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바라본 세상>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바람직한 입시 방향 모색해야

지역내일 2012-04-03

<리포터가 바라본 세상>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바람직한 입시 방향 모색해야


#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교과부에서 발표한 중점과제 중에는 대입 자율화·입시 선진화, 좋은 학교·다양한 교육과정, 창의인성교육 정착, 교원전문성 제고, 사교육비 경감 등 주옥같은 과제들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과제를 중심으로 학교 교육이 살아나는 공교육 선순환 체제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교육 선순환 체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에 언급한 과제들 중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할 과제들이 있다. 다양한 교육과정, 창의인성교육 정착, 교원전문성 제고 등이다. 이러한 선행과제가 안정적으로 실현될 때 공교육은 자연스럽게 정상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교과부는 자율고 도입, 교육과정 개편, 창의적 체험활동 활성화, 교원능력개발평가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 중 어느 것 하나 순조롭지 못하다. 선행과제들이 단기간에 실현될 수 없는 과제들이기 때문에 그 출발에서부터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 중등교육에서 선행되어야할 과제와 달리 성과를 빨리 드러낼 수 있는 대학입시관련 과제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입 자율화·입시 선진화 과제의 일환으로 시작한 입학사정관제는 11.8%까지 빠르게 확대되었다. 수능 부담 완화를 위한 EBS 70% 연계출제와 쉬운 수능 정책도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시관련 정책들이 질적 내실을 다지면서 확대·정착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해 학부모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고, 수능 난이도의 일관성 유지에 대해서도 이미 그 신뢰를 잃었다. 심지어 쉽게 공부했다가는 언제 갑자기 어려워져 낭패를 볼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만연해있다. 
입시 제도를 먼저 고치면 다른 과제들이 저절로 따라와 공교육 정상화가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중등교육이 안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입시제도 개혁만 앞서가니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 대학입시의 기본은 학교 내신과 수능이다. 그렇지만 내신은 학교별 수준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상대평가로 입시에서 그 객관성과 신뢰도가 떨어진다. 실제로 상위권 대학의 경우 학업우수자전형을 제외하면 내신의 실질반영률은 극히 미미한 상태이다. 수능은 어떠한가. 쉬운 수능 방침으로 그 변별력이 떨어져 2012학년도 정시 지원에서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졌고, 상위권 수험생들의 불안심리가 작용해 최상위권 모 대학의 최고학과는 소위 ''구멍이 뚫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렇다보니 대학들은 우수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해 논술과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강화한 파격적인 수시 전형들을 새롭게 쏟아내고,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 반영비율도 파격적으로 적용해 심지어 어느 한 과목은 아예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내신과 수능 성적은 고교에서 주요 일반교과를 제대로 공부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여야 한다. 그런데 이 지표들이 입시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겠는가.


# 지난 3월 8일에는 대교협에서 2014학년도 수능개편에 따라 주요 35개 대학의 국·영·수 A/B형 반영방법을 발표했다. B형은 현행 수능 수준이고 A형은 현행 수능보다 쉬운 수준이다. 가능한 조합은 여섯 가지지만 예상대로 발표한 모든 대학이 인문계열은 국B·수A·영B, 자연계열은 국A·수B·영B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인문계열의 수A는 현행 수능 범위와 같으니 결국 자연계열의 국어만 쉬워진 셈이다. 이미 EBS와 연계해 쉽게 수능이 출제되는 마당에 굳이 자연계열 학생들의 국어공부 부담만 덜어주기 위해 난이도를 두 가지로 나눌 필요가 있는가. 이는 오히려 효과적인 입시 대응을 위해 고교에서 문·이과 구분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술과 인문의 결합을 통한 융합교육보다는 한 쪽으로 편중된 공부를 조장한 셈이다.
고려대는 이미 지난 2월 정시 우선선발에서 자연계열의 경우 언어를 반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 국어가 더 쉬워져 변별력을 잃을 경우 대학들이 반영비율을 낮추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강남의 경우 2~3학년이 되면 내신 경쟁력을 잃은 학생들은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에 올인하기도 한다. 더구나 이과 학생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고교에서 국어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 마지막으로 입학사정관전형 등 다양한 수시 전형의 확대도 공교육 정상화를 어렵게 한다. 아직 고교 공교육은 교과부가 과제로 삼고 있는 창의인성교육 정착, 교원전문성 제고를 정착시키지 못했다. 그런데 입시 선진화는 너무 앞서간다. 다시 말해 극히 일부 우수 고교를 제외하면 공교육에서 수시를 제대로 준비해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고교 진학지도 전문 교사들은 입을 모아 ‘선택과 집중’을 입시전략으로 내세운다. 심지어 학교 공부 못해도, 수능 못 봐도 한 가지만 잘하면 입시에 성공할 수 있으니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것을 빨리 선택해 거기에만 집중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학특기자로 입시전형을 선택했으면 그 순간부터는 내신과 수능 다 버리고 어학성적 올리는 데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찌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겠는가. 인재의 전문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고교 교육은 특정한 한 분야의 지식이나 기능에 치우치는 교육이 아니라 조화로운 전인교육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대학과 사회에서 뿌리가 탄탄한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