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특별활동’ ‘재량활동’으로 운영하던 학교활동을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으로 통합해 실시했다. 올해 중2, 고2가 되는 학생들부터 공식 교육과정으로 편제해 특목고 입학과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고등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율고(자사고·자공고)보다 일반고의 창·체가 더 어렵고, 학교장의 이해와 배려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내일신문의 보도(2011년 12월 2일 871호)이후, 2012년 창·체엔 어떤 변화가 있을지 학교현장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편집자 주>
“입시부담과 성적스트레스, 창·체로 확 날려버려요”
대전고 토론 동아리 ‘대고라’ … 성공적인 창·체 위해 재정지원 해야
지난해 대전고등학교 토론동아리 ‘대고라’의 활동은 고등학생들 세계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다.
대전고 2학년 김태욱군은 대전평생학습관에서 주최한 ‘평생학습 우수사례 수기 공모대회’에 참가했다. 대회에서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보람 있는 동아리 활동을 했다고 자부한다.
김 군은 입시라는 경쟁구도만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거나 인재양성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
김 군은 “토론 동아리활동을 통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내 생각이 편협했음을 알게 됐다”며 “사회문제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히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기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군은 “고등학생들은 입시부담과 성적스트레스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창·체나 동아리 활동은 힘과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동아리활동과 창·체 지원을 위해 충분한 시간과 재정을 지원해 주길 원했다.
박종근 전교조 대전지부 사무처장은 “교육과정 본질에 맞게 창·체를 지원하려면 학교예산에 공식 편성해야하고, 교육청은 이를 지원해야 한다”며 “시교육청이나 자치단체에서 학생들의 창·체 지원을 위해 이동수단(버스 등)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대전고 학생들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 스스로 동아리를 조직하고 자유토론을 통해 연간계획표를 작성한다.
지난해 대전고 토론동아리 ‘대고라’는 활동계획을 작성해 ‘에듀팟’에 올렸다.
일시 | 주제 | 세 부 일 정 | 장소 |
2011.03 | 동아리 안내 | 동아리 부서 안내 | 1학년 각급 교실 |
2011.03.09 | 동아리 조직 | 학생 희망별 동아리 배정 | 1학년 각급 교실 |
2011.03.19 | 임원 선출 및 OT | 오리엔테이션 및 임원 선출 동아리 활동방향 토의 | 1학년 3반 |
2011.04.02 | 토론 | 1년간 동아리 활동계획 발표 시사토론 <리비아 사태 – 다국적군의 개입이 옳은가?> | 1학년 3반 |
2011.04.16. | 토론 | 독서토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엄석대vs아이들> | 1학년 3반 |
2011.04.30. | 봉사활동 | 중증장애인 간병 보조 | 중증장애인요양시설 <한몸> |
2011.05.07. | 토론 | 시사토론 <사형제 폐지 과연 필요한가?> | 1학년 3반 |
2011.05.21. | 봉사활동 및 창의적 체험활동 | 대전 유등천 주변 생태환경실태조사 및 교육 | 유등천 일원 |
2011.06.04. | 토의 | 영화 <내이름은 칸> 감상 후 종교간 갈등에 대한 소견발표 | 1학년 3반 |
2011.06.18. | 봉사활동 및 창의적 체험활동 | 대전광역시 시의회 견학 및 청사 주변 환경정화활동 | 대전광역시 시의회 |
2011.07.02. | 간이 토론대회 | 시사토론<종교간 갈등, 어떻게 해결하나> | 1학년 3반 |
2011.09.03. | 토론 | 시사토론 <보편적 복지 vs 선택적 복지> | 1학년 3반 |
2011.09.17. | 봉사활동 | 보문산 일대 환경정화활동 | 보문산 일대 |
2011.10.01. | 창의적 체험활동 | 2011 기초과학 우수성과 전시회 | 국립중앙과학관 |
2011.10.15. | 봉사활동 및 창의적 체험활동 | 금강 일대 환경정화활동 | 금강 상류 |
*참고: 대고라 동아리의 연간계획표
주5일수업제로 창체 시간 확보 어려워
대전고가 지난해 성공적인 창·체를 진행한 것은 토요일 전일제 수업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는 주5일수업제 시행으로 창·체를 주중에(수요일 5~6교시) 운영할 계획이다.
대전고 창·체 담당 정광문 교사는 “주5일수업제 시행으로 창·체 시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수요일 오후시간(5~8교시)을 모두 할애해줄 것을 교장에게 건의했지만 5·6교시만 확보했다. 외부활동을 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창·체 시간확보 문제에 대해 전교조 대전지부 박 사무처장은 “학교장의 입장에서 보면 창·체 도중 발생 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한 지나친 우려나 입시중심의 교과활동을 중시하는 인문계 고교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장의 열린 사고와 융통성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 절실하다”며 “교육청이 일정부분 창·체에 대한 긍정적인 개입과 공문으로 공식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업계획이나 창·체 등 교육과정에 대한 계획은 각 학교의 교과부장회의에서 ‘교육과정협의’를 한 후 학교장이 최종 승인한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대성고 ‘창의적 체험활동’ 들여다보기
“배우는 것보다 체험 하는 것이 중요”
대전 대성고(자사고)에서 창의적체험활동을 하는 과학동아리 ‘아톰스’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창·체 만족도는 매우 높다.
과학동아리를 지원하고 도와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 이지원 세포생물학 박사는 “배우는 것보다 ‘체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험한 기억만을 가지고 갈 수 있어도 성공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창·체 교육에 참여하는 교사나 교육전문가들은 창·체를 통한 현장 체험학습이 진로와 진학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조언한다.
지난 28일 봄방학중에 ‘아톰스’는 KBSI의 첨단과학 체험교실에 참가했다. 그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창·체 통한 실험, 계속하고 싶어
이번 체험교실 실험주제는 ‘레이저 형광현미경을 통한 생체의 신비’다. 체험교실에 참가한 김호규(고2)군은 ‘뇌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다. 1학년 때부터 ‘아톰스’ 활동을 한 김 군은 KBSI를 세 번 이나 방문했다. 김 군은 “학교에서 하는 실험과는 수준이 다르다. 시설도 좋고 전문적인 실험을 진행해주니까, 집중도 잘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실험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군은 “전자현미경을 통해 내 세포를 처음 본 순간 무척 놀랐다”며 “그 땐 마치 제 온몸에 있는 신경들이 마구 꿈틀거리는 것 같이 느껴졌었다”고 말했다.
이어 “커서 뇌과학 분야를 전공해 보고 싶다”며 “아버지도 뇌 과학자가 되는 것을 적극 후원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아톰스’ 회원인 김규한(고2)군 역시 창·체 활동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김 군은 기초의학분야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김 군은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임상의학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기초의학 분야를 선택했다”고 속 깊게 고민한 생각을 전했다.
김 군은 기초의학이 발달해야 임상의학 분야를 넓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 군은 “학교에서 하는 실험은 단순한 실험 위주다. 하지만 KBSI의 체험교실은 첨단과학 장비들을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김 군은 “앞으로 입시 위주의 공부도 하겠지만, 창체를 통한 실험을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창·체는 의미 없어
아톰스 동아리 회원들을 지도하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KBSI를 찾은 대성고 창·체 담당 한성순 교사는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창·체는 의미가 없다”며 “2년 전부터 KBSI의 ‘첨단과학 체험교실’을 이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최연석 연구원이 진행해 준 ‘초전도체 실험’이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성고 창·체 동아리 아톰스의 실험을 주관한 이지원 박사는 “첨단과학 체험교실에 참가하는 KBSI의 연구원은 년 4회의 기본계획을 갖고 있으며 체험교실 외에도 년 10회 정도의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아이들과 편한 대화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아이들과 실험하는 시간이 즐겁다. 생각지 못한 재치 있는 질문을 쏟아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험중에 한 학생이 “내 침 속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이 박사는 “아직 연구 중인 사안이고 구체적으로 찾아낸 것이 없어 대답할 수 없었다”며 웃었다.
체험교실을 거쳐 간 학생들은 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느낌이나 궁금증을 올린다.
대성고 동아리가 즐기는 첨단과학 체험교실은 정식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까지 2년을 꼬박 준비했다.
KBSI의 연구원들은 특별한 자금지원을 받지 않지만,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
대성고는 올해 1·2학년을 대상으로 창체와 봉사활동을 월1회씩 둘째 넷째 수요일에 교차 실시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의 과학대중화 사업
“원격조정으로 삼척에서 제주까지 창·체 지원”
주요 프로그램에 10만 여명 참여…양질의 교육위해 지원 절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박준택·이하 연구원)은 첨단장비를 이용해 전국 구석구석 창·체 지원을 하고 있다. 연구원 과학문화팀 이대원 팀장은 “강원도 삼척에서 진행하는 실험을 원격조정 기술로 대전 전주 제주 등의 학생들을 체험학습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원격실험은 KBSI만이 할 수 있는 온라인 연구 시스템이다. 첨단장비를 활용한 원격실험을 통해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들에게 교육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의 ‘첨단장비활용 과학 대중화사업’은 2004년 교육사업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연구원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관한 엑스사이언스 프로그램에는 600회에 1만400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2012년 과학대중화사업 운영계획을 살펴보면 ‘엑스사이언스 프로그램’ 600여회 운영(예상 참가자수 1만 3500명) ‘주니어닥터 프로그램’ 프로그램 300회 이상 ‘유성구 꿈나무 과학멘토’ ‘기관과학기술앰배서더’ ‘국립과천과학관 주최 현미경 사진 기획전’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사이언스 페스티발, 제주해변과학캠프 참가 등 전국 지역 과학행사 및 축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인적 물적 자원을 이용한 다양한 교육기부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초중고생을 위해 여름방학 중 4~8주를 활용해 1:1 멘토제수업 등을 진행한다.
더불어 과학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소외지역이나 참여기회가 적은 소외계층 학생들을 위해 첨단과학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전북 무주 설천초교 학생 초청 등 35회)했다.
과학문화팀 이 팀장은 “2004년부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이 10만명이 넘는다”며 “주니어닥터 프로그램의 경우 연초에 학부모 문의가 많은 걸 보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대치가 매우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의 장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참여기관을 늘리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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