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유인숙(대방동 49) 씨의 대보름 장보기는 저절로 해결됐다. 그것도 뭘 살까 어느 게 더 좋을까 고민할 거 없이 유기농 재배 식품들로 가만히 앉아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이 운영하는 ‘언니네텃밭 꾸러미’를 통해서죠. 특히 직장 다닐 때는 진짜 큰 덕 봤어요”라고 유 씨는 말한다. 언니네 텃밭은 식량주권과 토종씨앗을 지키기 위한 농민과 소비자들의 만남의 공간이다. 제철 꾸러미 사업, 직거래 장터, 토종씨앗 전시 채종포사업, 가공사업, 도농교류 및 식생활 교육 등을 진행한다.
세계적 공동체 지원농업(CSA) 형태의 직거래
함안여성농민생산자공동체 정은미 씨는 “언니네 텃밭 제철꾸러미는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공동체 지원농업(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형태의 직거래사업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친환경 여성농민 생산공동체와 소비자들이 함께 짓는 농사”라고 설명한다.
소비자(회원)가 소정의 월 회비를 내 여성농민 생산자 공동체를 지원하고, 생산자는 월 4회 제철 농산물로 이루어진 꾸러미를 보내는 형태다. 토종씨앗을 지키고 제철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전통 가공식품을 취급한다. 여성농민 생산자들이 한 마을 또는 면 단위 중심으로 생산공동체를 이뤄 생산계획 및 출하를 함께 결정하고, 소비자들은 거리에 상관없이 산지를 방문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생산자와 교류할 수 있다. 누구나 어디서든 홈페이지(http://we-tutbat.org/) 회원가입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안심되는 신선한 재료들로 반찬걱정 안하게 됐으니 횡재라는 생각까지 든다”는 씨티 세븐 사는 김미화(48) 주부. “이번 주 꾸러미에는 무농약 우리콩 손두부, 무 항생제 유정란, 시레기, 깍두기, 방울토마토, 호박, 파프리카, 무말랭이, 배추속잎 등이 들었다. 재료별 조리법도 자세히 적은 농민언니들의 친절한 덤까지 얹은 풍성한 꾸러미가 매주 온다”며 감탄한다.
얼굴 있는 생산자와, 그를 아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먹을거리
‘언니네텃밭’은 광우병이나 세계곡물가 폭등 등의 문제로 ‘전여농’을 포함한 전국여성연대 회원들이 먹을거리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때, ‘식량주권’과 함께 토종씨앗을 지키자는 취지로서 출발했다. 농민조직, 지역 여성회, 노동조합과 정당까지 포괄된 전국여성연대의 이름으로 ‘식량주권’에 관한 주제 강연이나 교육과 토론 등이 집중되던 2009년 사업단을 출범해 작년 말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로 채택됐다. 생산자로서의 여성 농민 활동을 만들자는 고민과 실제 생산 활동을 지원하는 소비자가 만나 ‘식량주권’을 함께 이룬다는 개념이 언니네텃밭의 핵심. 여성농민생산물의 판로 확보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직거래다.
전국에 10 여개 텃밭꾸러미가 있으며 창원 지역은 함안여성농민회가 직접 운영하는 아라씨앗드리 꾸러미 공동체를 통해 거래된다. 이제 막 정은미 씨와 방울토마토에 대한 통화를 끝낸 중리 사는 이민숙 주부는 “회원이 되면 친정엄마가 딸에게 보따리 싸 보내듯 지역 제철 생산 채소 등 건강한 반찬과 간식을 매주 또는 격주로 집에서 편안히 받을 수 있다”고 말한한다.
문의 055-582-6471(010-2448-6471) / 02-582-1416
홈페이지 http://we-tutbat.org
윤영희 리포터 ffdd7777@hanmail.net
mini interview 언니네 텃밭 사무장 윤정원 씨
“식량 주권,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지켜야”
언니네 텃밭 사무장 윤정원 씨는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 5%는 자급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며 “신자유주의의 규모화, 기업화를 외치는 농업정책 아래서 우리 농업을 지키기란 불가능하다. 그 피해는 전 민족에게 돌아온다고 말한다. 농업은 농민만의 힘으로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그래서 농업을 지키기 위해, 전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와 식량주권을 위해 농촌과 도시가 합심해 지역먹을거리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언니네텃밭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농사지음으로써 농업과 농촌 지키기, 토종씨앗과 소농 살리기, 지역 먹을거리 살리기를 통한 식량주권 실현이라고 강조한다.
윤영희 리포터 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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