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인애학교 성폭력 피해학생 어머니 심경고백

“내 딸 상처는 언제쯤 아물 수 있을까요?”

관련 재판 두 번이나 연기 … “제발 재판 서둘러 달라” 오열

지역내일 2012-03-12 (수정 2012-03-12 오전 10:14:01)

“한 장만 받아가세요. 제발 버리지 말고 꼭 읽어주세요.”
3월 2일 오전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인애학교에서 한 여인이 온몸에 비를 맞으며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인애학교 성폭력 피해학생 김 모(19)양의 어머니 박수정(가명)씨였다. 박씨의 눈물이 차가운 빗물에 섞여 흘러내렸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박씨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박씨는 “학교를 믿을 수가 없고 두 번씩이나 재판을 연기해 딸아이와 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은 재판부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학교 앞에 나왔다”고 말했다. 


* 3월 2일 천안 인애학교에서 성폭력 피해학생 어머니 박수정(가명)씨가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 딸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많이 불안해한다. 깊은 잠을 못 자고 자다가도 자주 놀란다. 문이 완전히 잠긴 것을 확인해야 조금 안정된다. 지금 딸아이와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지난 3개월이 30년 같다.
3월 1일이 딸 생일이었는데 방문을 걸어 잠그고 벽을 두드리며 울기만 했다. 가족 모두가 울었다.




-. 지난달 29일로 미뤘던 공판이 또 연기되었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2월 1일 열린 재판은 진행을 못하고 29일로 연기됐다. 피고인이 변호사 선임을 안 하고 법원 인사이동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담당 판사 교육 일정 때문에 또 미룬다는 게 말이 되는가.  끔찍한 일을 겪은 것만으로도 아이와 가족들은 가슴을 쥐어뜯고 있다. 그런데 사건은 내내 그 자리다. 재판진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두 번이나 연기됐다. 그 사이 내 딸의 상처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 이번 사건에 학교 책임도 크다던데




딸이 2010년 10월에 선생님에게 피해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장애인 주제에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하면 시설로 보내버린다’고 했다더라. 그것이 학생을 보호해야 하는 교사가 할 말인가. 그 교사는 올해 천안e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성폭력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교사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고 학교 역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2년 동안 성폭력이 상습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결국 학교가 성폭력을 방조한 것이 아닌가.




-. 장애 때문에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




내 딸은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능력이 있다. 자세히 살펴봐야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찰에 진술 할 때 ‘엄마, 상처 받으니까 나가 있으면 말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내 딸과 비슷한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알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절대 거짓말 못 한다. 만약 거짓말이라면 어떻게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 반복할 수 있겠나.




-. 이번 성폭력사건 수사를 다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내 딸뿐 아니라 다수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인애학교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례가 또 드러났다. 피해학생이 더 있을 수 있다. 피해학생들이 심리적인 불안감과 정신적 충격으로 밝히지 못할 수도 있다. 부모들이 아이의 상태를 잘 살펴보고 마음을 열고 대화했으면 좋겠다. 학교도 피해학생이 더 있는지 적극 협조할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 피켓을 들고 다시 수사에 들어갈 것을 요구하는 성폭력 피해학생 아버지

-. 전단을 읽어본 학부모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많이 놀라기도 하고 이미 보도를 보아서 알고 있다며 같이 걱정해준다. 가다가 돌아서서 전단 내용이 사실이냐고 물어본 학부모도 있었다. 그러면서 이게 사실이면 우리 엄마들이 함께 나서야 하는 일이니 힘내라며 용기를 줬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딸에게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고 싶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영화 같은 일이 내 딸에게 일어났고 내 딸은 혼자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다.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해도 도와주지 않았다.
지금 아이와 가족의 삶은 처참하게 망가졌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딸의 잘못이 아닌데 상처받게 할 수 없지 않은가. 내 딸을 이 지옥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다. 더 이상 재판을 연기하지 않고 제발 빨리 진행했으면 좋겠다.




길거리 인터뷰를 마치자 박씨는 전단지를 쥐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뛰어갔다.
성폭력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별법 위반)로 구속된 인애학교 교사 이 모(48)씨에 대한 1차 공판은 3월 12일(월) 오후 2시 30분에 천안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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