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바라본 세상>입학사정관, 진정한 옥석(玉石) 가려낼 수 있어야

지역내일 2012-03-19


# 2013학년도 수시 모집 비율은 62.9%로 2012학년도 62.1%에 비해 다소 확대된다. 또한 전학년도와 마찬가지로 수시 미등록 인원 충원이 시행될 뿐만 아니라 미등록 충원 합격생의 경우 2012학년도에는 수시 등록을 포기하고 정시 모집 지원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2013학년도에는 정시 모집에 지원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던 인원이 그만큼 줄어들어 정시로 입시 관문을 뚫는 것이 좀 더 힘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최상위권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해 이미 수시를 70~80%까지 확대한 상황이다. 그동안 정시 모집에 강세를 보였던 강남학생들도 수시 모집을 통한 입시를 적극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 이러한 수시 열풍에 힘입어 수시 전문 사교육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수시전략, 입학사정관제, 특기자 전형, 글로벌 수시, 논술 대비 등을 타이틀로 내건 사교육 설명회에는 강남의 학부모뿐만 아니라 수도권 학부모들까지 한 가닥 희망의 끈을 잡기위해 북새통을 이룬다. 

수시 지원 전략을 위한 컨설팅은 기본이고 전형별로 집중적으로 준비해야할 서류와 비교과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해 학부모들을 유혹한다. 설명회를 열 정도의 대형 학원들만이 아니다. 소규모로 암암리에 1:1 컨설팅이나 스펙 준비를 해주는 전문 학원들도 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입학사정관전형, 특기자 전형, 글로벌 전형 등 전문성이 필요한 수시 전형일수록 사교육 또한 고도로 전문화되고 고급화된다. 공교육이 준비해줄 수 없는 입시 요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교육은 날로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내신 중심으로 선발하는 수시 학생부전형이나 논술과 수능 중심으로 선발하는 수시 일반전형을 제외한 수시 특별전형 대부분은 학생의 잠재력이나 특기를 기준으로 선발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잠재력과 특기라는 것이 학부모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교육의 도움으로 훨씬 더 보기 좋게 포장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입학사정관전형과 특기자전형 등으로 서너 개의 상위권 대학에 복수 합격한 한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보게 되었다. 교육기사를 주로 쓰다 보니 저절로 촉수가 뻗쳐 내용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비전문가인 입장에서 봐도 진실에서 벗어난 과장된 내용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서류는 당당히 전문가들의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지난달에는 한 수시전문학원의 설명회에 참석해봤다. 수시 지원전략을 타이틀로 내건 설명회였지만 진행된 내용의 대부분은 학원 프로그램 소개와 유효 스펙 만들기였다. 공인영어성적을 효과적으로 올리는 프로그램들은 이미 대중적이라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자연계열 스펙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진로 관련 전문 실험에 참여시킨 후 보고서 또는 논문을 대신 써주고 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준비와 예상 질문을 뽑아 면접 준비까지 해준다는 설명에는 입이 절로 벌어졌다. 학생들을 정도(正道)가 아닌 편법 가득한 사도(邪道)나 꼼수로 이끌고 있는 현장을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 이와 같이 허위와 과장으로 포장된 스펙만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없이 더 노련하게 만들어진 서류와 스펙도 있다. 명문대 입학사정관 출신들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1~2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컨설팅해주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의 시각으로 학생의 성향과 특기, 장점 파악에서부터 진로 및 교내외 활동 설계까지 철저하게 입시에 맞춰 자기주도적(?)으로 표시 안 나게 멘토링한다고 하니 그 전문화된 고가의 사교육 컨설팅 수혜자가 극소수라 하더라도 어찌 공정하다 할 수 있을까. 

봉사단체와 학부모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각종 봉사단의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든 사회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타인의 손에 이끌려 시작한 봉사라도 점점 그 나눔의 참맛을 느껴 나중에는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의 학부모 단체 또는 전문 봉사단체들이 조직적이고 대대적으로 끌어가는 봉사 활동을 보면 학생들이 과연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생활 속의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고교 시절 기본적인 자질과 소양을 갖춘다면 이후에 의미 있는 봉사를 실천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입시를 위해 마지못해 보여주기 위한 봉사 스펙을 만들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수시확대에 대해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것인가를 놓고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과장된 서류, 만들어진 비교과 실적, 고가의 전문 수시 컨설팅, 작위적인 봉사 등은 우리의 대학 입시 수시전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수시 확대는 정직과 공정성, 양심 등 성숙한 가치들이 바탕이 되어야 신뢰할 수 있다. 다양한 수시전형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미성숙한 가치들로 인해 엉뚱한 수혜자와 과도기적 희생양이 속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입학사정관과 면접관들은 수험생 개개인의 심사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잣대와 포장에 현혹되지 않는 혜안을 갖고 평가에 임해야할 것이다. 그리하여 진정한 옥석을 가려내고 그 선발 결과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진심으로 공정하다고 신뢰할 수 있을 때 수시 전형 확대는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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