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 4·11 총선 - 춘천

강원도 정치1번지, 다자구도 ‘대혼전’

역대 보수후보가 연승, 2010년 이후 반전 … 여야출신 무소속 출마가 변수

지역내일 2012-03-28

 


춘천은 강원도 정치1번지로 꼽힌다. 도청 소재지인데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정당 출신 후보가 연승행진을 벌여, 보수성향인 강원도 정서를 대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보수텃밭 이미지의 춘천이 미묘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춘천 표심이 이번 19대 총선에서 강원도가 전통적 보수성향을 재확인할지, 아니면 변화된 흐름에 올라탈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도 푸대접론에 분위기 반전 =


춘천은 보수성향 후보가 연승해왔다. 13대 춘천시가 독립구가 된 이후 민정당(13대)→국민당(14대)→신한국당·자민련(15대, 2개지역구로 분구)→한나라당(16, 17, 18대)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17대 총선 당시엔 탄핵역풍으로 전국에 야당바람이 불었지만, 춘천만큼은 한나라당 후보가 신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였다. 진보성향의 야당이 발붙일 틈이 없었다.


이러한 흐름은 2007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된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52.8%를 얻어 정동영 후보를 압도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치다. 강원도 고위공무원 출신의 한 인사는 “춘천은 보수성향이 강했던 만큼 전통적인 보수표밭으로 분류됐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견해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보수 성향보단 인물을 중시하는 풍토가 더 강하게 작용했었다”며 “그동안 야권이 부진했던 건(보수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보가 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반전은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나타났다. 당초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대역전극을 펼쳤다. 춘천은 유독 이광재 우세가 돋보였다. 이광재 후보는 61.0%를 얻어 이계진 후보(38.9%)를 압도했다. 전례가 없는 이변이었다. 반전은 2011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도 재연됐다. 한나라당 후보(엄기영)에 비해 약체로 꼽혔던 최문순 후보가 56.4%를 얻어 엄 후보(42.1%)를 압도했다. 최 후보는 춘천에서 강원도 평균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춘천이 역대 선거에서 보이지 않았던 의미 있는 변화를 잇달아 보여준 것이다.


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들어 지역사업과 인사에서 소외받는다는 ‘강원도 푸대접론’이 설득력을 얻고 이광재가 강원도 인물론에 불을 지피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며 “춘천은 이미 야당지지율이 두자릿수 이상 여당을 앞서는 야도(野道)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5자대결되면 30%대 당선자 가능성 =


전통적인 보수텃밭에서 2010년 이후 급반전 표심을 보이는 춘천이 2012년 4월에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현재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김진태(새누리당·47·전 춘천지검 원주지청장) 안봉진(민주당·50·민변 변호사) 허천(무소속·69·국회의원) 변지량(무소속·53·전 춘천경실련 사무국장)이다. 자유선진당 류종수(70·전 춘천시장) 후보는 출마를 고심 중이다. 여야 후보 뿐 아니라 무소속들이 대거 뛰어들어 대혼전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선 △정권심판론의 파괴력 △인물경쟁력 △무소속 파괴력을 주요 변수로 꼽는다. 우선 정권심판론이 2010년 이후 반전된 표심을 계속 붙잡아둘지 주목된다. 강원도 공무원 출신인사는 “이명박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강한 편”이라며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원지역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춘천은 서울과 춘천고속도로와 전철으로 연결되면서 수도권과 거의 유사한 정서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야당이 우위인 만큼 춘천 표심도 연장선상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역언론 관계자는 “야권인사들이 잇따라 돈 추문에 연루되면서 실망을 안긴데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새누리당으로 바뀌면서 심판론에서 한발 비켜선 상황”이라며 “지난해 재보궐선거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인물경쟁력도 주목된다. 김진태 후보는 40대이자 검사 출신이다. 강원도에서 인기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업고 있다. 안봉진 후보는 강원도에선 드물게 20여 년째 민변 소속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해왔다. 이광재 전 도지사의 후광이 기대된다. 허천 후보는 재선의원 출신이자 현직의원인 강점이 있다. 변지량 후보는 지역정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류종수 전 시장은 재선의원과 시장을 지냈다. 어느 누구도 인물경쟁력에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평이다. 다른 후보들이 전부 지역명문인 춘천고 출신인데 비해 김진태 후보만 성수고 출신인 점도 눈에 띈다.


여야 출신 무소속후보들의 약진도 중요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허천 의원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출마를 선언했다. 강원도 고위공무원 출신인사는 “허 의원은 지역정가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기독교와 보수성향 표를 상당부분 잠식할 것”이라며 “김진태 후보로선 뼈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변지량 후보는 민주당 개혁을 부르짖으면 무소속출마를 선언했다. 역시 야권 표의 분산이 예상된다. 선진당 소속인 류종수 후보의 출마도 변수로 떠오른다. 류 후보는 아직 출마를 결심하지 않았지만, 출사표를 던진다면 보수 표심에 상당한 변화가 예고된다.


지역정가 사정에 밝은 언론인은 “무소속 출마자가 끝까지 뛸지가 변수”라며 “무소속 출마자들이 중도포기하지 않는다면 선거는 4~5자대결로 표가 분산되면서 득표율 30%대 당선자가 나오는 대혼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남진·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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