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19·천안고 전 학생회장)군은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재홍군은 시민단체 간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인권과 교육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재홍군은 상위 1%만의 입시 위주 교육과 학벌 위주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대학 입시를 거부했다. 뜻을 같이 하는 친구 18명과 함께 수능 시험 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한 것. 조용히 경쟁에서 지쳐 떨어지는 대신, 경쟁에 뛰어들어 남을 짓밟고 뜀박질 하는 대신, 사회가 붙여준 루저라는 딱지를 버리고 스스로 거부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김재홍군.
재홍군은 대학 대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의 공개채용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했다. 1월부터 근무를 시작한 재홍군은 “관심사와 적성이 일로 연결된 만큼 지금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있는 김재홍군을 만났다.
수능시험 거부하고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주변의 관심과 시선이 힘들지 않았나
워낙 오래전부터 결심한 것을 실행에 옮긴 것이라 어떤 반응이 있을 것인지 미리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언제부터 교육과 청소년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
고 1때부터다. 오로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세미나와 토론회, 청소년 관련 단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금 학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천안고등학교 학생회장으로 출마하게 된 계기가 됐다.
천안고등학교 학생회장 시절, 인권학생회장으로 유명했다
몇 가지 일화가 있다. 복장규제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조문을 검토해 학교에 건의사항을 올렸다. 학교운영위원회에도 참석해 강하게 학생들의 주장을 전달했다. 우리의 요구사항이 모두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교육과 인권에 대한 내 관심이 학교와 친구들에게 전달됐던 것 같다.
또 학교생활규정 중 학생회 조직에 관한 규정에 ‘징계사실이 있는 자는 학급 임원이나 학생회 임원에 입후보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이 부분이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판단이 들어 인권위에 진정을 했다. 인권위에서 6개월이 넘는 검토 끝에 1월 28일 학교에 개정 권고를 했다. 이런 과정 때문에 타칭 인권회장으로 불리게 됐다.
천안은 비평준화 지역으로 더 일찍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있는데
비평준화 지역 청소년들의 교육과 인권문제가 심각하다. 대입이 아니라 고등학교 입시부터 서열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인간관계와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다.
길을 가다가 중학교 때 친구를 만나도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했는지 물어볼 수가 없다. 소위 빅3고가 아니면 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 의해 서열이 결정되고 친구들과 이질감이 느껴지는 현실이 서글프다.
최근 학교폭력문제가 심각하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인권의식부재’와 ‘감정표현의 서툼’에 한 원인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인권의 소중함을 알면 남의 인권의 중요함도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에서 입시공부보다 인권교육을 먼저 해야 한다. 또 친구들 간에 입시 말고 달리 할 이야기가 없고 건전한 놀이문화가 없는 것이 왕따나 학교폭력의 한 원인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입시를 거부하고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앞으로 어떤 삶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행 입시 제도와 학벌 사회에 반기를 든 것이지 고등교육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 시민단체 활동을 계속하면서 방송통신대에 입학해 교육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방통대는 등록금이 합리적이고, 입시경쟁과 무관하며,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현행 대학입시제도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고 나서 일부는 ‘너희들이 얼마나 잘되나 보자’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삶에는 다양한 길이 있고 다른 길을 선택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서다래 리포터 suhdr1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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