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이 빛이 나는 이유

빛날인들에게 한 수 배우는 학습과 진로

지역내일 2012-02-23 (수정 2012-02-23 오후 7:44:38)

2009년 말부터 꾸준히 1주일에 한명씩 소개되고 있는 ‘빛날인’. 100명이 넘는 학생이 다양한 진로와 계획, 그리고 나름대로의 학습법을 주제로 빛날인의 주인공이 됐다.
 이들은 단순히 공부만 잘 하는 학생들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진로를 일찍부터 정하고 스스로의 계획과 실천으로 자신의 꿈을 개척해나간 학생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꿈의 일부분인 대학진학에도 좋은 성과를 거둬 좋은 소식을 알려오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공부를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빛날인에 소개된 학생들 중 사례별 빛날인 9명을 소개한다.  
                                                 
김소정 박지윤 오미정 리포터


1. 계획실천형 

“하루, 1년, 인생을 계획한다”
인생 계획표대로 실력과 스펙 쌓다 - 송지훈(경희대 경영학부 합격)
  공병호 경영연구소에서 진행한 ‘자기경영아카데미’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중3겨울방학 중 인생 계획표를 수립하게 된 송지훈 군. 경영학에 흥미를 갖고 목표를 세운 것도 여기 서다. 고교생활에서 중심에 둔 것은 ‘공부’였다. 때문에 입학과 동시에 학교 자율학습반을 선택해 사교육 없이 혼자만의 방법으로 공부했다. 송군은 “이 기간은 공부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됐다”면서 “꾸준히 앉아서 집중하는 습관과 머릿속에 더 많은 지식을 넣고 싶다는 욕심 같은 것도 생겼다”고 전했다.
  스펙을 쌓는데도 3개 부분(어학실력, 경영분야, 리더십)으로 나눠 목표를 정했다. 고교생 대상 경영 캠프에 대한 정보를 모아 서울대 데이터마이닝캠프와 하나은행에서 주관한 청소년MBA캠프에 참여했다. 여기서 더욱 경영학에 매료된 송군은 꿈에 대한 고삐를 단단히 죌 수 있었다. 성균관대 리더십캠프와 청소년 국제모의유엔회의에 참가하기도 했다. 또한 국제정세에 대한 눈을 키우고자 통일부에서 주관한 포럼에도 참여했다. 이런 정보는 국자인 카페(국제교류와 자원봉사와 인턴십과 비교과 관련 네이버 카페)에서 얻었다. 영어는 광문고 내 영어영재반을 활용해 영어토론클럽에 참여하며 실력을 다졌다.
  틈나는 대로 경영서적과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 등 경영/경제관련 잡지를 보며 미래를 꿈꿔온 송군은 경희대 경영학부로 진학을 결정했다. 

CEO 꿈꾸며 차별화된 ‘진로 로드맵’ 실천 - 이건희 (동북고 2학년)
 이제 곧 고3이 되는 이건희군의 장래 희망은 ‘신재생 에너지 기업의 CEO''로 경영학과 진학을 목표로 삼고 있다. ''CEO의 꿈’을 향해 이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현재까지 필요한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물론 대학 졸업 후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보유한 중국으로 유학하고 다시 미국에서 이공계 경영 MBA 과정인 PSM을 마친 후 한국에 돌아와 창업하겠다는 자기 인생의 설계도를 모두 짜놓았다.  
 꾸준히 진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 교내 진로설계 콘테스트에 도전하고 얼마 전부터는 입시 공부 틈틈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공계 기술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전세계 14개국 청소년들이 참여, 서울대에서 열린 ‘국제청소년 과학캠프’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글로벌 CEO라면 영어는 필수.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어실력을 탄탄히 다져 영어로 자작 소설을 쓰거나 영어말하기 대회, 에세이쓰기 대회에 꾸준히 나가 송파?강동 지구별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늘 고민해요. 나만의 성공이 아닌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CEO’가 꼭 되고 싶습니다.” 이군은 자신의 진로를 꼼꼼히 설계한 자기소개서를 일찌감치 써놓았고 차곡차곡 내용을 업데이트 해나가고 있다.


2. 진로개척형 

“나의 길을 가련다”
과감히 선택한 직업학교에서 꿈 이뤄 - 나호용(청강문화산업대학 컴퓨터게임과 합격)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없어 우울해하던 호용군. 보인고등학교 진학 후 성적도 계속 떨어지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소원해졌다. 어릴 때부터 꿈을 키워온 게임기획자의 꿈은 전문게임고등학교인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진학이 좌절된 후, 모든 걸 자포자기하며 생활하던 호용군.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후에야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기획을 할 수 있는 길을 알게 됐다. 학교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권유와 격려에 힘입어 직업학교인 아현정보산업고등학교 e-스포츠학과에 들어가게 된 것.
 학교에서 C프로그래밍과, 포토샵, 플래시 등을 배운 호용군은 직업학교의 추천으로 지역구에서 주관하는 자바·안드로이드·JSP 프로그래밍 수업도 섭렵했다. 던파 아이디어 공모전 입상에 이어 전주대학교 앱 기획서 공모전에도 입상하는 성과를 거두고 교내 창업대회에 입상, 소셜벤처 서울/강원지역 최우수상, 제1회 청소년 부문 소셜벤처 전국대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호용군이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치게 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를 하기 시작한 고3이 돼서 부터다. 기획서를 쓰거나 아이디어와 게임의 캐릭터를 구상할 때면 하루 종일 집중해도 흐트러짐이 없을 정도다.
 자신이 원한 청강문화산업대학 컴퓨터게임과에 합격한 호용군은 앞으로 학생으로서의 대학생활과 게임기획자로서의 게임·어플리케이션 개발을 병행할 계획이다. 

악바리 근성으로 별을 따다 - 김민준(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합격)

  김민준양은 어려서부터 꿈꿔온 요리와 관련된 꿈을 이루려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케이스다. 한국조리과학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성적이 걸림돌이었고 그 뒤로 심각하게 미래를 고민하게 됐다.
  잠실여고 진학 후, 중학교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공부에 매달렸지만 고등 수학과 영어는 거의 손댈 수 없는 지경이었다. “첫 시험에서 수학, 영어 점수는 20점대였어요. 어떻게든 해보려고 책상에 앉아있어도 아는 것이 없으니 막막했죠.” 우선 석차를 올리기 수월한 암기과목(사회탐구)에 집중 투자했다. 다행히 국어성적은 2등급 대였고 논술에도 관심이 많아서 방과후수업을 통해 차근차근 입시대비를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초가 부실한 수학과 영어의 벌어진 틈을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어쩔 수 없이 통째로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정형편이 아니었기에 김양은 학교 선생님께 의지했고 그 결과 5등급을 맴돌던 수학이 2학년 말쯤에는 3등급까지 치고 올라왔다. “사탐 공부하면서 질리도록 외우다보니 암기법에는 도가 텄던 것 같아요. 수학 개념노트를 정리하면서 모든 개념을 외웠고 그래도 안 되는 단원은 문제풀이유형까지도 외웠어요.”
  악바리 근성으로 노력한 결과, 김양은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세종대에 합격했다. 논술전형으로 경기대와 성신여대에서도 합격통지를 받았다. 여전히 영어의 벽을 넘기 위해 노력중인 김양은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3. 공부의 달인형 

“나만의 공부비법을 가져라”
공부법 벤치마킹 ‘나만의 공부스타일’ 찾자 성적이 ‘쑥’ - 김태현 (한영고  2학년) 
한영고 문과 최상위권인 김태현군.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성적은 중상위권, IQ도 보통인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과 함께 ‘180도 달라진 김태현’을 목표로 변신을 다짐했다. 첫 단계로 하루 8시간씩 무조건 책상에 앉아 있기. 좀이 쑤셔도 꾹 참고 공부습관을 다잡은 후에는 수십 권의 공부 노하우가 담긴 책을 독파하고 공부기술을 다룬 다큐까지 찾아보며 벤치마킹, 자신에게 맞는 공부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
 초반에는 열심히 해도 성적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다. 그럴 때는 학교 선생님을 끈질기게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영어는 지문을 꼼꼼하게 해석, 노트에 적은 후 해답지와 맞춰보았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꾸준히 하니 독해와 문법 실력은 물론 문장 분석 능력까지 길러졌다. 가장 고전했던 수학은 개념을 확실히 이해한 후에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었다. 틀린 문제는 다섯 번까지 되풀이 해 풀었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인강을 찾아 들었다. 문제와 답을 외우는 수준까지 되자 수학의 맥이 잡혔고 성적도 올랐다. 
 “더디더라도 ‘우공이산(愚公移山) 스타일’로 공부 기초를 닦아나가니까 결국 성적이 올라요. 학원에서의 ‘찍기’식 공부법은 반짝 효과는 있어도 통합개념을 묻는 수능시험에서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김군은 어렵게 터득한 ‘스스로 공부법’에 매진하고 있다.


 ‘화학 올인’ 공부 전략으로 서울대 합격 - 신동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합격) 
 올해 동북고를 졸업한 신동주군은 서울대, 연세대 수시에 동시에 합격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합격 비결은 차근차근 쌓아온 ‘화학 실력’. 어릴  때부터 신군은 암기 과목은 질색했지만 원인과 결과가 명쾌한 과학 과목을 좋아했다. 중2 때 우연히 수학학원 선생님의 권유로 화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게 되었고 첫해에 장려상, 중3 때 금상을 탔다. 고교 입학 후에도 학교 공부 틈틈이 올림피아드를 준비, 동상을 수상했다. “화학올림피아드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상을 받을 뒤로 주변에서 기대치가 높아지니까 그 만큼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고 성적도 올랐어요. 화학에 이어 수학공부에도 집중했죠.” ‘친환경 바이오 소재 연구원’이라는 뚜렷한 장래 목표도 정해놓았다. 이를 위해 방학 때는 ‘대학과목선이수제’를 신청, 서울대와 한양대에서 일반화학과 미적분학 강의를 들으며 전공과목도 미리 공부했다.    이처럼 신군은 고교입학 전에 일찌감치 전공 분야를 미리 결정했고 여기에 맞춰 ‘선택과 집중 공부 전략’을 짰다. 일관성 있는 공부 로드맵 덕분에 대학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고 수시 입학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4. 동아리·학교프로그램 활용형 

“학교에서 모든 걸 해결하라”
호기심 공유하기 위한 동아리 창설 - 이강욱(서울대 공학계열 합격)
공부를 할 때면 늘 ‘더 재미있는 풀이법이 없을까’ ‘다르게 증명할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했다는 강욱군. 강동고등학교 진학 후 그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갔고,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기 위한 ‘매쓰갱(MathGang)’이라는 동아리를 직접 만들기에 이르렀다. 동아리를 통해 공부하며 생기는 궁금증을 주제로 그들만의 생각을 풀어놨고, 함께 고민할 주제도 스스로 찾았다. 동아리를 담당하는 교사도 그들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강운군은 자신의  관심 분야인 과학 동아리에도 가입, 교내 과학동아리 활동 또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3학년 때에는 부장을 맡아 실험활동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했다. 학교 축제 때에는 헬륨가스체험, 녹말펀치, 혈액형 검사 등으로 친구들과 체험활동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인정받은 그는 오는 3월 서울대(공학계열)에 입학한다. 앞으로 강욱군이 공부하고 싶은 공부는 기계공학분야. 실생활에 쓰이는 기계에서부터 첨단과학이 응용되는 최첨단 기계에까지 관심이 없는 분야가 없지만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창의력을 가진 기계’이다. 열정적인 삶과 함께 다양한 방면으로 기계발달에 공헌하고 싶은 게 이군의 희망이다.

수능 100점에 도전하는 학습동아리 - 이지원(서울대 인문계열2 합격)
 명랑하고 쾌활한 지원양는 공부의 방법 역시 친구들에게서 찾았다. 혼자서 끙끙대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하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한 것. 2학년 2학기 때 그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친구 4명과 함께 만든 학습동아리 ‘100수’. 동아리 이름 ‘100수’에는 수능 100점을 기원한다는 간절함이 담겨있다. 강동고등학교는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동아리 개설을 신청하면 정식동아리로 인정해주고 있어, 지원양의 계획에 더 큰 힘을 실어줬다고.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입시 전까지 1주일에 한 번 과목을 정해가며 모임을 가졌다. 배운 내용을 요약하고 중요부분을 프린트해 동아리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식이다. 프린트해온 문제를 풀어가며 자신이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부분은 자세한 설명과 함께 친구들의 이해를 도왔다. “혼자서 공부할 때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챙겨볼 수 있었던 점이 특히 큰 도움이 됐다”고 지원양은 말한다. 동아리를 통해 큰 효과를 본 과목은 수학. 어려워서 혼자 공부하기 힘든 부분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고, 진도 역시 친구들에 맞춰 빨리 나갈 수 있었다.
 100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수능과 내신을 모두 대비할 수 있었던 지원양은 서울대 인문계열2에 당당히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PD가 되는 게 꿈인 지원양. 자신이 원한 대학에서 꿈을 위한 공부에 더 열중하겠다고 알찬 포부를 밝혔다. 

교내 프로그램으로 공부 근성 길러 - 서채원(연세대 사회학과 합격)
   
고2때 참여한 교내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방법과 고3을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 밑받침을 만든 서양. 2012 대수능이 치러지기 전, 수시전형(창의인재전형)을 통해 연세대 사회학과 최종합격 통지를 받은 운 좋은 학생이었다. 정치나 시사에 관심이 많았던 서양은 수시 지원을 할 때 점수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사회학과에만 지원했었다고 했다.
  “학교 내 자기주도학습반에서 얻은 게 많아서 후배들에게도 추천해줬어요. 집에서 공부하다보니 유혹거리가 많았고 책상에 진득하게 앉아 공부하지 않았었거든요. 고3이 되기 전에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에 자기주도학습반에 신청했었죠.”
  방과후 수업으로 실시된 자기주도학습반에서 매일 밤 11시까지 자습을 했고 특강 등을 통해 공신선배들의 공부 방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배운 점은 바로 집중력과 근성. 자습실에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반 친구들을 보면서 서양 또한 1일 계획표대로 열공했다. 학습량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책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공부로 소문이 자자했던 선배들에게 정기고사 준비법, 주말을 잘 보내는 방법 등을 특강형식으로 들었는데 힘이 됐고 각오를 다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교내 활동도 열심이었다. 학생회 활동을 비롯해 친구들과 스터디를 만들어 사회과학 분야 책을 읽고 요약하면서 서로 의견을 나눠보는 특별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은 수시
전형에서 잠재력을 어필하는 수단이 됐다.

배우를 꿈꾸면서 발견한 ‘또 다른 나’
 ‘내가 좋아하고 정말로 원하는 것을 찾은 나는 행복한 학생입니다’ 인터뷰에 앞서 김윤동 학생이 보내온 자기소개서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행복한 예비고3생’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만난 이번 주 ‘빛날인’의 주인공은 동북고 김윤동군이다.
연극반 선생님과 만남이 ‘내 인생의 행운’
 며칠 전까지 작품 ‘개순이’로 대학로 무대에 섰던 김군은 연극의 여운을 뒤로 하고 ‘고3 입시생’으로 막 복귀한 참이었다. “나는 고1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많이 바뀌었어요. 그전까지는 성격도 내성적인데다 성적은 중하위권. 학교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그런 학생이었어요. 뚜렷이 하고 싶은 것도 꿈도 없었죠.”
 그러다 성당 연극 무대에 서본 뒤로 변화의 싹이 텄다. 해리포터를 각색, 유머스럽게 연기했는데 ‘재미’가 느껴졌다. “매사에 의욕이 없는 나 때문에 부모님께서 속을 많이 끓이셨어요. 그러다 무대 위에서 생기가 도는 내 모습을 보고 연기를 배워보는 것이 어떠냐고 먼저 권하셨지요.” 때마침 겨울방학을 맞아 학교에서는 연기 방과후 강좌가 개설되었다. 일주일에 3번씩 한 달간 집중 트레이닝을 받았다. “연극반 지도 선생님을 만난 것이 내 인생의 행운이었죠. 그분께 연극의 ABC를 배웠습니다.” 논리과목을 가르치는 김광 교사는 연극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다. 교사 연극 단체인 극단 ‘푸른숲’에서 활동하는 현역 연출가 겸 배우였다.
 배우 기본기 닦은 뒤 연극 무대 데뷔
 김군은 발성법, 몸동작, 감정 표현법 등을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동북고 출신의 현역 배우인 김창영 선배로부터 물구나무서기 같은 아크로바틱을 배우기도 했다. 한 달간 연기수업을 받은 윤동군은 연극의 매력에 눈떴고 2학년이 되자 곧바로 연극 동아리에 가입했다.
 “7월에 열리는 연극제에 우리학교 연극반도 참가하게 됐어요. 배우가 부족하다 보니 나 같은 초짜도 1인 2역을 맡게 됐지요.” 석 달간 매일 저녁 8~9시까지 맹연습이 계속되었다. 지도 교사로부터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혼도 많이 났다. 작품은 ‘see you hamlet'.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고등학생의 일상 스토리가 액자 형식으로 구성된 창작극이다. “입으로 대사하면서 머릿속으로 시선 처리, 손동작까지 계산하며 장면에 어울리는 감정을 이끌어 내야 했어요. ‘아~ ’라는 대사 한마디도 수백 번 연습하죠. 힘은 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연습을 마치고 녹초가 되었어도 곧바로 학원으로 달려가 수업을 들었다. 배우를 꿈꾸게 되면서 연극영화가 진학이란 분명한 목표가 생겼고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연기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몸은 고되었지만 희한하게 성적은 올랐다.
 동북고 연극반 팀원 모두 한마음이 되어 공들여 공연을 준비했고 ‘전국청소년 연극제 서울 예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첫 데뷔무대인 셈이죠. 무대 위에서 마지막 인사할 때의 희열감이 너무 좋았어요. 최우수상이 아니고 장려상이라 아쉽기는 했지만요(웃음).”
 가을에 열린 동북고 연극반 정기공연에서 김군은 주인공인 햄릿 역을 맡게 되었다. 주인공 대사가 전체 분량의 절반 가까이 되는데 매 장면마다 등장하고 독백도 많았다. “나 때문에 공연을 망치면 어쩌나 잠 못 이룰 만큼 심적 부담이 컸어요. 한편으로는 햄릿의 명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내가 연기한다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황홀했죠.”
 배우로서 가능성을 엿본 연극반 지도 교사는 제자를 혹독하게 조련했다. 심호흡법, 미묘한 손짓과 몸짓 차이, 클라이맥스에서 감정을 폭발시키는 방법을 김군은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공연을 보신 부모님은 아들 속에 숨어있던 배우의 끼를 보고 놀라워하셨어요. 친구와 선생님들도 멋지다는 반응이었죠. 교실에서의 김윤동은 존재감이 없었는데 무대 위에서는 180도 달라졌대요.”
좌우명은 ‘꿈이 있는 자가 행복하다’
 무대 위에서 인생의 나침반을 발견한 김군은 차근차근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연극반 김광 선생님의 제안으로 지난 2월 초에는 연극의 메카 대학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연극을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선생님들과 한 무대에 서면서 많이 배웠어요. 학생들끼리 하는 아마추어 무대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고 ‘저분들만큼의 열정이 내게도 있는가’를 진지하게 자문해 보는 계기가 됐지요.”
 김군은 배우란 직업은 다른 사람의 삶을 맘껏 살아볼 수 있는 데다 남 앞에서 표현할 수 있는 ‘치명적 매력’이 있기에 이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한다. 부모님도 어려운 길을 선택한 아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신다. “아버지를 제일 존경해요. 늘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고 끊임없이 공부하세요. 그런 아버지를 닮고 싶어요. 꿈도 없고 공부도 하기 싫어했던 아들에게서 ‘배우의 싹’을 발견해 준 분도 아버지구요. 내 길이 분명하니까 연기도 수능 공부도 즐기면서 하려고 해요.” 김군은 ‘꿈이 있는 자가 행복하다’는 좌우명을 들려주며 당당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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