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하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 손동작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눈빛들. 눈만큼 손길도 바쁘다.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커다란 바위. 큰 종이에 그리고 오리면서 다양한 바위와 돌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후동 안골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의 동화구연 교육현장이다. 60~70대 어르신들 12명이 동화구연과 인형극을 연습하고 있다.
세월에 녹아 있는 연기력
안골노인복지관에서 동화구연과 인형극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파랑새’는 이미 아이들에게는 유명 인사다. 파랑새는 지난 2009년부터 동화구연을 배워 3년째 지역 유치원와 어린이집, 요양원 등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박정아(동화구연가) 강사는 “어르신들의 다양한 경험들이 동화구연에 녹아 있어 더 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연기를 펼친다”고 말했다.
파랑새 단원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수업 받는 내내 한눈(?) 파는 일이 없다. 동화구연이나 인형극을 하다보면 실감나는 연기는 필수이다. 단원들은 어르신답게 몸짓과 표정을 통해 그동안 세월의 경험들을 표현하고 있다.
파랑새의 주 내용은 전래동화다. 권선징악의 통쾌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인형 만들기는 또 다른 재미
파랑새 단원들은 동화책을 읽다 가도 상황에 맞는 인형과 소품을 그때그때 만든다. 인형을 만드는 것이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닐 터. 하지만 인형을 만드는 단원들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몇 십 년 넘게 재봉 일을 해 온 어르신은 인형 옷을 만들고, 남자어르신은 인형의 뼈대를 만들어 서로 손발을 맞추고 있다.
이점식(65) 씨는 “동화구연과 인형극을 배우면서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동화책도 읽고 인형을 만들다보니 아이가 된 기분이 들어 삶이 즐겁다”고 웃어 보였다.
파랑새 활동을 하면서 단원들은 손자·손녀들에게 더 인기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생각 하게 되니, 손자들과 이야깃거리가 많아졌다. 또 할머니가 만든 인형은 손녀에게 큰 선물이 되고 있다.
어르신들 일자리 창출에도 ‘한 몫’
이갑제(65) 씨는 ‘파랑새’ 동아리에서 3년차 고참 이자 여성 단원들 사이의 청일점으로 눈에 띄었다. 연기를 배우는데 남녀 구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그의 프로정신. 파랑새 활동을 하면서 풍선아트와 종이접기 등을 배워 공연에 접목시키고 있다.
그는 “동화구연과 인형극을 하다 보니, 일자리사업에도 도움이 된다”며 “동화구연 강사활동으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아동센터나 보육시설에서 파랑새의 공연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박정아 강사는 “공연 요청이 오면 아이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을 전달해 주고 싶은 욕심에 스토리 안에 작은 지식이라도 전해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파랑새 단원들은 동화구연과 인형극을 배우는 과정에서 표현력과 대사방법, 인형제작 실습, 인형극 연기술 등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다.
동화구연은 말로 하는 연기
“동화구연은 내용이나 전달방식이 쉽고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쉽다고 해서 작업과정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다. 쉬우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 목소리로 연기하는 것과 몸짓, 표정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을 배운다.”
파랑새가 펼치는 인형극은 기술이나 기교보다 정성을 다하는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프로는 아니지만 어르신들의 열정만큼은 프로다.
동화구연과 인형극의 매력이라면 “아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행복”이라고 단원들은 말했다.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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