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에는 공무원만으로 구성된 댄스동아리가 있다. 20대에서 30대까지 기존 공무원 이미지를 벗어나 신선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Put your hands up!’ 댄스동아리다.
이들은 2009년 가을 등반대회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만났다. 등반대회 취소로 이들이 준비한 장기자랑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댄스동아리는 아산시청의 자랑거리로 성장했다.
한시적인 모임으로 시작한 이들이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왼쪽부터 변호석 김용철 박현정 이길용(위) 이승윤(아래) 박경희 이승호 김현필씨
몸치·박치들의 환골탈태
자신을 몸치·박치라고 말하는 댄스동아리 회원들은 하나같이 댄스초보들이었다. 단 한 명 이승윤씨를 제외하고는.
이승윤씨는 고교시절부터 힙합댄스를 전문으로 췄던 13년차 춤꾼이다. 이씨가 이 댄스동아리의 선생이자 코치다. 회원들은 나이 불문하고 그를 선생으로 모신다. 이씨의 댄스에 반한 직원들도 많다.
그러나 그도 “처음 댄스를 시작할 때는 나도 몸치·박치였다. `친구들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연습만 거듭했던 연습벌레였다”고 털어놨다.
구경 왔다가 덜컥 회원이 된 박경희씨는 “사람들 앞에서 춤추기 불가능했던 내가 이젠 결코 무대가 두렵지 않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거미줄처럼 빠져나가기 힘든 끈끈한 정이 넘치는 동아리”라며 이승윤씨가 거들자 웃음꽃이 피어났다.
박현정씨도 “남 앞에서 춤 춰본 적 없고 워낙 몸치라서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엔 춤 안 추겠다고 다짐했는데 동아리에서 무너졌다”며 “회원들은 댄스를 통해 오누이처럼 더욱 친해졌다”고 말했다.
이길용씨가 “나도 모르게 회원이 돼있었다”고 말하자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아 스카웃했다”며 김현필 회장이 받아넘겼다. 김 회장의 너스레에 이씨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다. 공연일정이 잡혀도 업무를 마쳐야 연습이 가능했다. 업무에 쫓기면서 연습까지 많을 때는 힘들었다. 김 회장은 “힘들 땐 서로 다독여가며 연습했다. 공연을 무사히 마칠 때면 그 만족감은 더할 나위가 없다”며 “이런 것이 우리 동아리의 매력”이라고 자랑했다.
입소문으로 이미 스타 인증
봉사활동의 성격으로 시작했던 댄스동아리가 지금은 충남도 단위 행사까지 초대받는다. 아산시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참신하면서 공무원 이미지 개선에도 한 몫 한다는 평이다.
지난해는 아산시청노조의 요청으로 천안시청 봉서홀에서 공연을 했다. 이날 천안시청 직장협의회 행사에 초대받은 아산시청 댄스동아리는 단연 돋보였다. 김 회장은 “노조위원장 이하 축하 인사가 이어졌으며 천안시에도 댄스동아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여론이 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호응이 큰 이유는 무대준비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연도 기획과 음악에 맞는 의상을 구하러 천안·아산은 물론, 서울까지 다니며 철저히 준비했다. 김 회장은 “봉서홀 공연의상은 서울 광장시장에서 구입한 의상”이라며 “컨셉에 맞는 옷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공연 요청이 많아졌다. 하지만 무조건 무대에 서지 않는다. 공연에 참가하는 것은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한다.
동아리가 점점 활성화되자 고민거리도 늘었다. 김 회장은 “거울과 음향시설을 갖춘 연습실을 갖는 게 목표”라며 “열정이 가득한 우리 동아리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용기를 내라”고 신입 환영의 뜻을 밝혔다.
12명의 회원들은 어느새 “지금처럼만 하면 잘될 것”이라는 신념과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Put your hands up!’의 앞날에는 더 멋진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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