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48세)씨는 19년간 강서구에서 사회복지업무를 전담하면서 청렴하고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늘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을 해온 공무원이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 후원자를 찾아 연결하는 등 가슴으로 다가가는 복지행정을 실천해 주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얻고 있다. 특히 일군 위안부 황금자 할머니를 10여년이 넘도록 가족처럼 모시면서 굳게 닫혀 있던 황할머니의 마음이 세상을 향해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한 일은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든다.
제 1회 서울시 하정 청백리 수상의 영광
강서구청 주민생활지원과 김정환(48)씨는 서울시가 지난해 조선 초기 3대 청백리 중 한 명인 유관(柳寬) 선생의 호를 따 공직사회에 청렴문화를 알리고자 제정한 하정(夏亭) 청백리’ 제 1회 수상자이다. 김정환 팀장은 지난 1991년 공직에 첫 발을 내딛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김 팀장은 대학시절부터 기거해온 강서구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고 결혼해 가정을 꾸려 살아오면서 강서구와 깊은 인연 맺어왔다.
지금은 강서구청 소속이지만 동사무소에 근무하던 90년대의 강서구는 봉천동 신림동 등 타지역의 개발로 서울 외곽인 강서구로 이주하는 주민들이 넘쳐 나던 시절이었다. 특히 방화동과 가양동의 경우는 임대아파트가 절반 이상 건립되면서 주민복지 업무가 늘어나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복지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인구 유입은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가 너무 어려웠다.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나 달려가던 열정이 넘치던 젊은 시회복지사 시절 방화동사무소에 근무하던 김정환 팀장은 어머니로 모시게 되는 황금자 할머니를 만났다.
황금자 할머니는 일군 위안부 생존자 중 한 분으로 지난해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황금자 할머니가 국민훈장을 받은 것은 사실 김정환 팀장의 10여년에 걸친 봉사와 마음을 나눈 결과이며, 황금자 할머니와의 인연으로 김정환 팀장은 하정 청백리로 선정되었으니 두 사람의 인연이 참으로 깊고도 소중하다.
일군 위안부로 고생한 황금자 여사를 어머니로
함경도에서 태어난 황금자 할머니는 13세 때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흥남의 한 유리공장으로 끌려갔다. 3년 뒤 다시 간도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한 할머니는 광복 후 고국에 돌아왔지만 가정을 꾸리지 못하고 혼자 살아 온 외로운 노인이었다.
굴곡진 안생을 살아온 황할머니는 예전엔 지금과 다른 사람이었다고 한다. 일본군에게 시달린 기억 때문인지 밤이면 악몽을 꾸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보면 일본 순사로 착각했던지 "이놈들을 다 잡아가라"며 구청과 경찰서 등지에서 소란을 피우기 일쑤였고, 매일 동사무소와 구청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골치 아픈 주민이었다.
하지만 2003년 당시 등촌3동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김정환 사회복지사를 만나 마음을 서로 나누며 바뀌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아픈 사연을 알게된 김정환 팀장은 늘 할머니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관심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점차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 갔고 그리고 서로 아들과 어머니가 되어 10여년을 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김정환 팀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 할머니의 재산 1억여 원을 강서구장학회에 기탁할 수 있도록 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황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가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되는, 자신을 친 어머니처럼 대한 김 팀장에게 재산을 상속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정환 팀장은 이를 전액 강서구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할머니가 가시고 없어도 우리 역사의 아픈 사연을 누군가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김 팀장은 일본군 위안부 황금자 할머니의 이름으로 강서구장학회 기부를 권했다고 한다.
황금자 할머니는 자신의 생활비는 빈병ㆍ폐지 줍기, 공공근로로 해결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전지원금, 기초생활수급자 생계지원비, 기초노령연금 등을 모아 강서구 장학재단에 지속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
주민과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
94년 방화동사무소에 함께 근무하며 사내연애로 결혼한 아내도 역시 시회복지를 담당하는 강서구의 공무원이다. 바쁠 대 함께 바쁜 것이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맞벌이 부부에게 가장 힘든 일이라는 깁 팀장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다. 김정환 팀장은 가족과 함께 황금자 할머니를 찾아가곤 한다. 명절 때면 어김없이 손자들에게 세뱃돈을 챙겨주는 할머니를 두 아들도 잘 따라주는 것이 늘 고맙다.
김정환팀장은 주민복지에 열심을 내면 가정 복지는 뒷전으로 밀려난다며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자신이 업무에 낸 열심만큼 가정에 충실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 아내와 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러나 아들들이 아빠가 하는 일을 이해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면 세상을 다 얻은 것만큼 기쁜 게 사실이다.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가족 안에서 ‘가장으로서의 긍지’를 확인했던 순간을 우선으로 꼽는 김 팀장.은 “언젠가 큰아들이 학원 논술시간에 나눠준 황 할머니와 제 기사를 보고 ‘우리아빠다’고 자랑스러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기분이 좋았단다.
학원에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기사를 복사해 아이들에게 다르게 써보기를 시켰던 것 같은데 그 일로 아이에게도 자부심이 생긴 것 같다”며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로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김정환 팀장은 자신과 같은 길을 택한 후배들에게 “‘멋진 나무가 자라고 정말 예쁜 꽃이 피려면 뿌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상은 안보이는 뿌리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적당한 수분과 영양이 없이는 꽃도 열매도 없다. 사회복지사는 바로 그러한 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며 사회복지사의 업무를 설명한다.
자신이 근무하던 지역에서 타 지역으로 이사 간 후 몇 년이 지난 후에도 편지를 보내 고맙다고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용띠인 김정환 팀장은 “직접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가장 구체적인 대민 업무 라고 할 수 있는 주민생활지원 업무를 천직으로 알고 시간이 주어질 때 까지 최선을 다하는 친근한 공무원으로 남겠다”는 것이 흑룡의 해를 맞는 그의 계획이다.
유창림 리포터 yumu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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