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대진고등학교 이태열 교장

학생들이 꿈과 목표를 갖고 학교생활에 충실해야

지역내일 2012-02-24 (수정 2012-02-24 오전 9:43:13)

지난해 23명의 학생이 의학계열에 진학해 서울소재 남자 일반계고 가운데 의학계열 진학으로 2위를 차지하고, 특목고 등을 포함한 전국 219개 고교 가운데서는 26위를 차지한 대진고등학교(노원구 하계동 소재). 지역의 학생들이 진학하고 싶어 하는 일순위 학교인 대진고는 과학중점학교를 비롯해 교육력제고 시범학교, 논술거점학교, 문화예술중점학교 등 교과부 및 교육청 지정사업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일 대진고 이태열 교장을 찾아 최근 교육계의 현안들과 관련한 대진고의 계획을 비롯해 대진고에 관한 궁금증, 그리고 예비고1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들어봤다.


▶‘공부만 열심히 해서 대학가는 시대는 지났다’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2013년 입시에서 서울대 중앙대가 수시에서 80%의 학생을 뽑는 등 대부분 대학에서 수시로 60% 이상의 학생을 선발한다. 수시에서 선발되는 학생들의 경우를 보면 공부 뿐 아니라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한 아이들이 대학을 잘 가는 것 같다. 우리 학교도 올해 입시에서 교내 방송반 반장으로 활동한 학생의 경우, 성적은 부족하지만 방송반 활동을 정말 열심히 해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 2군데에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하기도 했다.


▶요즘 학생들의 폭력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데, 대진고에서는 이러한 학교폭력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학교마다 고민이 많을 것으로 안다. 우리 학교의 경우 5무 운동(학교폭력 없는 학교, 흡연학생 없는 학교, 지각학생 없는 학교, 쓰레기 없는 학교, 도난사고 없는 학교)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생활지도 상벌점제를 6년 이상 꾸준히 적용해 왔으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건강하고 바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선생님들께서 열정적으로 지도해 왔기에 지금까지 큰 사건 없이 안심하고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학생들이 입시를 목전에 두고 있긴 하지만 예술이나 체육, 문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1인1기운동을 통해 오카리나나 탁구 등을 가르치고, 전교생이 참여하는 대진컵 농구 축구대회를 통해 학생 상호간에 이해하고 소통케 하며, 공연 관람의 기회를 갖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즐거움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는 근원적 방법이 아닐까 싶다.


▶최근 교육계의 추세중 하나가 진로교육의 강화라고 보아지는데, 이와 관련한 대진고의 프로그램은?


학생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 보면 많은 학생들이 꿈이 없이 단순히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려고 한다. 그렇기에 조금의 어려움만 닥쳐도 쉽게 방황한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방향성을 잡아주기 위해 진로교육은 꼭 필요하며, 특히 1학년 때부터 진로지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올해 진로진학상담부를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진로관련 강좌를 비롯해 진로의 날, 직업의 날, 전공체험의 날을 운영하며, 2학년 전체 학생이 2박3일간 진로컨설팅캠프에 다녀오기도 했다. 올해에는 이런 행사 외에도 학생들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진로포트폴리오대회, 진로체험소논문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과학중점학교와 영재반 운영은 대진고의 자랑인데 그동안의 운영성과는?


과학중점학교로서, 일반계고지만 과학고 수준의 연구활동을 열심히 하며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진로와 관련해서도 순수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CEO 특강 등을 통해 순수과학으로의 진로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 주요 7개 대학 입학사정관을 초대해 과제연구발표대회를 했는데 경청 후 ‘과학고 수준의 논문들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또한 일본의 카사와자키 고등학교에서는 2년 동안 매해 교사와 학생들이 대진고를 방문해 둘러보면서 함께 과제연구발표나 토론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지식나눔 CEO초청강연을 특강형태로 진행해 LG화학 CEO 등 명사들이 학생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과학중점학교라 상대적으로 인문과정 학생들에게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있다. 인문과정 학생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나?


과학중점학교이다 보니 타 학교에 비해 수학을 많이 강조하기에 인문과정 학생들이 수학의 학업성취도 면에서 오히려 많은 혜택을 받는 면이 있다. 특목고에서 하는 영어전문교과나 국제경제 과목을 개설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인문과정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어 그 안에서 많은 성과들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한국사인증시험 대비반 학생 10명이 1급을 취득하기도 했다.


글로벌경제아카데미 일본문화아카데미 중국문화아카데미 논술아카데미 등 인문사회아카데미를 1년 과정으로 운영하면서 관련 경시대회까지 연계시키며,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 상해의 명문 사립고를 3박4일간 체험하는 등 국제교류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귀국 후에는 국제감각의 견문을 총집합할 수 있게 국제학술논문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영어 중국어 일어 원어민 선생님을 초빙해 외국어 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입에서도 의학계열 합격생이 많은 걸로 아는데 진학지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지난해 23명의 학생이 의학계열에 진학했는데, 올해도 아직 추가합격자가 발표되고 있어 정확하지는 않으나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명문고를 서울대 합격자 수로 이야기하는 현실에서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과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학생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우리 학교에서는 서울대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고등학생 자녀의 대학진학을 위해 꼭 필요한 학부모의 역할은?


먼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대학을 간다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내일신문에서 주관하는 학부모브런치강좌는 상당히 좋은 프로그램이라 느낀다. 또한 결과만 추구하던 자녀교육에서 벗어나 과정을 중요시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많은 학부모들이 대학진학에 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지만, 정보들 가운데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입학사정관제에 관한 관심으로 외부 컨설팅회사에 의뢰해 실패한 학부모들의 사례를 많이 봤다. 대학에서 평가하는 것은 해당 고등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얼마만큼 성실히 했는지의 여부다. 따라서 학교생활이 상당히 중요하다. 학교를 신뢰하고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학교생활에 주력할 수 있게 그에 관한 정보를 학부모들이 취득했으면 한다.


▶예비 고1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고교 3년은 인생에서 중요한 황금기다. 자신의 진로, 목표, 꿈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면서 남과 소통하고 이해하며 남을 잘 되게 하는 학생이 되었으면 한다.


한미정 리포터 doribangs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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