄마도 숙제…"  그날 교육청에 돌아오자마자  초등학교 방학숙제는 1인당 1가지씩만 내라고 했습니다. 부모가 해주는 것 말고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숙제전시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검사하기 위한 숙제가 아니잖아요. 학교가는 게 즐거워야 하는게 정상인데"


김승환 교육감 취임 후 전북도교육청은 행정의 무게는 빠지고 ''현장'' 중심으로 전환한 느낌이 확연하다. 교육청의 변화는 김 교육감이 주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NS를 통해 학부모는 물론 고등학생들과도 격의없는 토론의 장을 이어간다. 온라인 공간 뿐 아니라 막걸리 번개모임에도 참석해 교육현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교육감 관사 대신 오래전부터 살던 익산의 아파트에서 출퇴근을 한다. 그의 격의 없는 행보는 스스로도 ''교육감 권위가 없나'' 자문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승환 교육감은 혁신학교와 학교폭력, 교원평가, 학력신장 등 교육현안에 대해선 확신에 찬 지론을 폈다. 진보적 교육정책이 원인이 돼 교육과학기술부와의 잇단 대립각을 세우고 법정에 서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으나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오히려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면 즐겁게 법정에 서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신학기 개학을 앞둔 지난 2월 27일 전북교육청에서 진행됐다.  

- 농촌지역 학구 조정을 건의하겠다고 했는데요.
전북의 농산어촌 학교가 67%가 넘습니다.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학교가 폐교위기에 몰렸죠. 교육당국에서 특별히 학생 지원책도 없어요. 그래서 농촌 작은학교를 혁신학교로 진행하고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학생·교사·학부모가 어울려 재미있고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입소문이 나면서 도시에서 학생들이 전학을 와요. 그런데 당장 일자리가 없으니 도시에 살면서 농촌학교로 전학을 보내는데 이게 법 위반입니다. 사립학교나 교대부속을 빼고는 주거지 중심의 학구로 운영되기 때문이죠. 교육비 투자가 월등한 서울 강남으로 가서 엘리트 코스를 밟겠다는 것이 아니라 농촌학교로 가겠다는 것인데 똑같은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타당하지 않죠. 그래서 이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바꿔 달라는 겁니다. 지역 사정에 맞게 교육감이 제한적으로나마 학구를 조정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 농촌의 작은 학교를 살리자는 것입니다. (교과부는 지난해 전북지역 농촌 혁신하교 3개교 재학생 215명 가운데 145명이 위장전입을 통해 전·입학 했다면서 전북교육청에 기관경고를 내렸다)


- 지난해 혁신학교를 20곳 지정했고 올해 50개로 늘릴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혁신학교 지정 후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간단합니다. 아이들이 눈 뜨자마자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면 됩니다. 구성원 모두가 즐거워야 겠지요. 혁신학교에 가 보면 바로 느낄 수 있을겁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즐거워 합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것에 긍지를 갖고 스스로 움직입니다. 굳이 수치화 된 성과를 말한다면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기초학력미달학생비율도 현저하게 개선됐습니다. 임실 대리초등학교는 미달학생비율이 0이고  관촌중학교는 도내 중학생 평균 4.1%보다 훨씬 낮은 1.86%입니다.  특히 2012년 혁신학교로 새로 지정된 삼계중· 청웅중, 예비 혁신학교인 성수중학교도 0%인데 말 그대로 혁신학교 지정을 지렛대 삼아 학교 혁신분위기가 인근 학교로 확산되는 형국입니다.


- 혁신학교의 그런 변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왜 안됐을까요.
학교변화의 중심에는 교사가 있습니다. 사명감 넘치는 교사가 많으면 그 학교는 잘 되는 겁니다. 특히 우리 전북지역 교사들은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자기 각오가 높은 것이죠. 물론 지역 학부모들의 열정도 높은 점도 가미됐고요. 학교교육에 대한 열정이 분출된 것으로 봅니다. 또 예전에는 교사들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본질에 집중하기 어려운 여건이 많았습니다. 교사들은 교육에 집중하고 이를 위협하는 외풍은 교육감이 막으면 되는겁니다. 



- 모든 혁신학교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일단 규모가 작아야 합니다. 학생수가 적으면 좋고, 저학년일수록 성공확률이 높죠. 처음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했는데 50% 성공률이었습니다. 비교 되니까 부담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우리 전북은 80%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습니다. 올해는 신나게 잘 노는 ''혁신 공립유치원''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신나게 잘 노는, 아이들이 일어나자 마자 유치원 가겠다고 보채는 그런 곳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 정부의 교육정책과 자주 충돌하는 것으로 비쳐집니다. 교원평가도 그렇고, 체육수업 시수 조정도 그렇고.
언론에선 ''진보교육감 길들이기''라고 하던데. 낙인효과를 노리는 것이겠죠. 정부 입장에선 전북교육청의 방식이 입맛이 맞지 않겠죠. 교과부 정책은 기본적으로 교육을 시장영역으로 봅니다. 교육은 효율보단 인간의 가치가 먼저인데 이걸 하나로 묶으려 하니 문제가 발생합니다. 개강 며칠 앞두고 체육수업 늘리라고 해요. 교사나 시간표 배정 다 끝난 후에 지시 해놓고 따르지 않는다고 강압합니다. 당연히 반발이 나올 수 밖에 없죠. 다행히 우리 전북은 교원평가 때부터 일관된 흐름을 지켜왔기 때문에 학교현장에선 차분한 상황입니다. 교원평가도 그래요. 교과부 차관이 와서 그래요. "교육감님, 그렇게 해서는 현장 장악이 안됩니다. 채찍을 써야지". 웃었어요. 상처받은 교사에게 또 채찍을 들라고. 천만에요. 당근도 모자랍니다. 이런 것이 문제가 되어서 법정에 선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설 겁니다. 학생과 교사를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여야죠. 


- 학교폭력 대책을 놓고도 정부와 입장이 다르죠.
학교폭력은 실존하는 문제인데 기본적으로 시도교육청에 맡겨야 합니다. 정부가 지원은 할 수 있지만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지역별로 학년별로 문제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구의 학교와 전북의 학교가 다른데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죠. 사법적 처벌을 받을만한 사안이 있으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지역에 보면 전라고 동암고 영생고 원광여고 순창여중 이런 곳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규율을 정하고 잘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잘 살려야 합니다. 강압적 방식으로 잠깐 덮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됩니다. 학생과 교사가 더 많이 만나서 생활하면 줄일 수 있습니다.


- 학교와 학생에게만 맡긴다면 너무 허술해 지지 않을까요.
학생들은 무조건 자유로운 것만 원할 것이다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우리 생각에는 학생들이 결정하면 마음대로 할 것 같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어른들보다 훨씬 보수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전주 한 고등학교는 두발자율화를 놓고 스스로 결정한 사안이 ''자율로 하되 귀를 덮으면 안된다''고 결정했어요.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아이들 사정이 다 다른데 무조건 자리에만 붙잡아 놓는 것이 방책은 아니죠.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저를 보고 ''너무 이상적''이라고 하지만, 두고 보십시오.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 학생인권과 학교의 자율성에 치중해 교육청이 학력신장에는 미온적이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결코 아닙니다. 학력신장은 교육감으로써 당연한 관심사항 1순위입니다. 문제는 방향과 원칙입니다. 입시중심 교육 세게 안한다고 지적한다면 그건 맞는 말입니다. 물론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대책도 일부 반영해서 보완하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론 입시중심의 교육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즐기는 아이들이 성적도 높게 나올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이 공부를 즐길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를 비굴하게 만드는 상황에선 공부잘하는 학교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근평을 빌미로 교사에게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게 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교장에게 수업 외의 일로 혼난 선생님이 학생들 앞에서 웃으면서 수업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상처 받는 교사가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열성적으로 지도하고 수업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나부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직 혁신학교 운영이 1년 밖에 안 되어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혁신학교에서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중에 성적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력신장과 관련해선 기대해도 좋습니다. 반드시 높아집니다.


- 올해는 선거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치권의 변화가 교육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텐데요.
다른 것은 제쳐둔다 해도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 개선과 교사충원에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는 교사 총원을 정해놓고 1인당 학생수를 기준으로 배치하고 있는데 수도권 편중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학급당 교원수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 85% 충원율이었는데 지금은 75% 수준입니다. 또 하나는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정책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주5일제 수업은 17년 전에 입안된 정책입니다. 그런데 준비없이 세월 보내다가 초등학생 수업을 하루 7교시까지 하라고 합니다. 정상적인 결정이 아닙니다.
 
-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청 정책에 반영된 사례가 있는지요.
이동하거나 여유가 있을 때마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에서 ''채식의 날''을 정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일단 반응을 살펴야 하니까 주1회 시범운영 해보고 안정적이면 적용하겠다고 반영했습니다. 또 어떤 분은 단위학교에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인데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하길래 약속을 잡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학부모들이 실제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책을 들고 와서 보여주며 실상을 알립니다. 현장의 소소한 일을 그대로 전해주는데 우리 실무자들이 보고하지 않는 내용이 적잖게 있습니다.


- 신학기인데 교육가족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얼마전 신임 장학관 ·교장, 교감 발령장 주면서 "어느 시점에는 줘야만 하는 자리에 있는데 여러분이 바로 그 자리"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은 자리인데 뭔가를 받으려고 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막 교사가 된 선생님들에게 주는 자리라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부탁했죠. 학교에서 장학사 컨설팅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교사가 된 분들에게는 화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직업적 관점에서 보면 화가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전시회를 열면 호당 얼마라는 식으로 가격을 생각하겠죠. 직업으로만 보면 교사는 엄청나게 피곤한 직업입니다. 교사의 말 한마디에 어린학생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린이 삶 속에 들어가는 교사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그 외의 나머지 문제는 교육감이 책임지겠습니다. 
학부모와 도민들께도 약속하겠습니다. 학교는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우리아이를 함께 키우는 ''교육공동체''여야 합니다. 전북교육청은 그 길로 똑바로 가겠습니다.
 이진우 팀장·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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