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에 당선된 이후 취임 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취임 이후 정책을 수립하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한 것이 혁신학교였다. 혁신학교를 정책과제 제1호로 선정한 것은 ''수업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대학에 있을 때 가장 오랜 세월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이 ''대학 강의 이대로는 안 된다''였다. 법대 강의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기는 했지만, 이것은 법대 강의뿐만 아니라 모든 학과의 강의에 해당할 수 있는 고민이기도 했다.
단순암기식, 주입식, 정답찾기식 방식이 보통교육과 고등교육의 수업방식이자 강의방식이었고, 이러한 양상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같은 방식은 인간의 사유능력을 제한하고, 인간의 사고를 획일화시키며, 학생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개성과 창의력을 위축시킨다.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리고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에게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혁신학교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즐거운 수업을 제공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 혁신학교가 걸어야 하는 승부처이다. 내 생각을 말할 수 있고, 내 의문을 풀어낼 수 있고, 내 사고력의 외연을 넓히면서 나를 발견하고 내 미래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내는 것이 혁신학교가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
그렇다고 해서 ''혁신학교는 이런 것이다''는 고정된 모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혁신학교의 고정관념을 설정하는 순간 혁신학교는 그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수업혁신을 혁신학교 과제의 본질적 부분으로 하면서 다양한 내용의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혁신학교이다.
이러한 유형의 혁신학교는 전북교육청이 혁신학교 정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우리 지역에서 배태되고 있었다. 이제는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완주 삼우초등학교와 군산 회현중학교가 그러한 학교들이다.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특별한 헌신을 요구한다. 토론수업과 협력수업 등 수업준비를 위한 가중된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학교의 민주적 운영, 학생의 자율능력 신장과 인성계발, 학부모의 학교 참여,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위한 계획과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는 어떠한 인센티브도 부여하지 않는다. 오로지 교사들의 열정에만 호소한다. 승진가산점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다. 어떠한 인센티브도 없는 혁신학교가 과연 가능할까에 대해서 초반부터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최소한의 이익을 부여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느냐 라는 의견이 어느 정도 호응을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변하고 행복해 하는 것,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센티브가 어디 있을까 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서, 어떠한 인센티브도 없는 혁신학교를 시작하게 되었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의미있는 변화들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북도내 혁신초등학교 12곳 중 9곳에서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혁신중학교와 혁신고등학교에서는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학생 간 폭력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학부모회를 구성해서 공부와 토론을 통해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 수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농촌에 있는 혁신학교인데도 학부모가 아예 삶의 터전 전체를 농촌으로 옮겨서 아이들 교육에 전념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전북에서 어떤 모델의 혁신학교들이 등장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혁신학교가 학교교육의 공신력을 높이고, 모든 학교의 혁신을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교사가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삶을 걸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행복감으로 충만하고, 학부모는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감격에 젖을 때 전라북도의 교육혁신은 성공가도를 달리게 될 것이다.
김 승 환(전북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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