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정가수학전문학원
부원장 공학박사 조경우
기원전 3세기경 이탈리아 시칠리 섬의 시라쿠사에 아르키메데스 (287-212 B.C.)라는 유명한 학자가 살았었다. 그는 임금인 히에론에게 수학을 가르치곤 했다. 하루는 임금님이 그에게“수학을 배워서 어디에다 쓰는가?”라고 물었다. 아르키메데스는 친절하게도 예를 들어 지렛대와 도르래로 무거운 물체를 들 수 있는 것 등이 모두 수학적인 원리를 이용한 것임을 설명하였다. 또 포물선의 성질을 이용한 포물거울로 햇빛을 모아 로마함대를 무찌를 수 있었던 것도 수학의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 자신은 수학의 쓰임보다도 자연에 숨어있는 섭리를 발견하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었다. 지금도“수학을 배워서 어디에다 쓰는가?”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역사적으로 볼 때 수학은 인류 최초의 학문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수학은 곧 철학이었다.
화음 이론, 원근법, 투시도, 측량, 천체 관측 등 모든 것이 수학에서 비롯됐다. 현대 사람들이 추구하는 문제 가운데는“가장 적합한 것을 구하는 것”이 많다. 어떤 상품을 개발할 때 최대 이윤을 남기도록 하는 것에서 부터 인공위성을 설계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대부분 수학으로 해결한다. 과거에는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작동하던 것들이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점점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것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학을 떼어 놓고는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이제 인류 최초의 학문이면서 인류 최후의 학문으로 불리는 수학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기로 하자.
- 학문 탄생의 산파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은 길이 재는 법을 가르쳐줬고,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해 강을 건너지 않고도 강의 폭을 알 수 있게 해줬으며, 산에 오르지 않고도 산의 높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달에 가 보지 않고도 달까지의 거리를 쟀다. 고대 학문의 중심지였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관장이었던 에라토스테네스는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해 하지 정오에 만들어지는 막대기의 그림자를 보고 지구의 크기까지 측정했다. 또 수학자들은 천체의 운동을 관측하면서 시각을 알려줬다.
일 년은 3백65일이며, 한 바퀴 돌면 3백60도이고, 일 년은 12달, 하루는23시간 56분 4.0905초라는 것 등이 모두 수학자 덕분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땅의 넓이를 재는 법도 알려줬다. 이것은 가을에 곡식을 얼마나 거둘 수 있는가를 예측하게 해주었으면, 국가로서는 세금을 걷는 근거가 됐다. 홍수로 강이 범람해 누구 땅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때에도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 수학자들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설계할 때 아름다운 황금비를 제안했으며, 필요한 돌의 양을 미리 알려줬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발견하고, 태양을 도는 행성들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것을 발견한 케플러 (1571-1630)의 업적도 그리스의 기하학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수학은 시대마다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켰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과학을 인도하다
양자역학과 입자물리학에도 군론과 복소수이론, 확률론은 그대로 이용된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갈루아(1811-1832)는 5차 이상의 방정식에 근의 공식이 존재하는 않는 이유를‘대칭성 이론’을 도입해 완벽하게 해결했다. 이 이론은 20세기 초에 군론(group theory), 체론(field theory), 표현론(representation theory)으로 크게 발전했다. 현재 군 이론은 통신을 할 때 잡음이 들어가는 것을 수정하는 방법(error correcting code)에, 또는 일부러 잡음을 넣어 보안에 신경을 쓰고자 할 때도 쓰인다.
20세기 수학자들은‘유한군론과 리군 (Lie group)론’을 통해 자연과 사회 및 인간의 마음에 존재하는 모든 대칭성을 찾아 그것들에 대한 도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4차원 공간이나 그 이상을 설명하고 나아가 물질의 본질을 규명하는 기본 원리로 쓰였다. 과학자들이 자연세계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찾으려고 했던 소립자들을 물질이라기보다‘대칭성의 표현’ 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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