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수경재배, 구산동 경은농장

'관심과 정성, 꽃이 먼저 압니다'

지역내일 2001-12-27
겨울이 황량한 계절이라는 말은 이 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찾아가는 길은 무채색으로 가라앉은 겨울들판이었지만 경은농장의 온실문을 여는 순간 세상은 마법처럼 천연색으로 환해진다. 구산동 1031번지 1000여평의 비닐온실안에 '비탈'과 '샤샤'라는 이름의 붉은 빛 장미와 선연한 초록잎들, 여자들이 연인에게서 선물받기를 열망하는 장미다발들이 여기선 지천이다.
그 장미선물을 이 곳의 바깥 주인 박종원씨와 결혼한 이후로 다발이 아닌 장미농원채로 선물받은 행복한 안주인 박봉숙씨, 이 부부가 함께 엮어가는 경은농장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여섯가구 정도가 모여 장미를 가꾸고 있는 화훼단지이다.
벽제에서 이 곳으로 이주해온 지는 7년째, 화훼농가를 하게 된 동기는 박종원씨가 형의 화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이루어진 일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 곳에서 출하되는 꽃의 대부분은 남대문 꽃도매시장에 자리잡은 형의 화원에 가고 나머지는 일반 화원으로 출하된다. 작년엔 처음으로 일본에 단독으로 수출을 시도했지만 일본상인들의 요구사항이 까다롭기로 유명해 수작업이 너무 가 한 번으로 그치고 말았다고 한다.
요즈음의 농가들이 대부분 어렵다는 것은 많은 보도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사실, 경은농장도 예외는 아니다. 처음에는 토경재배(땅에 심기)로 시작했지만 수해 상습지역이라 3년 연속 막심한 수해를 입고 나서부터는 아예 물에 심는 수경재배로 바꾸었다. 정부차원의 보상금이라야 복구에는 턱도 없고 궁여지책으로 수경재배를 시작한 것이 장미가지도 굵고 꽃도 탐스러운 결과를 얻게 되어 만족스럽다고. 하지만 토경재배와 마찬가지로 약을 치고 가지쳐 주고 벌레잡고 하는 일은 마찬가지로 이틀에 한번 씩 출하하는 꽃 재배가 만만치 않다.
11월까지 한창 출하기에는 이른 아침부터 밤 9시경까지 쉴 틈이 없지만 인건비를 들이면 남는 것이 별로 없어 이들 부부가 1000평의 농장일을 다해낸다.
요즘은 일이 힘든 건 둘째치고 장미의 수요가 어떤 꽃보다 많은 만큼 장미재배 농장도 점점 늘어나 경쟁적으로 로열티를 지불하는 새로운 품종들을 속속 들여오는 농원이 많아 시장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는 박씨 부부. 결국 남는 것이 없는 출혈경쟁인 줄 알면서도 살아남기 위해서 또 로열티를 무는 이율배반적인 시장형성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사는 입장에서는 꽃값이 비싸다고 하지만 시장가격은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어 농민들의 속은 타 들어간다.
"앞으로는 남는 것 같은데 뒤로는 아이들 학교 보내고 살기 빠듯하네요"라는 박봉숙씨, 현실적으로는 그다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이 일에 대한 매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생각할 것도 없이 시원스레 답이 돌아온다.
"꽃을 기르는 것은 자식 기르는 것과 같아요. 정성을 들이고 관심을 보이는 만큼 꽃도 그렇게 보답합니다. 장미는 가시도 있고 향도 자극적인데다 금새 시들어버린다고들 하지만 마냥 보기만 좋고 성깔없는 것보다 가시가 있으니 더 좋고 요즈음 품종은 예전에 비해 오래가는 꽃이 많다"며 가장 매력적인 건 장미의 향이라고. 혹자는 톡 쏘는 자극적인 향이 좋다고 하지만 장미향이야말로 은은하기가 비길 데 없는 꽃이라고 자랑이다.
이 곳의 장미는 소매로 팔지는 않지만 알음알음 탐스런 장미를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에겐 넉넉한 웃음으로 맞는다. 가격은 출하때마다 다르지만 일반 소매화원보다 일반적으로2∼30%정도 저렴하다고 생각하면 되고 직접 농장에서 사는 장미는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은 싱싱함이 가장 큰 장점. 농장에 오면 장미값이 대폭(?) 쌀 것이라는 생각으로 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이럴 때 설명하기가 가장 난감하다고 한다.
경은농장 찾아가는 길은 송포초등학교에서 구산동 노루뫼방향으로 가다보면 자유주말농원표지판이 나온다. 이 길로 우회전하여 자유주말농원을 지나면 바로 유리온실이 보이고 이 유리온실 끝 파란지붕 집들 중에서 세 번째 집. 031-923-5883.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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