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바라본 세상> 대학별 입학전형 ‘3년 전 예고제’ 실시해야

지역내일 2012-03-12

# 지난해 11월 서울대학교는 2013학년도 입시에서 수시모집을 79.4%(2012학년도 60.8%)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모집단위나 학과별로 정시모집이 아예 없어진 경우도 있어 그동안 정시모집으로 해당학과 진로를 희망했던 학생들에게는 충격이 컸다. 정확히 2013학년도 수능이 치러지기 1년 전 예고였다.
지난 2월 25일에는 고려대학교가 2013학년도 입학전형을 대폭 수정해 발표했다. 수능 이후에 치러지던 논술을 수능 이전으로 앞당겨 수험생들은 수능과 논술을 동시에 준비해야하는 부담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의과대학을 제외한 자연계열의 경우 수시모집의 우선선발 수능최저학력기준과 정시모집의 우선선발 영역별 수능반영에서 언어영역을 무력화시켰다. 고려대 자연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 입시전략을 대폭 수정해야할 판이다. 2013학년도 논술고사가 치러지기 7개월 전, 수능이 치러지기 9개월 전의 예고였다.


# 올해 고3 수험생이 된 강남의 일반고에 재학 중인 K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부로 진로목표를 정했다. 수시와 정시를 모두 염두에 두고 내신 관리에도 신경을 썼지만 서울대 수시 지역균형전형이나 특기자전형(2013학년도부터 일반전형)의 1등급대 내신기준에는 역부족이었다. K군은 2학년 2학기부터 상대적으로 내신 반영이 적은 서울대 정시로 방향을 전환해 내신을 2등급대로 관리하며 수능 공부에 보다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서울대는 화학부 모집인원을 100% 수시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K군은 정시에 15% 정도 모집인원이 남아 있는 화학생물공학부나 타 대학으로 진로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강남학군 26개 고교의 서울대 합격자를 살펴보면 정시의 비중(2011학년도 75%)이 압도적이었다. 상대적인 내신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수능과 논술을 통해 정시로 서울대 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정시가 대폭 축소되니 K군처럼 고3 수험생이 되어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 고려대 자연계열을 희망했던 고3 수험생 P군은 이번 고려대의 입학전형 발표가 더욱 황당하다. P군은 현재 공학도의 꿈을 갖고 있지만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마칠 때까지 인문계열로 진로를 희망했었다. 뒤늦게 진로를 자연계로 바꾸다보니 수학과 과학 공부가 부족했다. 대신 언어와 영어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목표 대학과 학과를 설정하기 위해 지난해 대학별 입학전형을 살펴보니 P군에게 희망이 보였다. 고려대학교 자연계 정시모집의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이 언(28.6):수(28.6):외(28.6):탐(14.2)이었던 것이다. 타 대학은 수리와 탐구영역에 가중치를 반영하는데 비해 고려대학교는 그렇지 않으니 P군은 스스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지난 겨울방학에도 언·수·외를 균형 있게 공부했다.  

그런데 이번 고려대의 발표는 P군에게 폭탄선언이었다. 정시 우선선발에서 언(0):수(40):외(20):탐(40)으로 언어 영역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수리와 탐구 영역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 것이다. 일반선발도 언(20):수(30):외(20):탐(30)으로 수리와 탐구 영역의 가중치를 높였다. 그동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던 목표 대학이 하루아침에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이 돼버린 것이다.


# 이렇게 갑자기 대학별 입학전형이 바뀌다 보니 2~3년을 내다보며 입시를 준비했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방향을 잃게 된다. 마치 최종 목표지점을 향해 달리는 마라톤 선수에게 앞에 장애물이 나타났으니 코스를 바꾸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격. 그것도 모자라 그동안 달려온 코스는 잘못되었으니 되돌아가라고 말해 선두가 뒤바뀌는 격이다. 

학부모들은 발표되는 전형을 접할 때마다 당황하지만 금방 유순해진다. 이제 대학들의 폭탄선언에 만성이 돼서 무덤덤해진 것 같기도 하고, 대학이 ‘갑’이고 수험생이 ‘을’이다보니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전에 빨리 대처해야한다는 생각이 앞설 수도 있겠다. 1년도 남지 않은 짧은 기간에 바뀐 입학전형에 맞춰 목표대학도 수정하고 학습전략도 바꿔야 하니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사교육의 발 빠른 정보력과 대처능력에 의존하고자 하는 심리도 싹튼다. 그래서인지 강남의 유명 학원 입시설명회는 1~2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이루기도 한다.


# 문제는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왜 대학들은 해마다 입학전형을 바꿔야만 할까.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대입제도 변경에 있지 않을까. 교과부는 새로운 대입제도 계획안을 시행 3년 전에 발표한다. 하지만 그에 따른 제도적인 후속 조치가 늦어져 3년 전 발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현 고2가 처음 치르는 2014학년도 수능의 경우 개편안은 벌써 2년 전에 발표했지만 이를 적용한 모의 평가는 올해 5월 처음 치러질 계획이다. 이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다시 수정, 보완이 이뤄질 것이고 확정되는 시점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NEAT 시행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큰 그림이 늦게 그려지니 그에 따른 세부 그림이라 할 수 있는 대학별 전형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관성 없는 수능 난이도도 대학별 전형을 수시로 바꾸게 하는 원인일 것이다.  

대학입시는 학생 개개인의 인생에서 진로의 방향을 본격적으로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이다. 갑작스럽게 변경되는 대학별 전형에 고3 수험생과 학부모가 우왕좌왕하는 일이 없도록 부디 실효성 있는 3년 전 입시예고제가 실시되어야할 것이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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