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쌓인 여자들의 ‘한 말씀’

눈치 없는 우리남편, 누가 좀 말려주세요~~

지역내일 2012-02-07

일 많았던 설이 지났고 아이들 방학도 끝났다. 속이 시원해야 할 주부들. 근데 왜 이렇게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많은지. 아무리 힘들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남편의 따뜻한 위로 한 마디면 그만이다.
그러나 요즘 남편들 눈치 없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는데 남편들 눈치는 왜 그리 늘지 않는지···. 물가는 오르고 아들이 관리는 더 어려운 시절. 안팎으로 스트레스 쌓이는 가족들 마음 서로서로 챙겨주는 것이 보약보다 낫다.

김부경·이수정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명품가방, 시어른께는 짝퉁이라 속였는데···


결혼 10주년이 되어서야 남편에게 명품가방 하나 선물 받았다는 송미영(40·대연동)씨. 그동안 두 아이 키우랴, 시댁에 생활비 보태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명품가방 하나도 송씨에게는 큰 사치였다.
“벼르던 명품가방을 장만하고 나니 슬쩍 걱정이 되더라구요. 평소 시어른께 늘 힘든 형편을 강조해오던 터라 사실대로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짝퉁이라 속이기로 했죠. 혹시나 해서 남편에게도 입단속을 시켰구요”
시댁에 갈 때엔 명품가방을 잘 들고 가지 않았다는 송씨, 그런데 결국 눈치 없는 송씨의 남편 때문에 모든 것이 탄로 났다. 송씨의 시아버지 생신에 시누이 가족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취기가 오른 남편이 그만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울 마누라 가방 참 좋네, 명품이라 그런지 때깔이 다르네. 마누라~ 엄마 것도 하나 사드릴까?”
남편의 말 한마디에 송씨의 얼굴은 벌개지고 다들 짝퉁이라 알고 있던 그 가방이 명품으로 변신하던 순간이었다. 송씨는 더 이상 변명도 못 하고 얼떨결에 어머니 것도 하나 사 드리는 쪽으로 마무리를 했다고. 눈치 없는 남편 때문에 염치는 염치대로 없고 돈은 돈대로 들게 생겼다.


내 인생 최고의 라이벌 동서 앞에서···

아들만 둘인 집 장남에게 시집 간 하경미(43·좌동)씨. 해가 갈수록 알게 모르게 쌓여가는 동서와의 라이벌 의식에 명절이나 제사가 다가오면 스트레스가 팍팍 쌓인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막상 은근히 있는 척, 잘난 척 하는 동서를 보면 오기가 생긴다.
그래도 하씨의 자존심을 지쳐주는 건 초등학교 5학년 딸뿐이다. 거의 만점에 상도 자주 받아오는 딸 자랑이 하씨의 가장 큰 무기인데 지난 명절에 눈치 없는 남편 때문에 그마저도 끝났다.
친정 자랑을 시작하는 동서 앞에서 딸아이 기말고사 성적이야기를 시작한 하씨. 동서의 표정을 보니 기가 팍 죽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남편의 생각 없는 한 마디.
“밤 12시까지 애 달달 볶아 초등학교 성적 잘 나오면 뭐해?”
피식 웃는 동서의 얼굴에 하씨는 순간 당황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시어머니도 “아직 어린 것들이 그렇게 스트레스 받아서야···”라고 한 마디 하신다.
평소에 스스로 공부한다고 늘 말해왔는데 남편의 한 마디에 하씨는 이상한 사람 되고 딸은 스스로 공부 못하는 그저그런 아이가 되었다. 뭐 그렇게 아이를 달달 볶았다고···.
남 없는 데선 남편이 뭐라 말해도 상관없던 하씨. 동서 앞에서 그렇게 면박을 주고도 아직 그 잘못을 전혀 모르는 남편이 밉다 못해 답답하다.


“장모님, 저 이렇게 쥐여 살아요~”

평소 가정적인 남편 덕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는 이서희(39·민락동)씨. 하지만 가끔 친정 부모 앞에서 생색을 내는 남편을 볼 때면 얄밉기도 하단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 칼퇴근에, 집안일도 곧잘 도와준다는 이씨의 남편은 자신의 와이셔츠도 손수 다려 입는다. 신혼 때는 이씨가 다려주었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바빠지면서 다림질은 자연스레 남편의 차지가 되었다. 하지만 장인, 장모가 찾아온 날이면 더욱 생색을 낸다고.
“남편은 주말에 일주일치 와이셔츠를 다리는데 친정 부모님이 오신 날에는 거실에까지 가지고 나와 다리곤 해요. 그리고 평소엔 말해야 해주는 청소도 스스로 하구요.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
그 모습을 본 이씨의 친정부모는 사위가 고맙기도 하고 안쓰러워 이씨를 나무라기도 한단다. ‘평소 집에서 놀면서 남편 와이셔츠도 안 다려주고 뭐하냐’, ‘바깥일도 피곤한데 주말에는 좀 쉬게 해야지’ 등 괜히 어른들 잔소리까지 듣게 된다고 투덜대는 이씨.
“평소 마누라한테 쥐여산다는 걸 시위하는 것 같아 얄미워요. 하지만 장인 장모님께 이쁘게 보이려고 그런다는데 할 말이 없죠 뭐. 그나마 시어른들 앞에서는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겨야 하나요?”  


여보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제발 나한테 말해요~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명절을 지내게 된 초보주부 서지은(27·재송동)씨. 
결혼하고 첫 명절이라 음식은 서툴고, 시댁은 낯설었다. 하루 종일 음식 하느라 서씨는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튀김과 전까지 모든 음식을 다 하고 마무리 할 무렵 부엌에 나타난 남편! “엄마 왜 고구마튀김은 안 했어? 나 먹고 싶은데···.”
가뜩이나 손 큰 시어머니가 이것저것 음식을 싸주시면 맞벌이하는 부부다 보니 냉동실에 넣는 것이 다반사인데, 팔뚝만한 고구마 10개를 들고 나오시는 시어머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한동안 고구마만 봐도 신물이 난다는 서씨.
“제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나에게 말해요, 여보~~~.”


남편의 TV 욕심은 못 말려

다른 남자들처럼 컴퓨터나 자동차에는 크게 관심이 없지만 유난히 TV에 집착하는 남편을 둔 손연지(42·중동)씨는 유별난 남편의 TV사랑에 속이 상한다.
결혼 10년이 넘어가면서 집에 쓰던 가전제품이 하나 둘 고장나기 시작해 이것저것 바꿀 것이 많은데 저 눈치 없는 남편는 날마다 멀쩡한 TV를 최신형 TV로 바꾸자고 성화를 부린다. 매일 세탁하는 세탁기가 자주 고장나고 너무 작아서 이불빨래가 힘들다며 그리 노래를 부르지만 선뜻 못 바꾸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 마트에 장보러 가면 TV매장에서 발을 못 떼는 남편.
세탁기를 바꾸자고 하면 “왜? 세탁기 고장났어? 세탁기 지금 되잖아?”라고 묻는 남편을 보며 손씨도 묻고 싶다. “TV도 아직 멀쩡하거든요?”


너무나도 정직한 남편

신혼 초 빠듯한 살림으로 소소한 가전제품 구입은 엄두도 못 냈다는 한현주(42·수영동)씨. 좁디좁은 아파트에서 살림하다보니 커다란 청소기보다 자그마한 핸디청소기가 절실히 필요하더란다.
“소형청소기는 몇 만원 하지도 않는 거였는데 그 때는 그 돈도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시댁에 있던 소형청소기가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시어머니께 직접 달라고 하기에는 갓 결혼한 새댁이라 차마 입이 안 떨어지더라는 한씨. 그래서 남편을 앞세워 청소기를 받아오겠다는 계획을 세웠더랬다.
“남편에게 말 잘 해서 얻어오자고 입을 맞췄죠. 어머니도 딱히 사용을 안 하시더라고요.”
문제는 동서네 식구들도 다 있는데서 갑자기 남편이 청소기 말을 꺼낸 것. 그것도 “엄마, 현주가 청소기 필요하다고 달라는데요”라고 너무나 정직하게 요했다. 순간 시어머니는 ‘별 걸 다 가져가려한다’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시고, 너무 부끄러워 변명도 못한 채 얼굴만 벌개졌다는 한씨.
“여하튼 청소기를 얻어오기는 했지만 정말 민망했어요. 어쩜 그리도 눈치가 없는지. 어머니도 신랑도 그 때 일은 까마득하게 잊었겠지만 저는 지금도 소형청소기만 보면 그 날 일이 떠올라 괜히 얼굴이 달아오른답니다.”


명절을 앞두고 시댁 놀러가자는 남편, 순진한 걸까요?

얼마 전 설날, 일요일에는 시댁에 음식 장만하러 가야돼 토요일만큼이라도 재밌게 보내고 싶었던 우지선(39·남천동)씨는 남편에게 놀러갈 장소를 물었다. 눈썰매장을 가려니 추울 것 같고 멀리 나가자니 부담스럽다며 한참 생각 하던 남편이 “그럼 우리 본가에 갈까? 어차피 다음 날 음식 준비해야 되는데 미리 가 있으면 편하잖아?”라고 말하는 순간 “눈치 없는 게 인간이가?”라는 막말이 튀어나왔다는데.
“보통 명절 때는 마누라 눈치를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는 명절 당일에도 친정에 일찍  못 오고 저녁 늦게 돌아오는데 어떻게 하루 앞당겨 시댁 가자는 말이 나오는지.”
평소 신랑은 음치에 박치, 길치라는 오명을 갖고 살았는데 그 이후로 눈치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단다.
“욕해놓고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생각하면 헛웃음만 나와요. 명절을 앞두고 시댁 놀러가자는 남편, 순진한 걸까요?”
그 날 영화 관람으로 합의를 봤다는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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