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것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고 생각되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 버리는 것에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고 그 이후의 일 또한 관심이 없다. 무심코 버려지는 폐지와 헌옷들. 그 버려진 것들의 소중함에 관심을 갖고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 바로 사회적기업(주) 삼육오천사의 김구자준(52) 대표이다.
‘폐지와 나눔’으로 요약되는 그의 일은 이웃과 환경을 사랑하는 우리 사회의 희망프로젝트이다.
폐지는 나의 운명
김구 대표는 쌀집을 하시던 아버지와 고물상을 운영하시던 어머니의 영향을 골고루 받았다. 오래 전부터 그가 아버지와 어머니 성을 합친 ‘김구’라는 성을 고집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 그가 폐지에 관심을 갖게 된 역사적 배경을 펼쳐놓았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신문 보시는 모습’이 떠오를 만큼 신문을 열심히 구독하셨어요. 초등학교 다니던 제게도 신문을 읽게 하셨죠. 덕분에 한문도 많이 알게 됐고 사회를 보는 시야도 많이 넓어졌습니다.”
집안에 신문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며 자란 그는 그 신문을 또 다른 장소에서 발견하게 된다. 바로 고물상에서였다. 리어카에 신문을 포한한 폐휴지를 가득 싣고 힘겹게 모습을 드러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김구 대표. ‘어떻게 하면 저 분들을 도울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이 그의 사업의 근간(根幹)이 됐다.
1994년, 아버지를 이어 쌀 유통업에 도전한 김구대표. ‘쌀맛 나는 세상’의 대표로 국내 최초 브랜드 쌀과 쌀 유통 산지직거래 등을 내세워 유통 분야 신지식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때에도 여전히 ‘폐지’는 그의 관심거리로 등장한다. 최고의 서비스를 위해 소비자의 집 현관문이 아닌 ‘쌀통’까지 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그의 회사. 직원들은 소비자의 집을 나올 때 폐휴지를 버려주는 친절함도 잃지 않았다. 친절로 시작된 폐휴지는 자연스럽게 쌀 트럭에 쌓이게 됐고, 그 모습은 고스란히 움직이는 고물상 ‘1004Car’로 이어졌다.
폐지 통한 나눔 활동 펼쳐
지난해 2월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승인받은 삼육오천사는 폐지·헌옷·빈병 등의 재활용품과 고물을 수거해 판매하는 나눔 고물상이다. 4월 말이면 전국에 104개의 1004Car가 생긴다. 1톤 탑차인 1004Car는 1명의 점장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일종의 지점인 셈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폐지와 재활용품 수거. 요일을 정해 단체 회원의 고물을 수거하고, 일반 가정에는 한 달에 한 번 방문해 폐지를 수거해 간다. 회원들에게는 3개월 단위, 연4회에 걸쳐 판매금 20%를 돌려주고 배포주와 광고주에 각각 5%, 또 수익금의 10%는 이웃돕기에 쓰여진다. 회원 가입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가능하다.
김구 대표는 모든 버려지는 것에 관심이 많다. 주민센터에 신청, 스티커를 발부받아야 버릴 수 있는 대형폐기물도 삼육오천사에서는 스마트폰 사진 하나로 신속하게 수거해간다. 수거비는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결재된다.
재활용장터인 천사몰과 천사숍도 운영하고 있다. 각급 학교와 연계한 그린천사단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 헌책·폐지와 헌옷을 수거하고 학교에 이익금의 일부와 장학금을 주는 형식이다. 이미 많은 대학교에서 ‘보물상동아리’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물상동아리에게는 활동지원비가 전해진다.
삼육오천사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취약계층 고용이다. 고령자와 경력단절여성, 새터민, 출소자 등 다양한 사회취약계층이 삼육오천사에서 일하고 있다.
사랑, 존경, 그리고 가족
그의 마음속에는 그가 늘 간직하고 있는 세 단어가 자리 잡고 있다. 사랑과 존경, 그리도 가족이다.
“사랑과 가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실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존경(Respect)이죠. 남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믿음을 주는 일이 바로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 확신합니다.”
그는 그가 하고 있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주는 것이라 했다. 또 남에게 도움을 주는 전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일 또한 자신이 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다양한 활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그 혜택을 나눠주고 있는 나눔고물상. 그 중심에는 천사의 날개를 펼치고 싶어 하는 김구자준 대표가 있다.
삼육오천사 www.3651004.co, (0707)365-1004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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