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여제, 지구를 들어 올린 손, 한국 역도 간판스타. 장미란(30.고양시청) 선수를 둘러싼 수식어는 많지만 어쩐지 그녀를 보면 세상을 창조했다는 신화 속 여신이 떠오른다. 머리는 백두산에 걸치고 발은 제주 앞 바다에 담그고 누워 있던 여신이 벌떡 일어나 기지개를 켜니 우르르 소리를 내며 하늘이 걷히고 비로소 인간 세상이 만들어 졌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 장미란 선수도 이제껏 믿기 어려운 기록들을 선보여 왔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무게를 번쩍 들어 올리며 새로운 희망의 지평을 열어 보였다.
장미란 선수가 이번에는 어려운 동료와 후배들을 돕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오랫동안 구상해 묵직하게 발걸음을 옮긴 그의 심경이 궁금했다. 태릉선수촌에서 2012 런던하계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는 장 선수를, 전화 통화로 만났다.
장미란 재단 출범, 비인기 종목 후원할 터
장미란 선수는 지난 1일 ‘장미란 재단’의 공식 출범식을 열고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 스포츠 꿈나무들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역도, 육상, 동계스포츠 종목 등 재정을 필요로 하는 올림픽 비인기 종목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다문화 가정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유소년 체육인 양성 및 후원·교육 사업, 스포츠 발전 진흥 연구 사업, 저개발국 체육발전 지원 사업 등을 병행하게 된다.
그 자신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터였다. 전화통화에서 장미란 선수는 부드럽지만 힘 있는 어조로 “어려운 환경의 선수들을 돕겠다. 오랫동안 구상해 온 일”이라고 말했다.
“장학금 주고 끝나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겠다”는 말을 책임지겠다는 듯, 재단 이름에는 선수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
런던올림픽, 경기 즐기고파
고양에 발을 딛고 세계를 들어 올린 장미란 선수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피 묻은 손으로 용상 172.5kg을 번쩍 들어 올린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국민들의 가슴에 용기를 심어 주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인상과 용상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2006~2009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4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와 중국 선수들이 그녀의 기록을 뒤집었다. 오히려 장미란 선수는 여유로웠다. “런던올림픽에서는 기록, 메달의 압박보다 즐기고 싶다”고 했다.
장미란 선수는 “지금껏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밀고 온 힘은 다름 아닌 국민들의 성원”이라고 말했다. “역도 용어도 잘 모르던 국민들이 용상, 인상 이라는 말을 잘 알게 된 것만 봐도 변화를 느낀다”며 웃었다.
삶의 무게 시원하게 들어 올리는 모습, 희망이 되었으면
런던올림픽의 압박이 적지 않을 텐데, 인터뷰 내내 장미란 선수의 목소리는 밝고 힘찼다. 장미란 선수는 “역기 들어 올리는 동작을 보면 마음이 시원해진다”는 말을 들을 때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무거운 중량의 역기를 들 때 자신도 힘들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마음 속 짐을 힘차게 들어 올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낸다.
고양시민들에게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선수들 뿐 아니라 고양시청 소속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후원인으로 나설 때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양시민 여러분도 짐에 눌리지 말고 힘차게 들어 올리셨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경기에 임해서 많은 분들의 마음속에 희망을 전해주고 싶은 것이 저의 꿈이에요.”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아래는 장미란 선수와 일문일답.
-장미란 재단, 어떤 곳인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위한 재단을 재단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여러 군데서 뜻을 함께 해주어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일회성으로 장학금을 주는 재단이 아닌, 스포츠 꿈나무들에게 지속적인 비전을 심어 주고 싶은 의지가 강한 상태다.
-재단을 출범하게 된 계기는?
비인기 종목인 역도를 하면서 옛날보다는 나아지고 후원이나 관심도 많아 졌지만 그래도 부족함이 있어 아쉬웠다. 나보다 후배들은 좀 덜 느꼈으면, 인기 종목과 차이가 차츰 좁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단 활동에 일반인들이 참여할 방법이 있나?
=아직은 사업 구상중이지만 홈페이지(www.roseran.org)에 응원도 할 수 있고 이벤트도 있다. 금전적인 후원도 좋지만 재능기부와 같이, 뜻을 가진 분들이 오셔서 행사 자원봉사 같은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로서 요즘 근황도 궁금하다
=런던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아 태릉선수촌에서 계속 훈련을 하고 있다. 각오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다. 부상 입지 않고 훈련을 잘 소화한다면 어렵지 않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기록이나 메달의 압박을 느끼기 보다는 보는 분들과 함께 즐기는 시합을 하고 싶다.
-역도 말고 일상은 무엇으로 채우나? 요즘 관심사는?
=가장 큰 관심사는 운동과 런던올림픽이다. 시간이 나면 방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음악을 듣는다. 주로 찬송가를 듣고 성경책도 많이 읽는다.
-장미란 선수를 밀고 오는 힘, 무엇인가?
=잘하든 못하든 응원해 주고 좋아하는 분들의 모습이 굉장히 큰 힘이 된다. 믿어 주시는 모습이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된다.
-요즘 폭력 왕따 자살로 힘겨워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뜻하지 않게 가해나 피해 학생들이 서로 상처를 받는 것 같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했으면 좋겠다. 항상 입장을 바꿔 놓고 배려하면 어려운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고양시민들에게 하고픈 말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희망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고양시청 소속 선수들 많이 응원해 주시고 태릉선수촌에서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 관심 갖고 격려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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