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동 문화마을 투어

동네, 문화를 품다

지역내일 2012-03-02 (수정 2012-03-02 오전 9:44:45)

바야흐로 봄이다. 슬슬 춘심이 발동할 때다. 걸을 채비를 하고 출발. 하늘 아래 레고로 탑을 쌓아놓은 듯 알록달록한 동네, 감천동을 찾았다. 요즘 드라마와 영화 촬영 장소로 한창 뜨고 있는 그 곳. 주말의 감천동 문화마을은 오전부터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감천동 태극마을

감천(甘川)의 옛 이름은 감내(甘內)다. 감은 ‘검’에서 온 것이고 ‘검’은 신(神)이란 뜻이란다. 물이 좋아서 감천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문화마을은 태극을 받들며 도를 닦는 신흥종교인 태극도를 믿는 4000여 명이 모여 집단촌을 이룬 마을이라 하여 태극마을이라고도 불린다. 태극도 본부는 1955년 당시 허허벌판이던 이곳에 태극도 도인들이 집단 이주하면서 형성된 신앙촌이라고 소개한다.
감천동 문화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삶의 터전으로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마을이다. 산복도로는 전쟁이라는 역사적 계기와 함께 지역의 지형적 특성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문화적 보존 가치가 높다. 감천2동은 2010년 ‘미로미로 골목길 가꾸기 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 관광협력사업으로 선정된 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마을 지도를 사다

마을에 들어서면 나인주 작가의 ‘마주보다’ 작품이 눈에 확 들어온다. 건물 벽에 건물 앞쪽 풍경을 거울처럼 반사된 형태로 그려 놓았다. 마치 새로운 골목이 있는 것처럼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마을을 둘러보기에 앞서 배를 채울 요량으로 분식집에 들렀다. 마침 주민 두 분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보리와 알콜을 적절히 섞은 음료를 드시고 계셨는데 어찌나 시원하고 맛나보이던지 우리도 목을 축이기로 결정했다. 워낙에 타지인들을 많이 봐서일까. 두 분은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물었고 우리 역시 편하게 답했다.
마을 투어는 입구 아트숍에서 지도를 사는 것으로 시작했다. 방문 스탬프를 찍게 만들어진 지도는 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꼬불꼬불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누비다

가는 길목 중간중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고 스탬프를 찍는 소소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가다가 멈춰 서서 멀리 감천항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돌린다. 처음 접하는 미로 같은 골목길을 아무런 두려움 없이 누빌 수 있는 것은 친절한 화살표 덕분이다. 다닥다닥 서로 벽을 마주대고 붙어 있는 집들은 허물없이 지내는 이 동네 주민들의 생활을 가늠케 한다. 문화마을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이기 때문에 조심조심 시끄럽지 않게 다녀야 한다.
느릿느릿 걷다보면 우인이라는 카페를 만난다. 커피 한 캔과 함께 학교 책상을 테이블 삼아 걸상을 의자 삼아 창밖으로 보이는 마을 풍경을 감상했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마을이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아 오히려 조화롭게 보인다.
실타래처럼 오밀조밀 얽혀있는 길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문득 길을 잃고 헤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골목길의 묘미는 귀퉁이를 돌 때마다 마주치는 새로운 풍경에 있으니까. 화살표에 의지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볼까도 싶다. 어차피 길은 다 통한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난 뒤 마지막으로 하늘마루에 올랐다. 마지막 스탬프를 찍고 서비스로 제공되는 엽서를 골랐다. 엽서대신 사진을 현상할 수도 있다했다.
“어디서 오셨나요?”“부산요.”“가까운 데서 오셨네요. 보통 관광객 중 10% 정도만 부산이고 대부분 타지 분들이거든요. 부산 분들한테 산복도로는 별난 장소가 아니라 흔히 접할 수 있는 동네기 때문에 큰 감흥이 없다는 말씀을 종종 하세요. 전라도나 대전 쪽 분들은 정말 신기해하시고.” 하긴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억양이 다르기는 했다.
문화마을 관계자 말대로 부산은 산복도로가 많다. 평지에 마을을 이루고 사는 지방 사람들에게 이색적인 모습일지 몰라도 좁은 골목길이며 미로 같은 동네는 익숙한 풍경일 터. 그래도 여러 언론에서 문화마을이 소개된 뒤 부산 관광객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하늘마루에 서자 동네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산비탈을 지지대 삼아 옹기종기 붙어있는 집들. 예쁘게 포장된 동화 속 마을이 아니다. 진짜 삶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계속되는 문화마을이다. 이제 곧 산들산들 봄바람이 불어올 기세다.




tip
감천동 문화마을 가는 길

지하철 토성동역 6번 출구로 나와 부산대학병원 암센터 앞에서 마을버스 2, 2-2. 1-1번 이용, 괴정역 6번 출구로 나와 괴정 사거리 뉴코아아울렛 맞은편에서 마을버스 1, 1-1번 이용
자가용은 감정초등학교 공영주차장 이용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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