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졸업식, 그리고 30년 전 졸업식

지역내일 2012-02-15

지난 9일, 고잔동에 있는 S중학교 정문 앞은 꽃다발을 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늘은 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 올해 졸업식은 개교 이후 열 번째. 졸업 대상자는 465명이라고 한다. 졸업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졸업식은 하나의 과정을 매듭짓는 뿌듯함과 시작의 설렘이 공존했다. 꽃은 지천에서 향기를 뿌렸고, 졸업생과 축하객이 섞인 학교는 떠들썩했다.
졸업식이 진행된 곳은 시청각실. 그런데 졸업생들이 눈에 많이 띄지 않았다. 이유인즉, 학교 강당이 없어 특정 반만 졸업식에 참석한 것. 다른 졸업생들은 각 반에서 생중계되는 TV로 졸업식 장면을 보고 있다고 했다.


2012년 졸업식장, 이별도 축제가 되는 풍경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졸업장 수여식.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졸업생을 대표하는 상징 인물로 학생회장이 졸업장을 받는 것이 통상적인 일. 그런데 S중은 특이하게도 3학년 1반 1번 김경훈 학생과 3학년 12반의 마지막 번호 최지원 학생이 졸업생 대표로 나왔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졸업식장은 박수물결. 졸업생에 대한 학교 측의 배려와 축하의 마음이 담겨 있다. 학부모와 졸업생이 섞여 있는 모습도 경직됐던 과거의 졸업 풍경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교실 풍경이 궁금해 찾아간 곳은 3학년 교실. 교실 뒤와 복도에는 축하객들로 북새통 이었다. 칠판에는 ‘축 졸업’이 삼각형 모양으로 붙어 있고 TV에서는 내빈축사를 하고 있었다. 한 학부모는 “중학생은 질풍노도의 시기 중 최고점이 아닌가 싶어요. 뭐 하나 수긍하는 면이 없이 늘 부정적인 사춘기 아들 덕분에 저도 3년 동안 도 닦았어요.”했다.
아이들 책상에는 졸업 앨범이 놓여 있는데, 지난 시간을 반추하듯 앨범을 뒤적거리는 아이들이 많았다. 살짝 본 졸업앨범은 그야말로 세대차이 느끼기에 충분! 비슷한 단발머리에 똑 같은 교복과 표정을 짓고 있던 예전 사진과 달리 아이들 머리 스타일은 제각각, 표정은 무궁무진했다. ‘나 얼굴 크게 나왔다. 사진 찍을 때, 각도 잘 잡을 껄!’ 하며 소곤거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졸업생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 졸업장을 주는 순간에도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아이들. 교실을 떠나면서도 친구끼리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보던 한 학부형은 ‘2012년 졸업식은 이별도 축제가 되는구나!’ 했다.    


1982년 졸업식장, 눈물의 졸업식
그녀가 여자중학교를 졸업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학교는 오래된 상록수가 빼곡히 심어져 있고, 건물도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빨간 벽돌의 르네상스(?)양식의 교사(校舍)였어요. 졸업식이 있던 강당은 여중 옆의 상업고와 같이 쓸 정도로 무척 컸습니다. 그 강당에서 친구 손을 잡고 울던 졸업식이 생각나는군요.”
중학교 졸업식은 그녀에게 처음으로 가슴 시린 이별을 경험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이별도 이별이려니와 중학 3년 동안 마음을 주고받았던 유일한 단짝 친구가 졸업식을 끝으로 다른 고장으로 떠난다고 했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살았던 친구는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 할 수 있는 산업체 부설 고교를 찾아 멀리 창원으로 간다고 했다. “어찌나 꺼이꺼이 울었는지, 가족들과 자장면 집에 갔는데 그 좋아하는 자장면을 입에도 대지 못했어요. 오빠는 ‘개근상 하나 못 타 억울해서 우냐?’하고 놀리면서 뒤통수를 때렸고요. 친구도 떠나고 자장면도 못 먹고, 다른 사람 앞에서 머리 맞고...슬픔의 졸업식 이었죠.”
아들 중학교 졸업식장에서 30년 전 친구를 기억해내는 그녀. 눈에 눈물이 비쳤다.
“그랬던 제가 수염 생기려고 턱 주변이 거뭇거뭇한 아이의 학부모라니 정말, 시간이 빠르네요. 오늘 집에 가서 제 여중 졸업식 풍경을 애기해 주면 ‘구식’ 엄마라고 할까요? 오늘 그 친구가 몹시 보고 싶네요.”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이런 재미있는 졸업식도 있어요.


충북 단양의 한 중학교는 3학년 전교생 6명과 담임교사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전통서화와 역사유물전시회를 둘러보는 졸업 여행을 했다고 합니다. 이거야말로 잊지 못할 여행이 아닐까요?


졸업생이 17명인 충남 청양의 한 학교에서는 졸업식에서 선배와 부모님, 그 밖의 축하객 앞에서 자신을 꿈과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등을 발표 했다고 합니다. 졸업생들 좀 쑥스럽지만 마음은 뿌듯했을 듯. 


충북의 한 고교에서는 졸업식 행사로 ‘스승님 가마 태우기’를 했다고 합니다. 부모님도 태워주세요. 그러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나요? 어쨌든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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