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천지역아동센터(이하 센터)로 가는 길에는 촉촉한 봄비가 내렸다. 센터에 도착하자 빗속에 새어 나온 음식냄새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했다.
아이들과 민들레누리 회원들은 김밥, 떡볶이, 어묵탕 등을 만들며 신나는 잔치 한판을 벌이고 있었다. 민들레누리가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3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먹는 모습을 지켜본 회원들의 얼굴은 화색이 가득했다.
* 아이들과 만든 음식을 먹고 있는 회원들
남의 아이를 키우는 모임, 7년째
민들레누리는 친분 있는 엄마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며 2005년 의기투합한 모임이다. 사회의 손길을 받기 어려워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찾아 결연을 맺고 도와주기로 한 것.
회원 송명숙씨는 “천안시 병천면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가 마침 조손가정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했다”며 “이 사회복지사는 내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를 치료해 인연이 있던 대학생이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주변과 ''천안 모이세’(다문화가정을 돕는 카페모임)를 통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를 찾았다. 송씨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았다”며 “정작 대상자들은 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민들레누리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민들레누리는 도움이 절실한 아이들과 결연을 맺어 청소와 요리를 해주고, 책을 읽어주고 말벗도 해주는 등 아이들의 정서를 보듬었다. 하지만 매일 보살피기 어려웠다. 봉사활동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들의 부족한 인식도 힘들게 느껴졌다.
회원들은 점차 봉사방법을 달리했다. 영화를 보러가고 여름엔 물놀이도 하고 야유회도 가는 등 부모도 거부감 없고 아이들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또한 병천 민들레공부방이나 목천지역아동센터 공부방을 다닐 수 있도록 연계해 아이들의 또래관계도 넓혀주었다.
민들레누리의 존재 이유
민들레누리 한정임 회장은 “집에 쥐가 돌아다닐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이를 알게 됐다. 장애인 엄마와 나이 많은 아버지는 아이를 보살필 여력이 없었다. 이를 안타까워한 회원이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사연을 올리자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선정되는 행운을 안았다”며 “회원 모두가 굉장히 뿌듯해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은 동네의 커다란 화제가 됐고, 천안시 동면과 지역사회 도움의 손길을 열게 했다. 이 일을 계기로 회원들의 자부심은 커졌다. 당시 중2였던 아이는 회원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올해 대학에 진학했다.
* 왼쪽부터 송은영, 한정임, 서윤원, 박미환, 최현주, 송명숙, 최옥분(센터장), 유미화
봉사활동에 대한 회원들의 열정은 깊었다. 병천지역아동센터에서 방송댄스를 가르치는 최현주씨는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에 감동 받았다. 이유 없이 한때 수업을 거부했던 아이들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되자 “선생님 사랑해요”를 외치며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내밀더라는 것. 최씨는 “아이들에게 섭섭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웃었다.
목천지역아동센터에서 활동 중인 서윤원씨는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큰다. 팔다리를 붙들고 놓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서씨는 “아이들이 먹다 남긴 음식도 전혀 개의치 않고 먹고, 집까지 데려가서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게 하는 송명숙씨가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했다.
회원들은 민들레누리를 “드러내지 않고 봉사하는 것에 의미를 두며 누구한테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봉사동호회”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송명숙씨는 “욕심내지 않기 때문에 갈등은 없다”고 덧붙였다.
민들레누리의 결연봉사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림이 없다. ‘아이들이 밝고 바르게 크는 것’, 이것이 회원들의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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