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에서 효과 보장과 애프터서비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시는 환자분과 한 시간가량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과의 환자가 입원하는 병동에 근무하여 다양한 질환의 치료를 접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저런 고충을 이야기 하던 중 최근에는 치료방법이 너무도 빨리 변해 특정 치료에 익숙해지기가 어렵다고 했다. 항암제도 자주 바뀌고 항생제의 선택도 매우 다양해졌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의료도 마치 IT산업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료자체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술을 받는 환자들의 요구나 원하는 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자주 있다.
저자는 12년 전부터 원하지 않는 털을 제거하는 제모 시술만을 하는 피부과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 단일 시술만을 해오다 보니 제모시술과 관련해 있었던 예기치 못했던 몇 가지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레이저제모의 효과가 떨어질 때 애프터서비스를 한다는 설명이었다. 효과가 떨어지는 분에게 평생 비용을 받지 않고 시술을 추가로 해드린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1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이런 병원들이 모두 문을 닫거나 슬그머니 일 년에 한두 번 무료로 시술해주는 것으로 바꾸었지만, 평생 원하면 무료로 시술을 해준다는 말은 병원이 유지될 수 없는 조건이어서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제모 효과 평생보증이라는 단어와 함께 보증서를 주는 제모시술이 등장하게 되었다. 영구제모는 털이 다시 나지 않는 시술로 얼굴이 아닌 부위를 적절한 조건으로 반복해서 5회 정도를 시술하면 80~90%정도가 영구적으로 제거되는 시술이다. 어차피 평균 80~90%는 영구적으로 제거될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10~20%의 털을 추가로 평생 책임지고 제거해 준다는 것을 보장한다는 것인지 결과가 영구적이지 않아서 평생 다시 시술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저자도 몇 년 전에 부작용 남지 않게 시술을 한다는 전제 하에 제모와 같은 미용 시술에서 효과를 보장한다는 말에 가장 근접한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남자 환자가 볼이나 수염, 목의 털을 제모하는 경우에 한해 영구적인 효과가 충분하지 못하면 환불을 해주는 방법을 실행해보게 되었다. 이 제도를 시작하면서 언젠가는 효과가 떨어지는 분에게 환불을 해주게 되겠지만 매 시술 효과적인 시술을 하기 위해서 더 노력하는 긍정적인 면을 경험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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