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스타일로 융합 콘텐츠 창조하는 스마트 워커

지역내일 2012-02-06

<강남사람들> : 코페니아(COPANEA) 전진용 대표

‘재즈’하면 사람들은 어떤 단어를 떠올릴까. 자유, 흑인, 즉흥성, 융합, 저속함까지 다양할 것이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프리카 흑인의 리듬과 유럽 백인의 클래식 음악이 결합해 미국에서 생겨난 가능성의 음악 ‘재즈’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그중에서도 ‘융합’이 아닐까. 재즈에 매료돼 동시대의 틀에서 벗어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고, 현재는 융합의 나라 ‘코페니아’에서 재즈경영 이야기를 펼치며 융합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진용 대표, 그는 삶 자체가 재즈였다.


전진용 대표를 만나기로 한 오후 3시의 아담한 카페. 햇살이 잘 드는 쪽 자리에 그는 이미 그린 듯 자리 잡고 있었다. 빈틈없이 철저해 보이면서도 부드럽고 편안한 이미지. 어쩐지 인터뷰가 길어질 것 같은 예감이 스쳤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재즈 이야기는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원하는 것을 잡으면 절대 놓지 않겠다’고 다짐
“초등학교 때는 만화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했어요. 교과서 빈틈도 다 만화로 채워졌죠. 어려서부터 죽음에 대해 고민했던 저는 ‘죽기 전에 뭘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고 뭔가 세상에 영향을 줄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건축학을 전공하는 외삼촌 숙제를 대신해줘서 A학점을 받게 하기도 했죠.”
할아버지 대의 형제들이 소설가, 화가, 피아니스트이다. 이 정도면 전진용 대표의 예술적 자질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의 천부적인 자질은 우리나라에 산업화가 한창인 시절,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철저히 외면당했다. 특히 집안의 장손인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었다.
“이공계열로 진학해야하는데 아무래도 제 적성으로 갈 수 있는 곳은 건축과뿐이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그마저도 반대하셨고 결국 부모님의 뜻대로 기계과에 진학했죠. 그 후 저의 가슴은 뭔가 창작을 하고 싶어 늘 들끓었습니다. ‘내가 왜 미래를 팔아먹었을까. 이제라도 원하는 것을 잡게 되면 절대로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군대는 전 대표에게 돌파구가 되었다. 군대에서 새로 만드는 밴드에 합류했고 밴드 멤버로부터 재즈를 접하게 되면서부터 그의 재즈 인생은 시작됐다. 제대 후 삶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휴학한 그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귀국 직전에 버클리 음대가 있는 보스턴에서부터 뉴올리언스까지 미 동부를 여행했는데, 그해 마지막 날 뉴올리언스 해변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음악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물론 최악의 경우를 모두 상정한 후의 결정이었죠.”
귀국 후 그는 “일단 대학 졸업은 하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학교를 마쳤다. 그러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 퓨전재즈그룹 ‘시실리(時失里)-시간을 잃어버린 마을’로 활동했다. 대학 졸업 후 삼성SDI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유학자금을 마련한 그는 우선 차선책인 일본으로 향했다.


버클리 음대는 파라다이스, 잇쵸 식당은 스마트 워커의 출발점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향한 전 대표는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그는 수많은 반복연습을 통해 멜로디를 체화시키고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 나갔다.
“7시에 처음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는 방에서 피아노를 칠 수 있었어요. 그야말로 파라다이스였죠. 간절한 것이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멜로디 하나를 마음대로 연주하려면 수많은 반복이 필요합니다. 반복하다보면 내공이 쌓이고 그 다음엔 악보를 찢고 나만의 DNA를 만들어 갈 수 있어요. 즉흥적인 재즈 연주는 체화된 다음에 가능한 것이지요.”
그에게 미국생활은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잇쵸(一兆)라는 작은 일본식당에서 일하게 되었다. 일조 엔을 벌겠다는 식당이 아니라, 일조 명을 손님으로 모시겠다는 것이 모토인 이 작은 식당은 전 대표를 스마트 워커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한국인이 미국에 있는 일본 식당에서 일하다보니 그에게 한·미·일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융합되었다. 그 시절 그가 기록한 메모가 두툼한 노트 두 권에 달한다.
“잇쵸 식당은 주인 한 명이 파트타이머 종업원들과 이끌어가는 작은 식당이에요. 주변 한국 식당의 절반인 공간이지만 매출은 세 배에 달했죠.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어요. 집기 배치나 동선 하나하나에 ‘낭비제거’와 ‘정리정돈’의 논리가 숨어 있었죠. 그곳에서 저는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재즈 스타일 인재의 핵심은 창의력, 현장, 글로벌 지향
귀국 후 전 대표는 일본과 미국에서의 삶과 엔지니어, 뮤지션,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융합된 경험을 바탕으로 융합 콘텐트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는 재즈 스타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창의력, 현장 중심, 글로벌 지향의 세 가지를 꼽았다.
“창의력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는 겁니다. 앞으로 리더는 정답을 찾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에요. 좋은 질문을 하려면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좋은 질문은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일정한 패턴에 따른 교육이 아닌 현장 중심의 교육도 강조했다. 획일적이지 않은 자기만의 스타일은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실전과 현장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질 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버클리 음대에 있을 때 한국학생과 일본학생을 비교해 보면 한국학생은 시험공부와 학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일본학생은 실전 연주를 하고 싶어 합니다. 한국학생들이 자격을 확보해 교수가 되는 안정적인 길을 찾는다면 일본학생들은 세계적인 연주자를 꿈꾸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만 바라보며 좌절하지 말고 글로벌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가장 이기기 힘든 경쟁은 비슷한 능력으로 비슷한 환경에서 경쟁하는 것이에요.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 불안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나를 믿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 믿음이 쌓이면서 나만의 솔루션을 찾게 됩니다.”


코페니아, 한·일 장점 결합된 가상의 나라
재즈는 혼자 잘해서 훌륭한 연주가 되지 않으며 연주자끼리 경쟁하지 않는다. 연주자의 화합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훌륭한 연주가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은 혼자 잘해서 혼자 이익을 취하는 기업이 아니다. 내가 잘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콘셉트로 일하는 재즈 스타일의 기업들이다.
전 대표는 한·일의 장점이 결합된 가상의 나라인 ‘코페니아’(Copanea=Corea+Japan)를 운영하며 가장 이상적인 아시아글로벌리더를 양성하고자 한다. 또한 한·일·미 스마트 워커의 장점과 기술·예술·경영이 결합된 다양한 융합 콘텐츠로 창조적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결단력과 응용력, 일본의 낭비제거와 정리정돈, 미국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재즈 스타일로 융합하면 가장 영향력 있는 스마트 워커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아시아인으로서 미래를 이끌어갈 글로벌 리더입니다. 또한 앞으로는 예술과 경영이 만나는 접점에서 창조적인 비즈니스가 탄생할 것입니다. 창조적 기업의 인재는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가이며 예술작품을 통해 고객(팬)을 감동시킬 것입니다.”
그는 직접 예술과 경영이 융합된 콘서트 ‘전진용의 "Let''s Swing!" 쿨한 재즈이야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설이 있는 재즈공연과 스마트 워커 강연이 융합된 이 콘서트는 올해도 이어질 예정이다.


전 대표의 융합적 사고와 풍부한 콘텐츠는 특유의 재치 있는 언변과 어우러져 인터뷰하는 내내 시간을 잊게 했다. 그의 삶의 기준은 재미있게 살면서 세상에 쓸모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와의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와 ‘유익’으로 이어졌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단순한 삶의 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가치가 왜 그렇게 지키기 어려운가. 그의 말처럼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마음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보자”고 생각해본다.


* 전진용 대표는
한양대학교 기계설계학과(現 기계공학부)를 졸업한 후 삼성SDI에서 1년간 엔지니어로 일했으며, 재즈 공부를 위해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버클리 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에서 재즈 작·편곡(Synthesis)과 멀티미디어를 전공했다.
현재 ‘코페니아’(www.copanea.com) 대표로서 융합 콘텐츠 크리에이터, 음악프로듀서, 일본지식경영연구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재즈 스타일’을 출간한데 이어서 올해는 ‘스마트 워커’, ‘잇쵸 스토리’ 등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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