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키우려면 놀이교육 시켜라
어린 시절 친구들과 삼삼오오 운동장과 골목에서 모여 놀던 놀이, 숨바꼭질, 고무줄, 공기, 비석치기, 사방치기, 제기차기 등등. TV에서 추억거리로나 소개되고 있는 이 놀이들이 교육 현장에서는 엄연히 교과서에 실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이다. 현재 새로 임용된 선생님들 중에는 자라면서 고무줄놀이조차 해보지 않은 분들도 있어 아이들 지도에 어려움을 느낀다니 세대차이가 느껴진다. 부모님 세대는 해지는 줄 모르고 놀던 놀이가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보다 시시하게 느껴지는 아이들에게 전래놀이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난 2월 18일 토요일 오전 10시. 성남시청에서는 ‘놀이하는 사람들’ 이상호 대표의 ‘잘 놀아야 잘 큰다’ 공개강좌가 있었다. 강좌에는 주부, 공`사립 교육센터 교육담당자들, 놀이 강사 및 강사 지망생 등 전래놀이를 되살리려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3살과 7살 아이를 둔 주부 황미정(41`정자동)씨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법을 배워 활용하고 싶다”며 열의를 보였다.
강의실에 손뼉 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퍼져나갈수록 추억 속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강의 후에는 야외에서 꼬리따기 등 몇 가지 놀이를 배웠다. 놀이를 통해 처음 보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처럼 낯선 이들과도 금새 친밀한 교감과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이번 강의에서 이 대표는 저서 <전래놀이 101가지>에 소개된 놀이와 4년간 학교에서 아이들과 놀이교육을 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이지윤 리포터 jyl201112@naver.com
이상호 대표가 전하는 ‘잘 놀아야 잘 큰다’
전래놀이는 조상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삶의 지혜를 함축해 전달하는 인성교육의 갈무리다. 건강한 인격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 노릇’을 잘해야 한다. ‘노릇’은 맡은 바 구실을 뜻하는 말로 어원은 놀다의 ‘놀’에 접미사 ‘읏’을 더해 만들어졌다. 즉, 제대로 사람 구실하는 것이란 제대로 노는 것.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내용을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수없이 반복하며 내면화시켜왔다.
숨바꼭질로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극복
전 세계적으로 즐기는 놀이, 숨바꼭질은 원시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공간에 대한 이해와 탐색을 해왔고 이는 곧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추위와 더위,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공간을 찾아다녀야 했다. 현대의 아이들에게 숨바꼭질은 더 진화된 의미를 가진다. 다운증후군인 아이가 교실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데 항상 같은 자리에 숨었다. 새로운 장소로 데려가 숨을 수 있게 가르쳐주면 불안해하며 낯선 장소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1년에 걸쳐 다섯 군데 숨을 곳을 가르쳤고 이젠 제법 찾기가 힘들어 졌다. 요즘엔 정상적인 아이들도 낯선 곳에 가면 위축되고 불안한 아이들이 많다. 술래잡기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이해력을 키워주어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게 해준다.
숨기고 찾는 놀이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여준다. 술래잡기에 대한 변형으로 보물찾기를 시도했다. 아이들에게 운동장 지도를 그리게 한 뒤 운동장 구석구석에 숨겨둔 사탕을 찾아오게 했다. 찾아온 사탕을 모두 나누어 먹은 후 다시 운동장 지도를 그리게 하자 아이들은 수돗가의 양동이까지 놀랄 만큼 디테일하게 지도를 그려냈다.
딱지치기로 실패의 두려움 극복
학교교육에서 학습에 대한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가정에서는 노는 시간을 허비하는 시간으로 여기게 되었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경쟁에 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실패로 여기고 나쁘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포기자가 생길 정도로 아이들이 작은 실수나 실패에도 크게 낙담하고 자책하며 쉽게 포기해 버린다.
종이가 귀해 딱지가 재산가치가 있던 시절엔 아이들은 딱지를 잃은 것이 아까워 더 놀이에 몰두했다. 요즘엔 종이가 흔해 대신 하루 한 개만 만들 수 있는 급식 우유팩으로 딱지를 대체했더니 그 가치가 높아졌다. 아이들이 꼬박꼬박 우유도 잘 먹고 딱지 1등이 급식 받는 순서 1등을 차지하는 규칙도 정했다. 늘 공부 1등에 지는 게 싫어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도 않던 아이가 체육시간에 배운 딱지놀이를 반복하면서 태도가 달라졌다. 이번에 1등이 아니어도 다음에 또 이기면 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딱지놀이를 통해서 따고 잃는 것을 반복하며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삶의 현장에서 누구나 언젠가는 경쟁에서 지게 된다. 하지만 빨리 툴툴 털고 일어나는 것이 다음 일을 도모하기에 유리하다.
놀이로 학교문제 해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왕따가 없다. 동네 언니들과 고무줄놀이를 하던 시절 놀이를 가장 못하는 아이는 깍두기가 되었다. 깍두기는 양쪽 편에서 모두 놀며 놀이를 익혔다. 학교 체육시간을 통해 주기적으로 놀이를 배워 익숙해진 아이들이 오징어 놀이를 하는데 축구할 때는 끼워주지 않던 다운증후군 아이도 끼워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건너가는 아이들을 밀쳐내는 역할을 했으나 자기편도 구별하지 못하고 밀쳐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아이를 빼지 않고 길목을 막도록 재배치했다.
몸을 부대끼며 노는 아이들 보다 혼자 게임에 몰두하며 노는 아이들이 오히려 사소한 다툼이 많다고 한다. 함께 노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은 자신의 영역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공격으로 여긴다고. 이 아이들에게 학교수업으로만 전래놀이를 가르치는 것은 교육적 효과가 없다. 신체접촉에 거부감이 없도록 단계에 맞는 놀이를 제시하고 실제로 즐기도록 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규칙을 이해하고 놀이가 익숙해졌을 때 비로소 놀이가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tip 놀이학교에 참여하려면
분당창조학교(정자동 중앙고등학교 뒤)에서 3월부터 2,4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놀이하는 사람들’정기모임이 있다. 모임을 통해 놀이를 실제로 배워보고 아이들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본다. 회원 자녀에게는 놀이학교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문의 010-3353-4026 조봉신 성남용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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