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때 묻은 헌책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오래된 책 냄새가 찾는 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곳. 어릴 적 책장에 꽂혀있던 세계문학전집이며 오래 된 초등학교 교과서들이 잠시 추억에 젖게 한다. 새 책이 주는 매력과 또 다른 무엇,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전의 책 주인이었던 이의 자취가 그대로 배어 있는 오래된 책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 또한 남다르다.
하지만 세상이 디지털화되면서 전자책에 밀려 서점도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요즘, 그나마 남아있던 헌책방들도 하나 둘 문을 닫았다. 그래도 아직 사라져가는 문화가 아닌,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헌책방이 남아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운이 좋으면 절판된 책이나 희귀한 자료들을 횡재할 수 있고, 책 읽기 좋아하는 아이에게 착한 가격에 한 아름 동화책을 안겨줄 수 있는 그곳. 우리지역 헌책방을 찾아보았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멀리서 찾아오는 마니아가 많은 ‘집현전’
1999년 문을 연 집현전은 올해로 14년 째, 고양시는 물론 멀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마니아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원당시장에서 원당역 방향 도로변에 위치한 ‘집현전’ 원당점은 본점(?)격으로 유경용 사장이, 나중에 문을 연 일산점은 유경용 사장의 아내가 운영하고 있다. 14년 째 한자리에서 터를 잡고 있는 집현전 원당점의 외관은 세월이 흘러도 예전 모습 그대로다. 외관마저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집현전, 외관만 보고 내부를 짐작했던 것과 달리 집현전 규모는 여타 헌책방에 비해 큰 편이다. 이곳에 있는 책은 대략 5~6만권 정도, 책이 매일매일 입고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다른 헌책방에 비해 좋은 책이 많고 절판도서를 구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은 편이다. 청계천의 고서점에 비해 찾기 쉽게 책이 잘 분류되어 있고, 부지런한 주인장의 손길로 계속 책을 닦아내고 구겨진 부분을 손보아 헌 책이라도 상태가 좋은 책들이 많다.
*위치: 덕양구 성사동 706-1번지(원당점)/일산동구 풍동 145-1(일산점)
*오픈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원당점)/오전 9시 30분~오후 8시 30분(일산점)
*휴무일: 연중무휴(명절휴무)
*문의: 031-968-4945(원당점)031-925-8819(일산점)
-60평 공간에 8만 권의 다양한 책 구비 ‘책창고’
2003년 문을 연 ‘책창고’는 일산구에서 만나기 힘든 헌책방. 60평 공간에 8만권 정도의 책을 구비한 이곳은 입구 외부까지 책들이 가득 쌓여 이름그대로 ‘책 창고’다. 이곳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 오고가기 쉬운 곳에 있다는 위치해 있다는 것이 장점. 동네 마실 겸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용 책을 구입하기 위해 나온 주부, 또는 주말에 온가족이 함께 책 구경 오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이곳을 찾는 주 고객들이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많다보니 책 종류도 아동도서가 많다. 할인율은 50~70% 정도, 이곳 직원의 말로는 요즘 참고서가 다 개정판이 나와 참고서를 찾는 경우는 거의 없고, 아동전집보다는 단행본이 인기가 많단다. 서울에서도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책창고’는 단골고객 리스트와 찾고 싶은 책을 컴퓨터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위치: 일산서구 일산동 1087(후곡마을 17단지 태영아파트 상가 지하)
*오픈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8시, 토요일 오전 9시~오후 7시, 일요일 오후 1시~7시
*휴무일: 연중무휴(명절휴무)
*문의: 031-916-5133
-아름다운가게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헌책방 ‘보물섬’
파주출판단지를 찾는 즐거움 중의 하나, 아름다운가게에서 운영하는 헌책방 ‘보물섬’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 있는 책들이나 CD, LP판 등은 모두 영리목적이 아닌 기증받은 것들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또 출판단지 내에 위치해 있어 주변 각 출판사에서 기증한 신간이나 상태가 양호한 책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운영시스템이 다른 만큼 일반 헌책방과는 분위기도 달라 진열 상태도 일반 서점과 비교해 손색이 없고 쾌적하다. 그래서 꼭 책을 사려고 하지 않아도 입소문으로 듣고 나들이 길에 들르는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많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작지만 마련돼 있고, 보물섬 외부 야외공간에서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책이 새로 입고되며, 물건판매로 생긴 이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금으로 쓰인다. 책 기증도 가능하며, 양이 많을 때는 가지러 오기도 한다.
위치: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파주출판도시 524-3 아시아출판정보문화센터 2층
오픈시간: 평일 오전 11시~오후 6시(주말은 오후 1시 오픈)
휴무일: 연중무휴(명절 휴무)
문의: 031-955-0077
-옛날 교과서, 연대를 알 수 없는 고서적이 가득한 ‘李家 古서점’
들어서는 입구에 옛 물건 박물관에서나 봤음직한 60년대 초등 교과서들이 나란히 걸려있는 이가 고서점. 십대 때부터 이 일을 했다는 주인장 이근희 씨는 40년 째 고서관련 일을 하고 있는 베테랑. 오랜 경력 덕분에 다른 곳에 없는 희귀본들이 많아 이가 고서점은 교수나 관련 연구직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발길이 잦다. 책이 잘 분류되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느릿느릿 여유를 갖고 이곳저곳 탐험하다보면 홍로몽, 임진왜란, 금병매 등 고전도 찾을 수 있고 선데이서울이며, 전직 야구선수들의 젊은 모습이 담긴 야구잡지, 엄마의 책장에서 튀어나온 듯한 50~60년 대 니트나 양재 교재 등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직접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고 글로 쓴 연대를 알 수 없는 아주 낡은 고서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자료, 둘러보다 보면 연대별 책의 디자인이나 제본 등을 살펴볼 수 있어 아이들이 책의 변천사를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얼마 전 활판공방 천막하우스에서 서강출판사 1층으로 이전했다.
위치: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00-11 서강출판사 1층
오픈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휴무일: 연중무휴(명절 휴무)
문의: 031-955-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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