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공고 교사·가수 최성일씨 - “장애인 아들과 음악봉사하며 살겠다”

지역내일 2012-02-13 (수정 2012-02-13 오전 11:39:20)

인생이 무엇이냐 사는 게 무엇이더냐/ 한번 왔다 가는 인생 후회를 하지만 이런저런 미련도 갖지마/ 세상사 고달픔 속에 시달릴지라도/ 참고 사는 게 인생인 것을/ 탈도 많고 말 많아도 이해하며 사는 거야/ 둥글둥글 웃으면서 사는 거야
대전공고 교사(기계과)이자 가수인 최성일(62)씨가 지난 7일 대전광역시립제2노인전문병원에 입원 중인 어르신들에게 불러주던 ‘둥글둥글’이란 노래의 일부분이다.
노래를 부르는 틈틈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주고 때로는 안아주기도 하는 최 씨. 그에 화답하듯 어르신들은 박수를 쳐주고 잡은 손을 놓을 줄을 모른다.
얼굴에 한 가득 웃음을 머금고 노래하는 최 씨에겐 걱정이 없어 보인다. 관객들 앞에선 노랫말처럼 둥글둥글 살아가자며 항상 웃음을 보이는 최 씨지만 그에겐 남모를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정신지체 1급과 간질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아들과 치매와 신장암으로 투병 중인 노모 때문이다.




◆ 아들위해 선택한 가수의 길=
최씨는 학창시절 노래대회에 나갈 때마다 수위 입상을 할 정도로 노래를 잘했다. 한 때 가수의 꿈을 꾸기도 했지만 ‘딴따라는 안된다’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그 꿈을 포기했다. 그런 그가 환갑의 나이에 가수로 정식 데뷔를 한 이유는 아들 때문이다.
백일이 채 되기 전부터 경기를 일으켰던 아들, 당시엔 유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했다. 경기를 자주 일으키더니 10살이 넘으면서 결국 간질 판정을 받았다. 간질 수술을 받았지만 큰 차도가 없었다. 게다가 자폐증상까지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현재 서른이 넘은 나이지만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의사표현도 서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가르친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할 때는 표정이 살아나고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최 씨는 그런 아들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음악 봉사를 함께 하고 싶어 가수의 길을 선택했다. 최 씨는 “중증장애인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몫을 당당히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며 “장애인들이 아들을 보면서 희망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내 도움 필요한 곳, 어디든 찾아갈 것”=
최 씨는 8월이면 30여 년 동안 몸담았던 학교를 떠난다. 지금까지는 시간이 부족해 1주일에 한번 정도 봉사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 퇴직 후 최 씨는 요양원이나 고아원, 장애인들이 다니는 특수학교 등 그를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특히 최 씨는 노인들이 많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봉사에 더욱 힘을 쏟을 생각이다. 8년째 반신불수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 또 요양원에 누워있는 노인들의 모습이 자신의 미래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최 씨는 “봉사를 다니다 보면 열악한 시설에서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며 “앞으로 재능봉사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설에는 적으나마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진숙 리포터 kjs9976@hanmail.net 사진 안시언


지난 7일 대전광역시립제2노인전문병원에서 직접 작사한 노래 ‘둥글둥글’을 열창하고 있는 최성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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