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교과서 여행⑧

낭만 가득, 경주 달빛 여행

지역내일 2012-03-23 (수정 2012-03-23 오전 7:59:03)




경주처럼 익숙하지만 갈 때마다 설레는 여행지가 또 있을까. 매번 갈 때마다 끝없이 샘솟는 샘물처럼 새로운 유적과 마주하게 된다. 이번 교과서 여행은 오전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경주 달빛 여행 코스였다. 매년 가는 여행지지만 감은사지와 괘릉은 대부분 차로 지나쳐버리기 일쑤였던 곳이라 더욱 기대가 컸다.




괘릉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처음 도착한 곳은 ‘괘릉’. 통일신라 제38대 원성왕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이곳에 작은 연못이 있어 왕의 유해를 수면 위에 걸어 안장했다는 속설에 따라 ‘괘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괘릉을 지키는 호석 중 아리비아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상이 있는데 예로부터 무역이 성행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다음 행선지는 ‘감은사지’. 감은사는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이 새 나라의 위엄을 세우고 틈만 나면 동해로 쳐들어오던 왜구를 부처의 힘으로 막아내어 나라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세운 절이다. 아들인 신문왕이 682년에 절을 완성해 아버지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의미로 감은사(感恩寺)라고 이름했다. 이 절의 금당(金堂)은 문무왕이 죽은 뒤 그 화신인 용이 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오래 전에는 바닷물이 이곳까지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은 동쪽과 서쪽에 같은 규모와 양식으로 두 기가 세워져 있다. 탑 위에는 찰주(탑 꼭대기의 장식물을 지탱하는 버팀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도료가 발라져 있어 오랜 세월 번개의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볼수록 감탄하는 석굴암

삼국통일을 완수한 문무왕은 죽은 뒤 화장한 후 동해에 묻으면 용이 되어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에 따라 화장한 유골을 동해의 입구에 있는 큰 바위위에 장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그 후로 이 바위를 대왕암으로 부르게 되었는데 실제 어떤 유물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중요한 것은 죽은 뒤에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굳은 마음이 아닐까.
대왕암을 떠나 석굴암으로 향했다. 석굴암은 세계 유일의 인조 석굴로 유네스코에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이다. 알면 알수록 감탄을 금치 못하는 위대한 건축물임과 동시에 유리를 사이에 두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유산이다.
자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석굴암에서 나온 조각들은 처음 봤다. 석굴암을 해체했던 일본인들이 제대로 복원을 하지 못해 남아있게 됐다고 한다. 건축 당시 내부의 습기를 차단하기 위해 돔 바닥으로 물이 흐르게 설계했으나 이러한 원리를 몰랐던 일본인들은 콘크리트로 그 물길을 막아버렸고,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유리벽을 설치한 뒤 에어컨 등으로 습도를 조절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신라인들의 실로 놀라운 과학 기술에 그저 감탄할 뿐. 본존불 앞에서 소원을 빈 뒤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안압지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저녁 어스름에 찾아간 곳은 ‘첨성대’. 조명이 들어오는 시간대와 맞지 않아서 아쉬웠다. 첨성대의 단의 개수는 27개. 선덕여왕이 제27대 여왕이기 때문에 27개의 단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첨성대는 천 년 전에 만들어진 천문대 중 유일하게 잔존해 있는 위대한 유산이다.
씁쓸했던 점은 첨성대가 북쪽으로 약간 기울어져있다는 사실. 지척에 도로가 나 있어 지반이 약해진 것이 이유란다.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선생님이 안내해준 자리에 서서 보니 확연히 기울어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유적을 둘러볼 때마다 보존하는 일 또한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듣게 된다.
저녁 식사 전에 안압지에서 들고 다닐 등을 만들었다. 종이 위에 정성껏 소원을 써서 마무리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안압지 야경이었다. 우리 일행은 손수 만든 등을 밝히고 안압지를 돌며 황홀경에 흠뻑 빠져들었다. 일렁이는 물결 위로 어리는 그림자는 실로 환상적이었다. 느긋하게 연못 주변을 거니는 것을 마지막으로 여행은 끝이 났다. 

발길 닿는 곳마다 박물관인 경주. 비록 천 년 전의 영화는 사라지고 없지만 유적들은 남아 꿋꿋하게 옛 명성을 기억하게 한다. 장인의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올린 유산들은 현재에 서서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다. 지척에 두고 언제라도 볼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info.

신라 달빛기행

낮 시간대에는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문화재 스토리텔링 답사, 밤에는 달빛· 별빛 아래서 차 한잔과 함께 펼쳐지는 국악공연과 소원풀이 탑돌이를 진행한다. 문의 054)  774-1950


경주남산 달빛기행

보름달이 뜨는 날을 전후로 하여 달이 뜨는 시간에 맞춰 달빛 아래 남산의 문화유적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문의 054)  777-7142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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