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자에게 나는 없다. 언제나 남들과 엮여져 살려고 한다. 그렇게 타인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동안 위기에 닥쳐도 여전히 똑같이 살려고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는 누구일지라도 나를 대신하여 구원할 수는 없기 때문에 더 힘들어져 또 술에 입을 갖다 댄다. 도대체 무엇이 나인가?
지난날 계급적 신분질서의 왕조 시대에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가 속한 주인, 집안, 마을과 같은 집단으로 불렸다. 사는 곳에 따라 건너 마을의 홀쭉이라든가, 하는 일과 성씨에 따라 박 목수니, 이 씨네 맏며느리라고 부를 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 시대에 한 개인은 고유한 그 사람이 아니라 씨족이나 마을과 동일하였다.
근대 이후로 개인에 대한 의식을 깨친 서구와 달리, 우리는 왕조시대가 끝나고도 한참 더 세월이 지나서야 개인의 중요성과 의미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하였다. 식민시대와 독재시대를 걸치면서 여전히 개인은 집단과 전체의 한 부분으로 무시되었다.
현대에 와서 사람들은 자신이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기 전에, 먼저 자주적 주체임을 자각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던 가족 개념조차 많이 달라졌다. 부부나 부자 간에도 정치의식이 다를 수 있고, 적극적으로 반대편에서 활동하는 행태가 드물지 않다.
개인은 자연히 홀로 여러 가지를 겪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더 고독하다. 나만이 아는 고통과 위기를 겪고, 나아가서는 죽음까지도 직면해야 한다. 자신의 개성을 주장하고 자주성을 누리는 동안 외로움 고립 소외 의문 불안 우울 공허 허무 무료와 같은 부정적 정서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단주를 시작한 사람들이 이내 직면하는 견디기 힘든 것들이 바로 이런 점들이다. 자아가 확립하지 않은 처지에 혼자 힘으로 살자면, 의지되는 것이 없어 불안하다. 대체중독에 빠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늘 남들에게 초점을 맞춘 이유는 남들과 떨어져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타인에게 잘하느라 정신이 팔려, 정작 자신에게는 너무나 소홀하다. 과음하는 사람들의 이런 특성이 바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잘났든 못났든 이 세상천지에서 유일한 존재인 자신을 세워야 한다. 단지 자신의 몸뚱이만이 아니다. 자신은 바로 자신의 고유한 경험이고, 마음이고, 생각이고, 의지이고, 실천이자, 책임이다. 행동이 바로 자신이다. 자신의 과거와 안을 들여다보고, 자각하고 깨달아 행동으로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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