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모제 ‘흑발청춘’ 개발한 통증의학 전문의 정태준 박사
"마음의 상처 치료하는 것이 최고의 통증 치료"
잘나가던 전문의에서 의료기 벤처회사 대표로 … 환자 맞춤형 의료기서 천연 염색제까지
강원도 원주시에서 소망의원을 운영하는 정태준(56) 원장. 의사집안에서 낳고 자라 당연히(?) 의사가 됐다. 대학병원에서 전공과장을 지냈고 개원도 했다. 사회적 명성도 쌓았고 돈도 제법 벌었단 이야기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했던가. 잘 나가던 통증의학 전문의가 의료기에 꽂혀 삐딱선을 타더니 아예 벤처업체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천상 의사였다.
"새파란 여고생이 요실금에 시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부자리에 실례하는 것 자체보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마음의 고통이 더 큽니다."
요실금 치료기를 내놓더니 5년 후엔 피부 박피기를 개발했다. 울퉁불퉁 피부가 주는 심리적 압박감을 겪어 본 사람은 안다. 사업가로도 제법 성공했다 싶었더니 이번엔 염색약을 들고 나왔다. 자기 경험을 담았다.
뜻과는 무관하게 허옇게 변하는 머리색이 주는 스트레스를 겪는 이들이 늘어간다. 두피에 상처를 주지 않고 간편하게 염색할 수 있는 염색샴푸(흑발청춘)를 자기 때문에 힘들었을 아내에게 내놓았다. 염색약이 아내의 마음을 위로하는 통증치료제가 될 거라며 너털웃음을 웃는다.
- 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아니요. 살다 보니 의사가 됐어요. 충북 제천이 고향인데 부친과 형제들 모두 의사입니다. 태어나서 자란 곳이 병원이고, 본 사람이 의사이니 ''나도 의사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대학에서 마취통증의학을 전공했고, 대학병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하고 개원해서 진료를 했죠.
- 그런데 왜 갑자기 방향을 틀었습니까
그게 1990년인데 의료기의 세계적 트렌드가 궁금하더라고요. 진료에 의료기를 쓰는데 도대체 어떤 기술이 접목돼 나올지 궁금했죠.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때만해도 해외에서 들여온 의료기가 전부였으니까. 뒤셀도르프 의료기 전시회에 갔는데 굉장했어요. 뒤통수를 얻어 맞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어요. 환자를 잘 아는 의사가 의료기를 만들면 진료와 치료에 훨씬 도움이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맨 처음 도전한 게 요실금 치료기였다면서요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는데, 시쳇말로 요실금 치료기에 마음이 꽂혔어요. 외국산 치료기는 워낙 비싸서 보통 약물치료에 의존하던 시대거든요. 전기자극을 이용한 국산치료를 개발하면 환자들 가격 부담도 줄일 수 있겠다 싶었지요. 병원도 잠시 쉬면서 연구에 매진했어요. 1998년인가, 치료기를 만들었습니다.
- 의료기 업체 대표로 처음 내놓은 것인데 곡절이 있었겠죠
세상물정 몰랐죠. 생각하던 대로 의료기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치료기를 만들어서 상용화 하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의례 있는 일이지만 정직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더라고요. ''내가 생각을 잘못했구나. 진료나 열심히 하지 왜 기웃거리느냐고 벌 받는 것인가'' 이런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그런 저를 위로해 준것 또한 그 치료기에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절박성 요실금''으로 고생을 했는데 1주간 치료기를 사용했는데 좋아졌다고 연락이 왔어요. 환자가 저를 치료한 셈입니다.
- 그 다음에 피부 박피기를 개발했다면서요
2002년에 피부 박피기를 만들었습니다. 음압을 이용해 얼굴을 자극하면서 박피하는 원리를 적용했는데 ''마이크로더마브레인존''이라고 제법 유명합니다. 미국 등에 수출까지 되면서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통하는 위키피디아아 들어가 보면 제법 설명이 잘 돼 있어요. 개발하고 나서 미국 홍콩 두바이 등에서 제품 홍보로 거의 1년을 보냈어요. 원천기술은 우리 회사가 만들었지만 박피기 디자인과 홍보물은 미국에서 만들었어요. 제품 세계화에 목표를 뒀으니까요.
- 이번엔 염색 샴푸를 개발했다고 하던데요
저도 염색을 하는데 두피가 예민한 편이라 트러블이 적잖이 생겨요. 유명하다는 외국 염색약을 써도 크게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원리를 따져봤어요. 우선 색이 오래가야 하고, 피부를 상하게 하면 안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죠. 색을 입히는 염모제에 산화제를 사용하는데 이걸 바꿔보면 어떨까 하고. 염색약 성분에서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성분을 대체해보자고 시작해서 꼬박 4년이 걸렸어요.
- 염색약이 비슷비슷하지 않나요. 워낙 많은 제품들이 나와 있어서
''흑발청춘''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비산화형 염색 샴푸라고 하면 쉽죠. 국내에선 처음이죠. 두피를 자극하는 물질 대신 하수오, 인삼 등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을 넣었어요. 염색시간도 그냥 샴푸하는 정도인 7분 정도로 줄였죠. 을지의대부속병원 피부과에서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인 받은 후에 식약청 허가까지 받았습니다. 머리 뿐 아니라 눈썹이나 콧수염에도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인증을 받았죠. 가장 가까운 아내가 제일 반기더군요. 이 일 저 일로 늘 밖으로만 돌았는데 염색 샴푸가 선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홍순한 리포터 chahyang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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