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교복 3천원에 구입했어요~
매서운 꽃샘추위가 반짝 맹위를 떨치던 지난 2월 17일, 용인 신갈고등학교 체육관에는 아침부터 많은 시민들이 찬 공기를 가르며 하나둘 몰려들고 있었다.
40~50대 주부부터 손자를 대동한 할머니, 중ㆍ고등학교 학생들까지 학교 정문까지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은 오늘 행사장의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재킷이 3천원, 바지와 치마는 2천원, 조끼, 와이셔츠, 체육복 등은 1천원. 거의 공짜라고 봐도 무관할 가격에 전시되어 있는 옷들의 정체(?)는 바로 교복.
이날 행사는 용인시 관내 중ㆍ고등학교 교복을 수거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용인시 사랑의 교복나눔’행사였던 것.
신갈고등학교의 체육관 안에는 수천 벌에 달하는 교복들이 해당 학교별 팻말 앞에 가지런히 전시된 채 행사장을 찾은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용인시 3개구 동시에 교복 나눔 장터 열려
이날 행사는 용인YMCA 수지녹색가게와 용인시 새마을부녀회가 주관해 실시했고 용인시 3개구에서 동시 진행되었다.
수지구의 경우는 수지구청 1층 로비, 기흥구는 신갈고등학교 체육관, 처인구는 용인시 실내체육관 1층 로비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손님맞이 행사가 진행됐다.
이번 나눔 장터는 기증받거나 수거한 교복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작은 교복을 가져올 경우 큰 것으로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가장 비싼 동복 재킷의 경우도 3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어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의 높은 호응과 관심을 받았다.
기흥구 언남동의 이정미(42)씨는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 교복구입에 대한 부담이 컸는데 이곳에 와보니 정말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놀랐다”며 “미리 구입한 교복은 30만 원 정도였는데 이곳 행사장에 와서 여벌 바지와 하복 모두를 5천원에 구입할 수 있어 완전 봉 잡은 기분”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특히 오늘 장터에는 주부 뿐 아니라 봄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발길도 잦아 청소년들은 최신 브랜드에 신제품만 선호할거란 인식을 바꿔주었다.
학생들은 옷을 입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재보며 재활용 교복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한솔(중2ㆍ나곡중)양은 “학교 공문을 통해 교복 나눔 행사를 알게 됐고 봄 방학이라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다”며 “용돈으로 여름 하복 상의를 1천원에 구입했는데 엄마에게 효도한 것 같아 기쁘다”며 미소를 보였다.
지역주부ㆍ학생들 호응 높고 나눔 문화로 정착되기 희망해
손자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정순자(69ㆍ마북동)씨도 “작년에 손자 교복구입에 이것저것 합쳐 40만 원이 들었다”며 “키가 부쩍 커진 손자의 교복바지를 보러 왔는데 값도 싸고 옷 상태도 그런대로 괜찮아 행사장에 와보길 잘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요즘 너나할 것 없이 어려운데 어차피 졸업하면 쓸모없어지는 교복을 이렇게 나누고 재활용하니 여러모로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용인시 공무원들과 봉사자들이 힘을 써서 행사를 마련해 주시니 지역주민으로써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늘 행사를 주관한 용인시 새마을부녀회 예숙자 회장은 “처인구와 기흥구 관내 학교를 돌며 약 4천벌의 교복을 기증받거나 수거해 왔다”며 “부녀회원들이 수거한 교복을 세탁하고 다림질과 수선을 해오는 등 자발적인 참여와 열의를 보여줬기에 행사를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며 회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예 회장은 “몇 개 학교(태성중ㆍ고, 용인중ㆍ고 등)에서는 교복수거에 협조해 주지 않아 행사장을 찾은 해당 학교 학부모들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며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좋은 취지로 마련된 행사인 만큼 각 학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며 아쉬움을 덧붙였다.
오늘 장터에는 시민 총 1,700여명이 참여해 교복을 구매해갔으며 판매액은 약 400만원에 달했다. 행사의 수익금은 관내 저소득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지급될 예정. 용인시 새마을부녀회는 처인구청 2층에 상설매장도 운영하고 있어 시민들의 편리를 더했다.
매장은 동절기(11월~2월)는 13:30~16:30분, 하절기(3월~10월)는 13:30~17:00시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운영되고 있다.
문의 031-324-2334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미니인터뷰: 용인시 새마을부녀회 예숙자 회장
교복 나눔에 학교들의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려요
행사장에서 만난 새마을 부녀회 예숙자 회장은 60을 넘긴 나이임에도 행사진행을 진두지휘하며 열의를 보여주었다.
“서민가계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교복 나눔 행사를 개최했고, 졸업생들의 교복을 재사용해 근검절약과 자원순환 뿐 아니라 교복 물려주기 운동의 소중한 의미도 전달된 것 같아 기쁩니다.”
예 회장은 취지에 공감한 학교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노력이 있었기에 행사 진행이 원활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읍면동 부녀회장 및 아파트 부녀회장들이 직접 나서서 2월 졸업시즌부터 행사전날까지 각 학교를 찾아다녔어요. 교장선생님, 학부모운영위원회와 면담도 하면서 교복 나눔 행사에 참여를 독려했죠. 또 참가의사를 보인 학교에는 저희 회원들이 일일이 찾아가 교복을 수거해 왔고 각 동네와 아파트별로도 기증을 받아 오늘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예 회장은 “작년에 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몰려 다소 혼잡했는데 올해는 번호표를 미리 나눠줘 좀 더 쾌적한 상태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행사가 정착돼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행사진행에 앞서 교복 수거에 애로점도 많았다는 예 회장.
“사전에 공문도 보내고 취지를 설명했는데도 협조에 소극적인 학교들이 있어 관내 전 학교의 교복 수거가 이뤄지지 않았어요. 더러는 행사를 달가워하지 않는 교복업체에서 미리 교복을 수거해 간 경우도 있어 아쉬움이 있지요. 좀 더 많은 학교에서 교복 나눔 행사에 적극 참여해 나눔 문화를 정착시켜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성남시 교복 관련 정책은?
저소득 가정에 교복비 지원, 교복 나눔 사업 없어 아쉬움
성남시의 경우는 교복 재활용, 나눔 사업이 시 사업으로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관내 저소득계층 학생들을 위한 교복구입비 지원 사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시, 622명의 학생에게 교복 동복 구입비 총 1억4306만원이 지원됐다.
이는 지난해 3월 ‘저소득계층 자녀 교복구입비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교복비 무상지원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데 따른 것.
성남시 체육청소년과 교육지원팀의 이용행씨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과 차상위 계층 가정의 신청을 받아 지원학생을 선정했다”며 “관내 교복업체 대표자들과 협의를 거쳐 이들 학생들에게 교복의 간접경비를 제거한 최소 비용으로 구입이 가능하도록 했고 지난 2월 17일 학생들에게 23만원의 지원금을 일괄 지급했다”고 전했다.
이 담당관은 “올해는 지난해 각 학교를 통해 지원하던 교복구입비를 주민센터를 통해 시가 직접 지원해 해당 학생들이 취약계층이라는 신분이 학교 내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고 지원시기도 단축했다”고 덧붙였다.
시는 관내 교복업체 대표자들과 다시 한 번 협의를 진행해 교복가격을 최대한 인하토록 하고 하복 교복비는 오는 5월경 지원 금액을 책정해 지급할 예정이다.
이 담당관은 “저소득 학생뿐 아니라 성남시 전 학생들이 교복 관련 나눔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교복재활용 사업도 구상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지는 않았으나 사회적 기업을 통한 교복 재활용 판매, 교복 상설 리폼가게 등 여러 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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