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가 최근 우리사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학교폭력은 상상 이상의 심각함을 보이며 손댈 수 없을 만큼 몸집을 부풀렸다.
왕따, 자살 등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피해자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은 목숨까지 끊어가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어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학교폭력문제가 심각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교육당국은 연일 강경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처벌 위주 대안으로 학교폭력을 막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지난 18일 천안교육지원청이 천안서북경찰서와 함께 개최한 ''학교폭력예방 및 근절을 위한 간담회''
<사진 제공 천안교육지원청>
교육당국과 학교 경찰은 연일 강경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월 1일부터 초·중·고등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기재한다고 밝혔다. 학교 폭력에 대해 특별법 제정, 학교폭력을 은폐한 교사와 교장 엄중 조치 등도 거론했다. 경찰도 ''학교폭력 대책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운영할 방침이다.
지난 18일 천안교육지원청은 천안서북경찰서와 함께 경찰서 대회의실에서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특수학교를 비롯한 초ㆍ중ㆍ고 교장과 천안서북경찰서 관계자, 천안교육지원청 간부 등 130여명이 참석해 진행했다.
간담회에서는 ▲ 교사에게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학교폭력을 자체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이 10일간의 등교 제한이 전부라 1달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대안으로 경찰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온중학교 김승철 교장은 “경찰이 직접 등하교 순찰과 문제학생의 멘토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환고등학교 윤여장 교장은 “지역 조직폭력배들과 연계해 학교폭력을 주도하는 학생은 교사가 해결할 수 없다”며 “경찰에서 지역 조폭과 고등학교 일진들과 연계성을 조사해 달라”고 주문했다.이에 이종욱 천안서북경찰서장은 “간담회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토대로 학교폭력과 관련한 방침을 세울 것”이라며 “곧 그 결과를 각 학교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대응 만으로 학교폭력 없어질까
그러나 학교당국의 강경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을 폭력 자체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빗나간 교육정책과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
지난 26일 천안교육지원청에서는 시민자치연구소 주관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이 함께 ‘학교폭력,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평등교육을위한학부모회 김난주 대표는 “학교폭력이 심각한 현재 상황에서 학교폭력 신고 통로를 일원화 한 것은 필요한 제도”라며 “하지만 경찰을 교육현장에 배치해 가해학생을 처벌하고 강압적으로 진압하겠다는 것은 폭력 강화 방법이지 근절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학교폭력은 한 부분만으로 시야를 좁히지 말고 경쟁우선인 입시정책, 폭력에 노출된 사회분위기 등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경찰투입을 고민하기 전에 전문상담사 배치, 인성교육 강화 등 교육 본질적인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천안중등지회 김동근 지회장도 같은 의견이다. 김 지회장은 “현재 천안·아산의 경우 표면적으로 드러날 만큼 큰 사건이 없다 뿐 엄연히 학교폭력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더 이상 손댈 수 없을 만큼 학교폭력문제가 커지기 전에 이를 위한 예방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에서는 학교폭력 예방대책으로 ▶ 1%만을 위한 경쟁교육을 모두를 위한 협력교육으로 바꿀 것 ▶ 경쟁과 입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학교와 교육을 혁신할 것 ▶ 처벌 위주의 사후 대처가 아닌 예방대책을 세울 것 ▶ 학교인권법 제정으로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교육을 통해 폭력을 추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우선
한편, 지난 18일 아산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에 관한 의견수렴회를 진행했다. 충남도교육청 주최로 열린 이날 의견수렴회는 학교폭력을 당사자인 학생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답을 찾기 위해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생 권역별로 실시한 의견수렴회는 지난 16일 논산계룡교육지원청과 보령교육지원청에서 각각 고등학교급과 중학교급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18일에는 아산교육지원청에서 초등학교급을 대상으로 의견수렴회를 펼쳤다.
이날 의견수렴회에는 학생과 학부모, 생활지도교사 각 10명과 학교정책과장, 인성교육담당 장학관, 담당장학사 등이 참석했다.
의견수렴회에서 참여 학생들은 “학교 폭력 설문조사를 한다 해도 제대로 답변하는 것이 어렵다”며 “가해 학생들이 설문 조사를 통해 신고자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고 후 피해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온전히 보호를 받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동시에 “따뜻한 관심으로 마음을 열도록 하고 예방교육도 필요하다”는 등 가해학생의 입장을 이해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처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고 나누어야 할 친구로 가해학생을 이해하고 있었다.
아산교육지원청 신민숙 장학사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학교폭력이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며 “교사의 세심한 관심, 부모와 교사의 공동 노력 등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피해를 당한 학생이 이를 숨기지 않고 교사와 부모,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회와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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