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베로의 커피를 말하다. - 이태리 커피여행을 통해 얻은 커피는 “철학 아닌 삶”
커피의 맛과 향에 반해 … 운명이라고 느껴
관평동에 위치한 카페 알베로(caffe ALBERO)의 문을 열자 공간가득 채워져 있던 신선한 커피향이 코끝을 타고 전해진다. 어느새 눈은 카페중앙에 진기한 커피기구와 수많은 커피 잔들을 정갈하게 정리해 놓은 바로 옮겨간다. 바 안에서는 긴머리를 묶은 주인장 알베로(김근식·50)가 푸근한 미소로 손님을 맞는다. 그는 사회적인 직함을 모두 내려놓고 ‘알베로’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알베로는 “커피는 ‘철학’이 아닌 ‘삶’이다. 이태리에는 두 세집만 있는 산골 작은 마을에도 커피집이 있다. 커피는 어려운 철학이 아닌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삶이고 평범한 일상이다”라고 말한다. 이태리로 ‘커피여행’을 다녀온 후 생각이 달라졌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인 이태리에서 커피에 대해 부족했던 몇 개의 퍼즐을 완성했다. 알베로는 “아직도 커피에 대한 몇 개의 퍼즐은 남겨놓은 상태지만 맞추지 않으려 한다”며 “커피는 평범한 일상에서 얻는 삶이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카페 알베로만의 커피를 1700년대 찻잔에
이태리에서 커피여행을 하면서 여러 도시의 커피집을 찾다가 베네치아의 뒷골목에서 반가운 에스프레소를 만나게 됐다. 이태리의 진하고 무겁고 힘이 있는 에스프레소와는 차별화된 맛을 발견한 것이다.
알베로는 “뒷골목의 간판도 없는 작은 카페에 이름이 ‘마르끼’였다”며 “2대째 커피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직접 로스팅을 하는 곳이었다. 맛이 굉장히 부드럽고 달콤하며 새콤한 에스프레소를 발견해 무척 반가웠다”고 소회를 밝힌다. 알베로는 개인적으로 쓴맛이 많은 커피를 싫어한다. 그래서 마르끼의 커피를 만났을 때, 카페 알베로의 커피 컨셉을 잡을 수 있었다. 카페 알베로의 에스프레소는 부드럽고 달콤하며 새콤하다. 알베로는 자신만의 시간과방법으로 카페 알베로의 커피콩을 만들고 있다.
카페 알베로에 오는 손님은 행복한 고민을 한다. ‘어떤 잔에 어떤 커피를 마실까’ 하는.
이태리에 갈 때부터 커피박물관을 염두에 두고 커피기구와 커피잔으로 분리해 컬렉션을 시작했다. 카페 알베로에는 우리나라에 하나만 있는 잔도 있다. 1700년대의 전통잔들을 운 좋게 구하기도 했고 때로는 1년을 기다려 손에 넣은 잔도 있다.
카페 알베로에는 커피 이외에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알베로 부부가 이태리에 머물면서 컬렉션 한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커피잔들이 손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즐기는 것”
알베로는 “커피를 마시려면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핸드드립한 커피를 어울리는 잔에 담아 손님에게 내어주면 “아까워서 못 마시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알베로는 “아까워하지 말고 드세요. 커피는 또 드릴게요. 커피는 즐기는 거에요”라고 말한다. 알베로는 손님들이 커피 한잔으로 휴식을 얻고 새로운 맛과 인생에 대한 생각을 찾아 돌아가길 바란다. 자신이 그런 매개체가 되고 싶다고.
알베로는 커피를 돈으로 계산하는 것을 싫어한다. 7000원짜리 원두를 사가는 손님에게 7000원짜리 커피 한잔을 그냥 내어준다. 계산이 안 나오지만 그게 좋다고 말한다.
알베로는 “커피는 나와 손님이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베로의 손님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알베로가 커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고3때다. 알베로에게 ‘커피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니 “우연히 다가온 사랑”이라며 “커피를 마시고 난후 두 시간이 지나도 입안에서 향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기억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커피의 맛과 향에 반해서 내가 해야 하는 운명이라고 느꼈다”고 말한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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