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열풍은 밴드 음악에도 이어졌다. 2인 1조의 젊은 밴드가 인기를 얻는가 하면, 오래전에 잊혀 진 밴드가 부활하기도 했다. 이런 밴드 열풍은 우리지역 청소년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1년 청소년 문화대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대화중학교의 밴드 ‘아이리스’의 이야기다. 대화중학교의 정회열 교장은 “넘치는 끼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아이리스’는 우리학교 최고의 아이돌”이라며, 그들을 소개했다. 인기절정의 ‘아이리스’ 밴드를 만나기 위해 대화중학교를 찾았다.
열정과 실력 모두 갖춘 ‘아이리스’
오후 3시 5층에 있는 밴드연습실의 문을 두드렸다. 겹겹이 닫힌 방음문이 열리고, 몇몇 학생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마침 졸업연주회 연습중이라며, 악기를 손보고 있다. ‘아이리스’ 밴드의 최고고참인 9기 학생들이다. 살짝 앳돼 보이기도 한 그들은 보란 듯이 강열한 연주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폭발적인 사운드와 화려한 퍼포먼스는 순간적으로 보는 이를 압도했다. 마치 거울 속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에 취한 듯 음악 속으로 빠져들었다. “중학생들인데도 서로 호흡이 잘 맞아요. 함께해서 더욱 빛이 나고,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어요.” 박보림 지도교사의 말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힘차게 드럼을 내리치는 김예성군과 자신의 기타 연주에 흠뻑 빠져 있는 송동제군, 그리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베이스 기타 공민영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 강렬한 밴드 음악에 맞춰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보컬 박선영양과 묵묵히 몰입하고 있는 세컨드 기타 경민지양의 연주도 특별했다. 순간 혼연일체가 된 십대들의 합주는 프로 이상의 아우라가 있었다.
오랜 전통을 잇는 ‘아이리스’
‘아이리스(Iri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음악의 여신이다. 여신의 이름을 본 따선지 ‘아이리스’ 밴드도 오랜 전통을 잇고 있다. “2000년 1기 밴드가 결성돼 올해로 11년째네요. 그해에 경기도 청소년 예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어요.”(정회열 교장)
창단 멤버의 음악적 열정은 후배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후배들은 고양시 예능경연대회 대상을 비롯해 경기도 청소년 예술제 대상, 그리고 전국대회인 청소년 문화대축제 대상까지 수상했다. 밴드의 리더인 송동제군은 “밴드부의 전통성을 잇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깐깐한 오디션으로 후배를 모집한다”고 한다. 오디션을 열 때는 3학년이 심사위원이 된다. 보컬인 박선영양은 “밴드는 보컬이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앙상블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외모나 실력보다 연습에 참여하는 자세와 성실함을 우선시 합니다”라고 말한다. 현재 3학년인 9기는 리더 송동제(일대 기타), 공민영(베이스), 박선영(보컬), 경민지(세컨드 기타), 유아림(드럼), 김예성(객원 드럼)으로 6명이다.
록 밴드 YB가 인정한 ‘아이리스’
아이리스는 ‘2011년 청소년 문화대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날 동갑내기 친구들은 3년 동안 맞춰 온 환상의 호흡을 맘껏 뽐냈다. 송동제군은 “지난 여름방학에는 하루도 안 빼고 맹연습을 했다”며, “대회를 위해 럼블피쉬 베이시스트인 김호일씨에게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들은 무대의상도 남달랐다. “액사서리, 신발, 헤어까지 일일이 저희가 준비했어요. 스팽글도 달고, 재미있었죠.”(박선영 학생)
경연 곡은 조안 제트(Joan Jett)와 더 블랙하트(The Blackheart)가 부른 ‘아이 러브 로큰롤(I love rock''n roll)’이다. 편곡 작업에도 직접 참여해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박보림 지도교사는 “아이리스의 파격적인 무대는 관객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고 회상한다. 송동제군은 “원곡 자체가 신나는 리듬이라 관객들과 호흡하기에 좋았다”고 말한다. 박선영양은 “우리 무대를 보고 윤도현 밴드가 홍대로 오라고 했다”며 자랑한다.
우리가 바로 엄친아, 엄친딸
“옛날에는 밴드부라고 하면 ‘노는 학생’의 이미지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우리 밴드부는 뭐든 잘하는 엄친아, 엄친딸들이에요.”(정회열 교장)
밴드부 학생들은 음악활동을 통해 느끼는 성취감이 높다. 리드쉽도 뛰어나 학교의 임원을 맡기도 했다. 학업성적도 우수하다. 특히 드럼을 맡은 유아림양은 문턱 높은 국제고에 합격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배운 드럼은 학업스트레스를 없애주고, 제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어요.” 건축가가 꿈이라는 공민영군은 중학교 1학년 때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다. 박보림 지도교사는 “민영이는 기타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아이”라고 한다. 옷에 관심이 많아서 MD가 꿈이라는 경민지양도 초등학교 6학년 때 기타를 배웠다. “오빠의 영향으로 기타를 시작했는데, 코드 잡는 연습이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뎅 쳐보고, 기타가 울리는 느낌만으로도 좋았어요”라고 말한다.
음악의 꿈을 이어서
아이리스 밴드부는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다. “합창대회, 입학식, 졸업식, 체육대회 등 다양한 학교행사와 수험생을 위한 특별 공연, 이외 봉사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박보림 지도교사)
여러 무대에 오르면서 음악인의 꿈을 이어가는 학생도 있다. 밴드를 이끌고 있는 송동제군은 훤칠한 키와 잘 어울리는 ‘기타리스트’가 꿈이다. 현재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 개인 레슨도 받고 있다. 시원한 보이스의 박선영양은 ‘가수’가 되고 싶다. 선영양은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색깔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한다.
청소년 문화제에 객원 드럼으로 참여한 김예성군도 “실용 음악과에서 드럼을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드럼을 연주했다는 예성군은 기타 연주도 수준급이다.
대화중에서 만난 아이리스 밴드는 자신들의 꿈을 향한 열정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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