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강동도시농부 박덕삼 대표

고덕동 농사꾼, 큰 꿈을 펼치다

땀으로 일군 로컬푸드 정직하게 공급하고 싶어

지역내일 2012-01-11 (수정 2012-01-11 오전 10:00:28)


내일이 만난 사람-강동도시농부 박덕삼 대표

고덕동 농사꾼, 큰 꿈을 펼치다

땀으로 일군 로컬푸드 정직하게 공급하고 싶어


지난해 11월 강동구에서 20년 이상 농사만 지어온 농사꾼 4명이 의기투합해 강동도시농부라는 사회적 기업을 발족했다. 박덕삼, 문홍기, 전왕규, 최재일 씨가 당사자들이다
평생 농사만 짓던 이들이 로컬푸드기업을 표방해 사업을 벌인다니 꽤 흥미로웠다. 그것도 사회적 기업이란다
둔촌동에 80(24) 규모의 매장까지 냈다. 이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덕삼(50) 대표를 만나 도시농부로 살아온 얘기를 들어봤다.


사회적기업 아카데미에서 의기투합
저희 4명은 작년 여름 강동구와 희망제작소에서 함께 운영한 사회적기업 아카데미에서 만났어요. 강동구에서 20년 이상씩 농사를 업으로 해온 사람들이었기에 서로들 알고 있었는데 그걸 계기로 뜻을 모아본 거지요.”

평소 친환경 농가의 경쟁력 강화와 로컬푸드에 대한 접목을 고민해온 이들은 공동 출자를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 4명이서 투자한 돈은 1억 원이 조금 넘는다. 사업을 시작한 목적은 이윤 창출보다 지역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좋은 먹을거리를 책임 있게 공급하고 싶다는 것. 서울도심에서 보기 드물게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땅을 일구는 도시농부였기에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명감이 더 컸다

현재 강동구에는 시설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가가
100여 가구 정도 된다. 이중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가는 64가구. 친환경 농법을 받아들이던 초창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지금은 정착이 잘 돼 다들 가락시장에서 1등 시세를 받을 만큼 품질에 있어서도 빠지지 않는다

박 대표의 경우도 친환경 농법을 받아 들인지
6년이 됐다. “친환경울타리라는 단체까지 만들어 5명이서 친환경농사를 해보겠다고 의기투합했었죠. 그 당시 주위에서 미친 놈이라고 할 정도로 욕도 많이 들었어요.” 과거를 들려주는 박 대표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제초제 뿌리면 한 방에 해결될 풀들을 일일이 뽑아줘야 하고 일손이 배로 늘어나니 아내부터 반대가 이만저만 아니었을 법하다.


지금은 친환경이 대세라지만 초창기에는 제대로 된 값을 받기 힘들었다. 땀과 정성으로 일군 채소들이었지만 막상 출하했더니 오히려 중간업자들만 배불려주는 꼴이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이라는 명목에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지불해야했다. 이런 유통환경을 개선하기위해 지역 내 식당, 마트들과 직거래를 시작하는 등 변화를 모색해왔고, 이제는 직거래 영역을 지역의 가정,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더 넓혀보고자 한다.


도시 농부의 경쟁력 많습니다
고덕동 토박이인 박 대표는 그의 아버지 때부터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었다. 그가 재배하는 작물은 쌈 채소류. 겨울인 요즘은 할 일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일과는 늘 비슷하다. 아침 6시에 하우스에 나와 그날그날 출하 물량을 맞춰 작업을 하고 환기시키고 보온시켜주는 등 오후 6시까지 쉴 새 없이 보낸다. 오늘은 비타민 채소작업을 했는데 2kg 박스로 40개를 냈다. 제철인 봄·가을의 하루 출하량은 100~150개에 이른다

도시에서 농부로 살아가는 게 꽤 경쟁력이 있어요. 저를 포함해 강동에서 농사일하시는 분들이 보통 2000~3000평씩 땅을 일구는데 보통 1년에 적게는 4000만원에서 1억 원씩 수익을 올려요. 대부분 임대농이지만 웬만한 직장인들보다 낫죠.”

강동구의 경우 가락시장에 인접해 있어서 시장 수급상황을 직접 파악하기 쉽고 거기에 맞춰 발 빠르게 물량조절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 물류비나 인건비 부담도 시골 농민들에 비하면 훨씬 적다. 어려운 점을 꼽으라면 개발의 흐름 속에서 언제 땅을 비워줘야 할지 모른다는 점. 그래도 서울시내에 농사지을 땅은 많다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이다.

농사짓는데도
1년의 계획이 있기 마련. 보통 재배작물과 출하시기를 월별로 조절해 연초에 1년간 큰 그림의 계획을 세운다. 박 대표는 계획을 세운대로 1년이 차근차근 흐르면 참 재미있다. 그러면 시세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는 거니까 농사짓는 재미가 크다고 얘기했다.


건강한 미래를 위한 투자
막상 사회적기업을 차려놓고 보니 어려움이 있긴 하다. 어차피 본업이 농사였고 기존 판로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른 일을 벌이지 않아도 됐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박 대표는 생각한다

야채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사회적 기업까지 하냐는 소리도 들어봤어요. 그래도 서울시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급식사업, 꾸러미 사업 등으로 확대해나간다면 함께 상부상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강동도시농부 매장에서는 강동구의 친환경농가에서 농부들이 공들여 키운 농산물을 비롯해 지역에서 직거래로 가져온 곡류
, 양념류, 간식류 등을 판매한다. 곧 가정으로 배송해주는 꾸러미사업도 시작된다. 박 대표는 우리 지역 아이들과 주민들이 건강한 먹을거리를 통해 건강할 수 있었음 좋겠다면서 사명감을 갖고 로컬푸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tip-
사회적기업: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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