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웅~둥둥~ 힘찬 북소리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울리고, 힘이 마구 솟구친다. 그 흥겨운 리듬은 쌓인 스트레스도 날려준다. 백신초등학교의 최택근 교장은 “지치고 힘든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두드림이 아이들 삶에 활력을 준다”며 “이제는 동아리 활동을 넘어 학교의 사명이 됐다”고 전한다. 최근 ‘제1회 대한민국 창의체험 페스티벌’에서 공연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바빠진 백신초등학교의 난타동아리를 찾았다.
복지사업으로 시작된 난타동아리
금요일 오후 3시 백신초 교정이 힘찬 북소리로 가득하다.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북소리를 따라 가보니 신나게 북을 두드리는 아이들이 모여 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도 잠시, 최진성 강사의 손짓에 따라 절도 있는 동작으로 북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이 학생들이 바로 백신초 난타동아리 단원들이다.
백신초 난타동아리는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도에 시작해 2년째 운영 중이다. “힘든 아이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풀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고심 끝에 스트레스 해소와 온 몸 운동에 좋은 난타로 결정했죠.” 강희경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말이다. 복지사업으로 시작된 동아리지만, 지금은 철저한 오디션을 거쳐 단원들을 선발한다. “인성, 협동성, 출석 등 여러 가지 덕목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태도입니다.”
3월에 4,5,6학년을 대상으로 모집해 한 달 동안 테스트를 하고, 5월에 마지막 결정을 한다. 그렇게 모집된 단원은 20명이다. 연습은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계속된다. “아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경쟁이 아주 치열해졌어요.”(하석자 지도교사)
학교, 강사, 학생이 삼위일체
단원들에게 두드리는 기쁨을 알려준 것은 무형문화재 최진성 강사다. 강희경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최진성 선생님은 사실 저희 형편으론 모실수가 없는데, 사정 이야기를 들으시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오히려 ‘3년 안에 백신초 난타 이름을 날려주겠다’며 희망을 주셨죠”라고 말한다.
그렇게 시작된 백신초 난타동아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처음부터 엄격하게 단원관리를 했어요. 성실함을 최고 조건으로 동아리를 꾸렸죠. 그랬더니 아이들이 연습에 빠지면 큰일 나는 줄 알아요.”(최진성 강사)
그런 성실함 때문인지, 단원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지금은 초등학생의 수준을 뛰어 넘는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2년 만에 이렇게 우수한 실력을 갖춘 데는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실력자이신 최진성 선생님의 지도, 그리고 아이들의 열의가 삼위일체가 되어 가능했던 거 같습니다.”(강희경 지역사회교육전문가)
두드리는 기쁨, 그 이상의 성취감
인성교육에서 시작한 난타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심리적 침체를 극복하게 했다. 수줍고,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목소리가 커지고, 남들 앞에 당당히 서게 됐다. 학교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전교 회장, 부회장이 되기도 했다. 책임의식 함양은 물론 공동체 의식도 생겼다. 목표가 없었다던 이세인 학생(6학년)은 북을 치며,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저는 틱 장애가 있어서 항상 우울했어요. 지금은 기분도 좋아지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요” 2년째 난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은채 학생(4학년)은 “스트레스도 팍팍 풀리고, 부끄러움이 없어졌어요. 자신감이 생기니까 너무 재밌어요”라고 말한다. 외교관이 꿈이라는 김지우 학생(6학년)은 “장단에 맞춰 북을 두드리면 피곤함을 잊을 수 있다”고 한다. 난타를 하면서 리듬감이 생겼다는 김정우 학생(4학년)은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할 때면 마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한다. 단원들은 함께 두드리고 리듬을 맞추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큰 성취감을 얻은 듯했다.
첫 무대의 감동, 행복한 두드림으로
그저 아이들 마음을 보듬어주고자 시작했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무형문화재 최진성씨를 찾아가 아이들을 부탁할 때도 그랬다. 그러나 첫 무대에 오르던 순간, 그 감동의 무대는 모두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2010년 12월에 제 1회 교육복지 발표회가 있었어요.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담임선생님 모두 눈시울을 적셨어요.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어요.” (강희경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초등학생이지만 절도 있는 자세가 남달랐어요. 무대를 즐기는 아이들의 자신감은 모두를 압도 했죠.” (하석자 지도교사)
그 날 이후 다양한 지역 문화 축제에 오르며, 처음으로 나눔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학교의 지원을 받기만 하다가 재능을 나누어 주는 봉사자의 입장이 된 것이다. 김지우 학생(6학년)은 “교내 행사뿐 아니라 얄미 공원 문화축제와 농아인 협회 수아제, 그리고 백석지역네트워크 발표회에서 공연을 했다”며, “사람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하다”고 한다. 최진성 강사는 “나눔을 실천하는 백신초 난타 동아리의 행복한 두드림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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