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후동에 사는 이보경(38)씨는 ‘방과후 코디네이터’에 지원했다가 여러 번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이보경 씨가 방과후 코디네이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 가사나 육아를 병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 때문이다. 특히 방과후 코디네이터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엄마들에게 어쩜 큰 혜택으로 다가온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방과후 코디네이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북지역 ‘방과후 코디네이터’에 대한 근로조건과 앞으로 운영계획을 알아봤다.
방과후 코디네이터란?
방과후 코디네이터는 지난 2009년 교과부에서 처음 도입했다.
방과후 코디네이터는 방과후 학교의 안정적 운영과 방과후 업무를 보조해주는 인력으로 봉사적인 일자리를 말한다. 애초 학부모를 대상으로 봉사적인 성격의 일자리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기존 ‘방과후 학부모 코디네이터’에서 학부모를 뺀 ‘방과후 코디네이터’라고 명칭을 변경했다. 엄연히 전문성을 갖추겠다는 의미다.
도교육청 유재복 장학사는 “그동안에는 자격 자체가 학부모로 한정되어 있었다”며 “도시지역 경우 학부모님들의 좋은 자원도 있지만, 시외지역에는 학부모 자원이 부족한 어려움 때문에 응모 대상을 넓혀 실질적인 업무능력을 갖춘 사람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지역 방과후 코디네이터 복무여건
처음 교과부에서 정한 코디네이터 인건비 기준은 월 55시간~60시간 미만 근무에 50만원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전북은 타 지역보다 10만원 높게 책정된 월 6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이렇게 타 지역보다 급여를 더 받을 수 있는 것은 교과부에서 지원받는 방과후 예산이 전북이 높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방과후 학교의 활성화를 위해 시도별로 예산을 차등지원하고 있는데, 전북은 학생1인당 지원액이 전국적으로 가장 높다.
유재복 장학사는 “전북은 방과후 운영의 우수사례로 교과부에서 받는 지원액이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여러 여건을 감안했을 때, 방과후 코디네이터의 복무여건도 다른 지역보다 높게 책정된 것입니다”고 말했다.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어디까지
방과후 코디네이터가 하는 일은 방과후 담당교사 업무 지원은 물론 강사관리와 학부모상담전화, 시간표관리,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교실관리 등 학교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되다보니 초과근무가 많은 편이다.
박지현(가명) 방과후 코디네이터는 “한 학교에서 대개 방과후 수업으로 15과목 이상 운영되고 있어 업무자체가 단순 업무만은 아니다”며 “방과후 수업은 꾸준한 연계성을 가지고 있는데, 방과후 담당 교사가 해마다 바뀌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재복 장학사는 “각 학교에 방과후 학교부를 만들도록 권장하여 방과후 학교 부장이 공백 없이 방과후 수업의 원활한 운영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지역 코디네이터 얼마나 있나
교육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방과후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실제 2011년 방과후 코디네이터 사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에 95%가 만족으로 답했으며, 코디네이터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98%가 필요한 사업이라고 답했다.
전북도교육청이 작년 코디네이터를 배치한 인원은 395명이었다. 올해는 예산부족으로 전북지역에 327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작년대비 코디네이터가 2명 배치된 학교를 제외시켰다.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수와 참여 과목이 많은 학교 위주로 방과후 코디네이터를 우선 지원하고 있다.
박지현(가명) 씨는 “큰 학교는 코디네이터가 2명에서 한명으로 줄어들어 그만큼 일은 많아졌다”며 “올해부터 방과후 코디네이터의 지위와 여건이 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아쉬워했다.
공개채용의 투명성 강조
박희숙(36) 씨는 “아이를 학교 보내고, 일자리를 찾아봐도 고학력 주부들에게 맞는 일자리가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하지만 주부라서 더 좋은 일이 ‘방과후 코디네이터’라는 생각에 도전해보지만, 계속 경력자 위주로 채용되다보니 신입에게 기회조차 오지 않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방과후 코디네이터의 지원 자격은 가급적 직장 유경험자로 학교 교육활동에 이해가 높은 학부모 또는 일반인을 채용한다. 자격요건으로 기본적인 전산능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응모대상은 일반인까지 넓혔지만, 자격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학부모를 우선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방과후 코디네이터의 경쟁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실제 학교별로 경쟁률은 5~6:1 정도이다.
코디네이터 채용과 관련해서는 공개 채용이 원칙이다. 학교별 채용 공고와 함께 1차 서류심사와 면접 등 객관적인 근거로 진행된다. 면접은 교장의 단독 권한이 아닌 학교별 운영위원회에서 이뤄진다. 방과후 학교 자체가 업무 연계성이 큰 편이라서 효율적 운영을 위해 경력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채용은 학교별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투명하게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도교육청은 강조했다.
코디네이터 활성화, 채용 폭 넓혀 나갈 계획
유 장학사는 “방과후 코디네이터를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며 “코디네이터를 원하는 학교가 많고 중학교에서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중학교에도 배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 장학사는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어도 도의회에서 통과가 안 되면 추진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과후 학교 현장에서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는 것에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방과후 학교 코디네이터 활성화와 전문성 신장을 계기로 교사에게는 업무경감, 학부모와 학생에게는 양질의 프로그램 제공으로 방과후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고학력 주부들의 일자리 확대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도교육청은 “앞으로 방과후 코디네이터의 처우는 업무에 따라 처우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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