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신문·방송반 활동하면서 반 언론인 다 됐어요
글로벌 리더 전형으로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에 합격한 이희조 씨. 경기외고 재학 시절 신문반과 방송부에서 활동하면서 언론인의 꿈을 키워왔고 올해 관련 학과에 합격하면서 그 꿈을 향한 첫발을 내딛게 됐다. 고교 2학년 때 ‘신문의 보도 경향이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쓰면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고 언론의 생명은 균형감있는 보도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는 이 씨. 경기외고 최고의 공신으로 통하는 이 씨의 열혈 언론인 도전기를 들어보자.
신문읽기 통해 관점에 따라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문제발견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많아 신문읽기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입시공부를 하다보면 사회문제에는 관심 갖기 쉽지 않은데 신문읽기 활동은 저에게 진정한 언론인상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준 계기였어요.”
논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문제의식은 같은 사안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도될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 이 문제에 주목해 집중 관찰한 결과가 그의 30여 쪽의 논문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신문 사설을 읽다보니 같은 문제가 전혀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되었어요, 대표적으로 조선일보와 한겨레 신문의 보도 태도가 그것이에요. 신문은 객관적인 매체로 사실을 전달하는 글로 생각했는데 사실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거죠. 그러니까 어떤 신문을 보느냐에 따라 생각이나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먼저 신문의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80명 정도의 학생을 표본으로 4개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을 읽도록 했고 나머지 1개 그룹에게는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을 동시에 읽도록 한 것이다.
신문의 보도 태도에 관한 논문으로 교내 논문대회 우수상 수상
“문제로 삼았던 기사는 2010년에 있었던 ‘양천서 가혹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강북경찰서장 자진사퇴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신문에 따라 ‘하극상의 문제’ ‘실적주의 문제’로 보는 두 가지 시각차가 있었어요. 조선일보는 두 가지 견해를 고르게 실었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하극상의 문제로, 경향은 실적주의를 문제 삼았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는 동아와 경향 2개의 신문을 모두 읽은 그룹의 친구들이 가장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논문을 통해 ‘다른 시각을 가진 신문을 골고루 읽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이 논문으로 교내 논문쓰기대회 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일까? 이 씨는 논문쓰기를 통해 교과서에서는 배우지 못한 더 큰 것을 보는 눈을 갖게 되었고 관련연구를 계속 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고 말한다.
“최근 신문보도의 편파성에 대한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과거와는 달리 신문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 독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진 만큼 신문은 어떤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성과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별 신문보도 경향 비교’는 앞으로 연구해 보고 싶은 분야에요.”
학교의 눈과 입역할 하는 방송반 2년여 활동
신문읽기반 뿐만 아니라 1학년 때부터 2학년 때까지 학교 방송반에서도 활동했다. 점심방송, 학교행사, 영상물제작 등을 도맡아 하고 있는 경기외고 방송반은 꽤 수준 높고 인기있어 경쟁도 치열했다고. 오디션과 면접도 치러야 했다.
“교내 학생들이 듣는 방송을 기획하고 컨텐츠를 만들고 기술적인 부분까지 모든 것을 학생들이 직접 제작해요. 아나운서, 작가, 엔지니어 중 가장 멋있어 보이는 아나운서에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처음에는 엔지니어로 방송일을 시작했어요.”
2년여 동안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배운 것이 많다. 교내방송이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의 눈과 입 역할을 하는 큰 만큼 책임감도 막중했다.
“정말 기획력이 뛰어난 선배가 있었어요. 방송부 부장이었는데 어디서 그런 풍부한 아이디어가 나올까 싶었어요. 정말 배울 것이 많은 선배였죠. 그런데 그 선배가 해외 대학에 진학하면서 어쩌다 제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어요. 중책인 만큼 어깨가 무거웠지만 나름 열심히 노력한 결과 꽤 인기있는 코너도 생겨났답니다.”
방송 콘텐츠 제작 어려움, 실수하며 방송매체 중요성 깨달아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점심시간에 방송을 틀어주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다. 그는 청취율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전략을 썼다. 동아리 소개, 국제반 국내반 학생인터뷰, 신청곡 받기 등의 코너를 마련 한 것.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송에서 참여하는 방송으로 콘셉트를 바꾼 거죠. 많은 친구들이 이 방송에 참여하게 되면서 교내방송은 소음이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과 시간이 된 것입니다.”
방송을 하기 위해 때론 일본어나 중국어도 익혀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 방송 실수로 인해 심하게 질책도 받았다. 한번은 신청곡으로 틀었던 미국 힙합이 마약을 다룬 내용이어서 학교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신청곡을 받으면 어떤 내용인지 알아봐야 하는데 그 부분을 소홀히 한 거죠. 그 노래가 방송을 타자 몇 몇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했고, 선생님께도 무척 혼났어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진땀나는 순간이죠.”
SNS·인터넷 중심 소통구조가 가져올 미래 언론환경에 관심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는 손석희 교수의 <신문읽기의 혁명>을 꼽았다. 미래 언론인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 책이라고. SNS, 인터넷 방송 등이 활성화되는 등 소통구조가 변화가 가져올 미래의 언론환경도 그의 관심사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사람들의 소통방식이 바뀌면서 기존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꼼수다’, ‘뉴스타파’와 같은 비주류 매체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그 증거죠. 나꼼수 김어준씨의 솔직함에 통쾌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기존의 언론이 권위적이고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측면이 자초한 결과일 것.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매체가 공존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고 그는 말한다.
“흑백논리에 매몰되거나 어떤 한 매체에 집중되거나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 만큼 열려 있다는 뜻이겠죠. 결국 판단은 각자의 몫이니까요.”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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