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끝에선 허브향이 풍겼다. 코끝 찡한 애플민트향인가 싶더니 어느새 달짝지근한 레몬밤의 향기로 변한다. 그러다 순식간에 은은한 향기 풍기는 로즈마리로 탈바꿈했다.
그가 내뿜는 향기는 신선한 안심과 만나 명품 스테이크로 탄생한다. 박지영씨가 경영하는 스테이크 전문점 ‘푸른창’엔 언제나 허브향이 넘실거린다.
향기로운 음식은 마음이 기억한다
박지영씨는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 ‘푸른창’을 경영한다. 박 씨는 쉐프에 대한 존경과 직원을 섬기는 마음으로 이곳 푸른창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라이센스가 없어요.”
먹고 살기 위해 장사를 하지만 그것을 끊임없이 포장하려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의 답변은 명쾌하고 솔직하다.
박 씨의 성품을 닮아 그의 요리들도 정직하고 꾸밈없다. 박 씨의 음식들은 엄마가 가족을 위해 차리는 음식처럼 담백하고 정갈하다.
자극적인 맛의 음식보다 담백하고 은은한 향기가 나는 음식은 추억처럼 오래 남는다. 특히 후각으로 기억하는 맛은 혀가 기억하는 맛보다 길고 정확하다. 그래서 남들에겐 노역 같은 작업도 그에겐 즐거움이다. 그의 음식들이 누군가의 추억으로 남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가 차린 샐러드 바엔 그런 음식들로 가득하다. 허브와 큼지막한 닭 가슴살과 토마토를 넣고 끓인 인도 커리가 있고 직접 구운 빵들이 있으며 선홍빛 훈제 연어와 군침 도는 퓨전스튜가 있다. 또한 어디에서도 맛 본 적 없는 고추장 마카로니, 허브 갈릭 치즈, 허브 티 그리고 브라우니 등등. 박 씨가 직접 반죽하고 재배하고 끓여 만든 음식들이다. 단일 메뉴로도 손색없을 만큼 맛이 탁월한 성찬의 향연이다.
스테이크와 허브 갈릭 치즈, 찰떡궁합
스테이크는 그릴에서 직화로 초벌구이를 한 후 오븐에서 조리한다. 직화로 훈연한 고기는 풍미가 살아 있다. 또한 오븐으로 2차 조리를 하여 담백함과 육즙도 놓치지 않았다. 복분자 칠리 키위 오렌지 발사믹으로 만든 소스에 블루베리 소스를 더해 스테이크의 맛을 한 차원 높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화룡점정, 박 씨의 특제 허브 갈릭 치즈로 마무리한다. 명품 스테이크의 탄생이다. 허브 갈릭 치즈는 스테이크의 풍미를 한층 더 돋운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치즈와 스테이크의 조화는 먹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게 만든다. 스테이크를 맛 본 손님이 다섯 번을 연달아 찾아 올 정도로 푸른창의 스테이크는 중독성이 강하다.
박 씨가 끓인 인도 커리 역시 꼭 맛봐야 한다. 커리 특유의 향은 살리고 자극적인 맛은 죽여 다른 음식들과 궁합이 잘 맞는다. 때문에 그의 커리는 스테이크나 김밥 바게트 등 어느 음식과 먹어도 그릇을 싹 다 비우게 만든다.
“음식을 먹을 때도 선입견이 있어요. 스테이크는 소스에 찍어 먹고 커리는 난에 싸서 먹어야한다는 식이죠. 누구도 상관하지 않으니 새로운 시도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자유롭게 음식을 즐기는 곳, 여기는 푸른창이다.
푸른창 www.skydoor.co.kr 042-255-5587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박지영의 브라우니 굽는 시간
디저트로 나온 브라우니를 맛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훔치고 싶다. 너무 물컹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적당한 질감에 달지 않은 초콜릿의 당도,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호두의 고소함과 허브의 은은한 향이 어우러진 수제 브라우니다. 박지영 씨가 직접 만든 수제 요구르트를 넣어 더욱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난다. 빵 하나에도 온갖 정성을 쏟는 박 씨가 고단해 보이지만 정작 그는 행복하단다. 브라우니는 그가 ‘몸으로 기억하는 추억’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박 씨에겐 어둠이 버겁던 시절이 있었다. 2년 전 병원과 집을 왕복하던 시절이었다. 그의 어머니와 큰 딸아이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급성 간경변 말기였고 큰 아이는 17년 동안 중증장애를 앓고 있었다. 병원과 집을 시계추처럼 오갔던 그 시절, 박 씨 또한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때 그를 견디게 해 준 것은 브라우니를 굽는 일이었다.
초콜릿을 유난히 좋아했던 큰 딸을 위해 동이 틀 때까지 브라우니를 구웠다. 오랜 병상 생활에 지친 아이에게 맛난 것을 조금이라도 먹이고 싶었다. 결국 아이와 어머니가 누구나 반드시 가야 하는 곳으로 떠났지만 지금도 박 씨는 그때의 마음으로 브라우니를 굽는다. 자신이 구운 브라우니 한 조각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 씨는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잠시라도 쉬어 갈 수 있는 쉼표 같은 곳이길 바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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